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노위의 이해할 수 없는 공익위원 배정
서울지노위의 이해할 수 없는 공익위원 배정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8.02 20:2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도공사 부당징계 구제 신청 사건, 1천명 심문에 4시간
이해당사자가 공익위원으로…근로자위원들이 지노위에 알렸으나 조치 안해

▲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열린 철도노조의 철도파업 부당징계에 대한 공정심판 촉구 1000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철도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의 한국철도공사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청인들의 소명권이 제한 당했을 뿐 아니라 심문회의 참석 공익위원 중 철도공사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오후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과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기태, 이하 철도노조)은 역삼동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철도노조 부당징계에 대한 공정심판 촉구 1천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노동자의 구제기관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노동자 살인기관으로 둔갑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서울지노위가 이날부터 9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철도노조 조합원이 제기한 부당징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하루 1천 명에 달하는 신청인들의 심문을 결정해 소명기회를 개인당 30초에도 못 미치도록 시간을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소명권 박탈 VS 관례대로

한국철도공사는 작년 11월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165명을 파면 및 해임했으며 파업에 참여한 약 1만 여명의 조합원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에 철도노조와 해당 조합원들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지난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심문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노사가 연기를 요청해 이날로 심문회의를 연기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심문회의에는 1,141명, 오는 5일에는 1,128명, 6일에는 252명, 9일에는 735명의 조합원이 참석하도록 결정했다. 지노위 심문회의가 보통 오후 6시까지 임을 감안하면 1천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심문에 4시간이 소요돼 산술적으로 한 명당 10초 정도 소요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위원회 홈피를 보니 신속, 정확, 공정이라고 하는데 신속한 것은 좋으나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한다”며 “서울지노위는 공정한 판결을 내팽개치고 신속함만을 내세워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러한 노조 측 주장에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신청인들이 다수인 사건에 있어서는 신청인이 전원 참석하는 것보다 대리인 혹은 대표자들 위주로 심문회의를 진행되는 것이 통상관례”라며 “이번에도 이에 대해 노조 측 법률 대리인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고, 대리인들이 대표자 위주로 참석하는 것으로 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주된 쟁점은 파업의 정당성 문제인데 이것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양측의 소명이 있었기 때문에 신청인별 가담정도가 남은 것”이라며 “신청인들의 입장에서야 개별적인 징계 사유가 다르고 양정이 다른데 한꺼번에 심문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1천여 명의 진술을 다 들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몰랐다 VS 알고 있었다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이와 함께 철도노조는 서울지노위의 공익위원 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심문회의에 배정된 공익위원에 양대 노총 추천 공익위원이 단 한명도 없을 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철도공사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변호사가 오는 9일 심문회의의 공익위원으로 배정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는 “서울지노위 위원은 70여명임에도 철도파업의 경우 네 명의 인사(이기권, 최선애, 최수영, 신기창 위원)에게 집중적으로 배정됐다”며 “8월 2일부터 진행될 심문회의에 양대 노총 추천 공익위원은 한명도 배정하지 않았음에도 경총 추천 공익위원은 모든 사건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매 심문회의 때마다 참가하는 3명의 공익위원 구성에서 경총 추천 공익위원은 이날 1명, 5일 1명, 6일 2명인 반면 노동계 추천 공익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더 심각한 사실은 오는 9일 열릴 심문회의에 배정된 류 모 변호사는 한국철도공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로 철도공사의 이해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은 공익위원임에도 사건배당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기피신청이 들어온 것은 아니어서 모르고 있다 오늘(2일) 아침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그에 관해 조정과에서 해당 공익위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며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서울지노위가 류 모 변호사가 이해당사자인지 몰랐다고 말한 사실에 펄쩍 뛰었다.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국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지난 7월 16일 심문회의를 연기하기 위해 사건 담당 근로자위원 4인(고종환, 이성은, 배상조, 최종진)이 서울지노위 위원장과 해당 사건 위원장들에게 보낸 의견서에는 류 모 변호사가 노동위원회 규칙상 기피대상임으로 위원 교체가 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위원들은 해당 공익위원 스스로 회피신청을 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노동위회의 한 공익위원은 “해당 사건의 경우 당연히 이해관계자는 배제되는 것이 맞다”며 “기피신청이 있기 전이라도 해당 위원이 스스로 회피신청을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다른 공익위원은 “위원들이 각 지역노동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는 날짜를 미리 말해주면 그에 따라 지노위가 사건을 배당하기 때문에 노동계 추천 공익위원이 우연찮게 없을 수도 있지만 4일 내내 50명의 근로자위원 중 아무도 맞는 날짜가 없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추측이지만 상급 기관이나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이 얼음을 깨며 철도파업 부당징계에 대한 공정심판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