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느려!” vs “신중하지 못하군요!”
“왜 이렇게 느려!” vs “신중하지 못하군요!”
  • 김한준 성공리더스협회 회장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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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속도’와 ‘우선순위’ 기준 달라
갈등 이면에 존재하는 조화 가능성을 보자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이나 살림을 하는 가정주부에게도 갈등은 상존한다. 매 순간은 아니지만 모든 남편과 아내는 서로 싸우기도 한다. 모든 상사와 동료 간, 고객과 세일즈맨,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서로의 차이로 인해 갈등하고 긴장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이 서로를 얼마나 절망스럽게 만드는가. 그러나 이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호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로의 ‘차이’는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내 아내는 C형(신중형)에 가깝다. 맨 처음 집사람을 보았을 때 그녀는 내게 매우 신선했다.
일을 하면서 꼼꼼히 챙겨주며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인 행동은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 후 아내의 그런 행동은 때로는 내게 많은 긴장과 상처를 주었다. 아마도 나의 행동이 역시 아내에게도 똑 같은 긴장과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매력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고 그로 인해 많은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는 “그래 이혼하자”며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우리 부부의 진짜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에 대한 태도이며 그 해결방법에 있다. 그러므로 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행동스타일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갈등의 잠재요인이 있는지, 그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갈등 표출 방식도 ‘백인백색’

억압된 스트레스는 일정 시점에서 밖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네 가지 행동스타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출한다.

D형(주도형)의 사람들은 갈등상황에서 먼저 분노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를 드러낸다. 언성을 높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내와 가끔 다투다 보면 아내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거나 잔소리처럼 들릴 때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거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I형(사교형)의 사람 들은 갈등상황에서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워 한다. 그리고는 그러한 갈등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농담이나 다른 이야기를 꺼내어 화제를 전환시키려고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 이전보다 더 많은 말을 하게 되고 말로써 공격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해 버린다.

S형(안정형)의 사람 들은 기본적으로 갈등을 원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갈등상황으로까지 몰고 가지 않는 편이다. 이들의 순응적인 행동이 장기화되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만 온건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수가 많다. 만일 S형이 당신에게 “저하고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다면 그가 많이 화가 나 있다고 짐작해도 좋을 것이다.

C형(신중형)의 사람 들은 갈등상황에서 처음엔 이를 무시하거나 회피하지만,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되면 상대방에게 사실과 논리로써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D형의 남편과 C형의 아내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다면 남편은 보다 더 많은 것을 아내에게 요구하며 자신이 분노를 표출해 아내를 굴복시키려고 하지만 이때 아내는 상황을 회피하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반대로 C형의 아내가 D형의 남편보다 더욱 분노를 표출하고 D형의 남편은 위축되어 말이 없어지면서 회피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속도’와 ‘우선순위’의 차이가 갈등을 낳는다

DiSC 행동모델은 사람들 간의 갈등의 잠재요인을 규명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해준다. 먼저 각 유형의 ‘속도’와 ‘우선순위’의 차이가 그것이다. 개인의 타고난 기질 및 행동속도의 페이스나 동기에 의해 각 유형들은 긴장과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영업부 박 부장은 불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기에 대화 시 언제나 빠르게 말하며 의사결정 또한 빠른 편이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에게 지시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 때 급하게 마무리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김 대리는 말과 행동이 느리고 차분하게 생각을 한 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 수행 시에도 완벽과 신중을 기한다. 어찌 보면 작고 보잘 것 없는 차이지만 사실 이들은 함께 일하는 동안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박 부장은 김 대리가 게으르며 사소한 것에 너무 신경을 쏟는 나머지 진행속도도 너무 늦어 짜증이 난다. 반면 김 대리 입장에서는 박 부장이 신중하지 못하여 실수가 많고 불필요한 일들을 벌인다고 비난을 하곤 한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속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생산성 또한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경우다.

<< Jun’s tip >>
DISC 행동모델이 사람들 간의 갈등의 잠재요인을 규명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해준다고 했듯이, 어떤 행동유형이든지 간에 각각의 조합은 조화가능성과 갈등의 잠재영역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 유형의 ‘속도’와 ‘우선순위’의 차이에 따라 긴장과 갈등이 유발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직장 내에서 상사와 동료 간뿐만 아니라 가정, 모임, 친구들 간에서도 ‘속도’와 ‘우선순위’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임을 염두하고 생활하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에 관한 한 D형과 C형은 과업에 높은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S형과 i형은 사람에 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생산라인의 책임자를 선발하기 위해 김 이사와 정 이사는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후 김 이사는 화끈하고 재미있으며 사교성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정 이사는 면접자의 직무수행 경험이 부족하여 그러한 커리어와는 업무 특성이 맞지 않다고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를 살펴보면 김 이사는 경력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입후보자가 자기와 업무하기가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반면, 정 이사는 후보자의 객관적인 역량이 업무수행 능력과 거리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