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
‘앞서’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5.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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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대전마케팅본부 고객지원팀 이경선 강사
‘자리’가 주는 권위 고집 말고 상대에 맞게 역할 바꿀 줄 알아야

KTF 대전마케팅본부 CS강사 이경선(30)씨는 대리점 직원들 사이에서 ‘왕언니’로 통한다. 대전본부 소속 40~50개 대리점의 친절 정도를 평가하고 상담·교육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업무다.
하지만 ‘친절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고충처리와 상담, 영업환경 개선 등을 대리점주에게 제안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외부고객과 내부고객 모두의 만족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경선씨가 주로 만나는 대리점 직원들은 엄격히 따지면 KTF 소속이 아니다. 본사 직영지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리점주가 필요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때문. 그러다보니 처음 대리점 방문에 나섰을 때는 양쪽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도 많았다. 대리점 직원들은 ‘괜히 와서 간섭’이라며 못마땅해 했고 점주들은 ‘직원들 일할 시간을 뺏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교육과 상담의 결과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영업실적이 개선되면서 이제 직원들이나 점주들 모두 경선씨가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녀는 ‘CS강사’가 주는 권위를 포기하고 때로는 직원들의 ‘언니’로, 때로는 점주들의 든든한 ‘상담자’로 자신의 역할을 바꾸어 왔다.

01. 내 주관을 강요하지 않는다

20대 초중반인 대리점 직원들과 40~50대인 점주들을 동시에 만나면서 누구보다 주관이 뚜렷했던 경선씨는 스스로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동생 같고, 조카 같은 애들을 만나면서 세대차이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한번은 차장님을 모시고 대리점을 방문했는데 ‘차장님 진지 먹었어요?’ 하고 묻기에 얼마나 놀랐는지…. 나중에야 알았죠. 그 친구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예의를 ‘몰라서’ 그런다는 것을요.”

처음에는 정색하고 얘기를 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럴수록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야단을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점주들을 대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CS’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는 점주들은 자신들만의 운영방식에 익숙했고, 경선씨의 조언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일도 많았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누군가를 이끄는 것은 내 주관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제 주관을 남에게 심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게 제 주관이 되더라구요.”

02. 듣는 것은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이 주축인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직원들은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편. 그런 와중에도 대전본부 소속 대리점 직원의 이직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열심히 듣는 것’이다.

강의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는 일반 사내강사와 달리 경선씨는 일일이 대리점을 방문해서 맞춤식 코칭을 하기 때문에 늘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고객응대 기술이나 친절 기법을 가르치기보다 일하면서 힘든 점,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 등 고충을 먼저 들어준다. 이제는 스스럼없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대리점 점주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건의 등을 털어 놓는 많은 ‘동생’들은 경선씨의 ‘가르침’이 아니라 ‘귀’ 덕분에 마음을 열었다.

“듣는 것, 특히 호응하면서 듣는 것은 참 어렵더라구요. 하지만 가르치는 과정이 곧 배우는 과정인 것처럼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답니다.”

03. 1001번째 고객에게는 1001번째 방식으로

CS강사로만 5년차, 친절이 생활이 된 경선씨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진열장에 전시된 인형처럼 ‘방긋방긋’ 웃는 것이 ‘고객만족’의 정답인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회의했다.
2년 넘는 방황 끝에 결국 고객 속에서 정답을 찾았다. “과장된 친절, 찍어낸 미소가 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CS는 1000번째 고객에게는 1000번째 방식으로, 1001번째 고객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응대하는 거예요.”

대리점 직원들에게 친절교육을 할 때도 이런 점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고객 응대 시범을 보일 때면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가 공식 멘트지만 다음번 고객이 할머니라면 “아휴~, 날씨 궂은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너무 힘드셨죠?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라고 운을 뗀다. 할머니 고객에게는 손녀처럼, 어린 고객에게는 언니처럼, 억지 미소가 아니라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만족과 친절이라는 게 그녀가 후배 직원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점이다.

04. 목표와 성과를 공유하라

고객을 참다운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기존의 습관이나 태도를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동기부여와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선씨의 조언이다. “고쳐야 할 점이 보이면 눈물이 쏙 빠지게 지적도 해요.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건 목표와 성과를 공유하는 거죠. 노력은 함께 했는데 열매는 불공평하게 나눈다는 불만은 팀웍을 해치고 결국 대리점 성과 저하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경선씨는 직원이 가장 큰 단점 하나를 고치면 대신 대리점주에게 건의해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개선시켜 주겠다고 약속한다. 점주에게도 마찬가지 ‘옵션’을 건다. 해당 직원이 불편해하는 환경을 개선해 주면 직원들의 태도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장하겠다는 식이다.

누구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가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목표라도 함께 집중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게 구성원을 이끄는 그녀의 노하우다.

05. 리더십은 함께 걸어가는 것

실적이 좋은 지점과 나쁜 지점을 두루 돌아보면서 리더가 열려있고 긍정적이면 직원들도 꼭 그렇고, 닫혀있는 리더가 이끄는 지점은 직원들 태도가 부정적인데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직한다는 나름의 공통점을 뽑아냈다.
그래서 경선씨는 한번 교육으로 한두 달 ‘반짝’ 나타나는 성과보다 또래그룹 내에서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일단 목소리부터 크고, 앞서 가는 것이 리더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함께 걸어가 주는 것이 리더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더십에 관한 정의를 부탁하자 경선씨가 내놓는 짧은 대답, 그 속에는 이끄는 자와 따라오는 이 사이의 견고한 구분도, 장벽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