시장은 냉정하다, 제품으로 승부하라
시장은 냉정하다, 제품으로 승부하라
  • 배민정 기자
  • 승인 2010.08.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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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자립 돕는 ‘명품 쿠키’
100% 우리밀 고집한 뚝심이 소비자 신뢰 비결
Attention! Social Enterprise 1_ 위캔쿠키

 

ⓒ 위캔쿠키

아침 8시 40분. 경기도 고양시 벽제군의 벽돌집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하얀 머리쓰개를 하고 작업대 앞에 선다. 한 사람이 달걀을 깨면 한 사람이 반죽을 하고, 또 한 사람이 그것을 틀로 찍어낸다. 재료 준비부터 포장까지 이들의 세심한 손을 거쳐 쿠키가 하나하나 만들어진다.

‘위캔쿠키’를 방문한 사람들은 먼저 쿠키의 맛에 놀란다. 그러나 놀랄 일이 또 있다. 이곳의 작업장에서 능숙하게 손을 놀리는 이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이다.


생협도 만족하는 청결한 공정 과정

2001년 샬로트 성 바오로 수녀회에서 출범한 ‘위캔쿠키’는 지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립을 돕고자 만들어졌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위캔쿠키의 3대 시설장 송향숙 수녀는 “2001년에만 해도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낯설었지만, 우리는 설립 당시부터 사회적·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한다. 처음에 적자를 면치 못했던 위캔쿠키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와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위캔쿠키는 2008년 처음으로 흑자를 낸 것에 이어 2009년도에 12억500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처음 판매를 시작한 2001년 매출액이 6천9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위캔쿠키는 성장의 비결로 ‘제품의 고급화’를 꼽았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위캔쿠키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100% 우리밀과 유기농 설탕을 사용하며 부재료인 유자청, 땅콩, 검은깨도 모두 최고급 국내산을 고집한다.

판매 초기에는 재료의 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것이 옳은 방법인가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질 좋은 제품을 고집한 신념이 입소문을 타게 되자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송향숙 수녀는 “좋은 취지만을 가지고 시장의 경쟁을 뚫을 수는 없다”며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책임지고 쿠키를 소비해주지 않는 이상 일반시장에 진입해야 하는데,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돕는다는 뜻만을 내세우고 거래를 하기엔 일반시장은 굉장히 냉정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위캔쿠키는 소비자들에게 무엇보다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재료의 선택부터 생산 공정까지 엄격하게 관리한다.

위캔쿠키의 작업장은 국내 어느 공장과 비교해도 탁월한 위생을 자랑한다. 백화점보다 제품 생산시설의 위생을 까다롭게 따진다는 생협에서도 작업장을 방문하고 감탄했을 정도다. 위캔쿠키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8년도에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매출액이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송향숙 수녀는 “매장에서 쿠키를 팔 때 우리의 역사나 목적 같은 것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들이 제품만 보고서도 위캔쿠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캔에서 왔어요! 우리 위캔 다녀요!”

ⓒ 위캔쿠키

위캔쿠키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서류심사와 공개면접을 통해 선발된다. 10:1에 이르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이들은 체계적인 직무훈련을 거쳐 생산 공정에 배치된다.

현재 위캔쿠키에는 37명의 근로자들이 쿠키를 만드는데, 사실 이들의 일은 비장애인 일곱 명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캔쿠키는 기계로 대체하거나 인력을 줄일 수 있지만 최대한 생산 공정을 세분화해 여러 사람이 일을 분담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여타 장애를 가진 이들에 비해 더욱 취업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은 위캔쿠키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곳이라 말한다. 이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 근로자는 주말마다 위캔쿠키가 전시된 매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그는 월요일이 되면 송향숙 수녀를 찾아와 얘기하곤 한다.

“어제 백화점에 갔다 왔는데 위캔쿠키 전시가 삐뚤어져 있어서 제가 다 똑바로 해놨고요, 사람들이 왔는데 이거 내가 만든다고, 우리밀로 만든 거라고 자랑하고 왔어요!”

위캔쿠키는 근로자들에게 직업훈련뿐 아니라 다양한 재활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시행한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은 지적장애인들이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키우도록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위캔쿠키의 프로그램을 통해 느리지만 꾸준하게 변화해온 근로자들은 이제 자기들끼리 팀을 꾸려 전국장애인댄스경연대회에 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송향숙 수녀는 “지난번 댄스대회에 나갔을 때도 한 아주머니가 와서 다들 어디서 왔는데 이렇게 표정이 밝으냐 물으니, 이 친구들이 앞 다퉈 나서서 ‘위캔에서 왔어요! 우리 위캔 다녀요!’라고 대답하더라”며 “지적장애인 중 많은 사람이 자폐증을 앓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표정과 말이 없는데 위캔쿠키 근로자들은 자기표현을 굉장히 잘 한다”고 말했다. 실력과 단합이 단연 돋보인 위캔쿠키팀은 이번 제5회 전국장애인댄스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판로 개척할 인력 부족,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 위캔쿠키

꾸준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위캔쿠키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09년 정부가 사회적기업의 지원 기간으로 정한 3년이 끝나자 위캔쿠키는 사회적 일자리로 고용했던 이들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근무하는 인원으로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기가 힘에 부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판로 확보다. 위캔쿠키는 직업재활시설로 출발했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사회복지사나 직업재활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만으로는 영업과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송향숙 수녀는 “직원들이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일만 해도 벅찬데 판로 개척까지 해야 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정부가 관공서, 지자체 등의 판로를 확보해주면 인건비 지원 없이도 우리가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대부분 장애인 고용촉진금을 내고 만다”며 “그들이 기피하는 장애인 채용을 우리가 대신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대기업에서 이런 부분을 생각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위캔쿠키는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회적기업 중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은 일반 기업과 생산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품개발과 시장조사, 판로확대 등의 부문에 걸쳐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좋은 상품’으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만들어

위캔쿠키는 다각도에서 성장을 위한 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쿠키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해 실습을 진행하는 ‘쿠키나들이’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사람들은 위캔쿠키 작업장에서 직접 쿠키를 만들며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고, 능숙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근로자들을 보며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한다.

‘아름다운가게’와 연계해 공정무역 커피와 쿠키 세트 상품을 출시한 것도 이런 모색의 일환이다. 위캔쿠키는 ‘좋은 상품’이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향숙 수녀는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리밀을 구매해 우리밀 산지의 농가를 지원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쿠키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소외계층을 지원하게 되는, 그렇게 ‘아름다운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 곧 ‘좋은 상품’이라는 뜻이다.

지적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하는 날까지 위캔쿠키의 도전은 계속된다. 오늘도 37명의 근로인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안고 위캔쿠키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이 퍼트린 희망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 위캔쿠키

*위캔쿠키는 어디서 구할 수 있죠?
위캔쿠키는 온라인 쇼핑몰과 갤러리아 백화점(압구정, 수원, 천안점), 각 지역 생협 한살림 매장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매장
위캔쿠키 홈페이지 (http://www.wecanshop.co.kr)
푸드마트 (http://www.foodmart.co.kr)   자연드림 (http://icoop.or.kr/coopmall)
G마켓 (http://www.gmarket.co.kr)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 
 예스24 (http://www.yes24.com)  리브로 (http://www.libro.co.kr)

*위캔쿠키가 추천하는 상품입니다.  
향긋한 원두 커피와 위캔 쿠키의 만남 <쿠키&커피세트> (24,000원)
엄선된 재료를 사용한 명품 수제쿠키 <우리밀 파슬리쿠키> (3,000원)

*전화로도 주문 가능합니다.
위캔쿠키의 전화번호는 031-969-3533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