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옥이 만난사람 -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전순옥이 만난사람 -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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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개혁 행보가 발빠르다. 이용득 위원장 취임 이후 민주노총과의 연대 움직임,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소 참배 등 새로운 한국노총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이위원장이 있다. 금융노조 위원장 시절부터 변화와 개혁을 만들어 왔던 이용득 위원장을 만났다.

 

전 ㅣ 만나서 반갑습니다. 위원장께서 금융노련에 있을 때부터, 해 오셨던 정책들에 관심을 많이 가져 왔었습니다. 어머니(이소선 여사)께서도 특별히 안부 전해달라고 하셨구요.


이 ㅣ (책상의 전태일 노동상을 가리키며) 저것이 전태일 노동상이죠. 3년 전에 한국노총에서 최초로 받게 되니까 논란이 상당히 많았다고 들었어요.


전 ㅣ 저희 기념 사업회에서는 참 미안하다고. 당연히 받으실 분이 받으셨는데, 그런 것 때문에 논란이 있었고. (웃음) 제가 여러 매스컴들을 통해 접하면서 본 위원장의 말씀 중에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세상’, ‘경쟁하지 않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정말 좋았어요. 왜냐하면 이러한 사상이 신자유주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저희 어머니께서는 위원장께서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던 것을 자주 얘기하세요. 그것이 바로 위원장의 노동운동의 철학이 아니신지.


이 ㅣ 예. 지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이렇게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과연 우리가 외국에서처럼 두 개의 노총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외국의 노총들은 2, 3개의 노총으로 인정할 수 있죠. 하지만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항상 주장하는 것이, 우리는 하나의 노총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 노총의 노선이나 실천이념, 업종이 모두 같은데 단지 실천방식에 있어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지금의 양대 노총은 하나의 노총이 두 개로 분열된 운동 전선의 분열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노총의 과거를 보면 대 정부 관계, 대 사용자 관계를 상당히 협조적으로 대해 왔죠. 그것이 강조됐고. 그러다 보니까 어용노총이라고 많이 얘기됐었고 그러한 것을 바꿔 내면 되는 겁니다. 민주노총도 오류, 과오가 있었고 그러한 것들을 하나로 아울러 내면서 올바른 운동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두 개의 노총으로의 분열이 많은 문제를 낳았죠. 한국노총이 70년대에 단일조직으로 170만까지 갔죠. 그런데 현재 노동인구가 훨씬 늘어났는데도 두 노총이 합쳐 봤자 140만명 밖에 안 됩니다. 결국, 양대 노총의 소모적인 것들이 노동의 발전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는 거죠.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에서 함께 고민돼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미국식 노동방식은 모어(more)라고 할 수 있는데, 내 작업장 노동자의 주머니에 넣어 주는 것인 셈이죠. 이에 반해 유럽 같은 경우 10%의 인원감축을 할래, 5% 임금삭감을 할래, 이 두 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5% 임금삭감과 10% 고용유지 즉 투게더(together)를 선택하겠다는 것이죠. 지금 현재 두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계급 내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데, 노동계에서 그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이 너무 분권화되어 있어 문제

 

전 ㅣ 최근에는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도 자주 만나죠?


이 ㅣ 5월 25일 이후 한 7번 정도 만났는데, 대화도 되고 해서 자주 만납니다.


전 ㅣ 유럽, 특히 영국 같은 경우 79년 대처 정부 출범 이후 노동운동이 탄압을 받고 10년이 지나자 그것을 완전히 위기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하나로 목소리를 모아 내지 않을 때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하나의 노동조합이 130만 정도로 통합을 해 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이 되지 않아도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것들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이 ㅣ
지금 현재 양대 노총의 지도부를 보면 상당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현장노동자들은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크게 의식을 안 해요. 오히려 활동가들이 그런 부분들을 조직 이해에 얽혀서 상당히 많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이죠. 


노조가 지도력을 가져야 하는데요, 단일노총의 경우 단일조직 내에서 선출된 집행부가 힘을 갖고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이 안되는 게 한국노총 산하 현장조직에 지도력을 행사할 때 노동원칙에는 맞지만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지원을 안 하고 튀게 됩니다. 그것은 민주노총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서로 상급단체 변경이 교차되고 있구요.


또 사회개혁의 주체가 노동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노동이 너무 분권화되어 있어서 문제가 됩니다. 독일의 경우 전체 조합원이 780만 정도 되는데 노총은 하나이고 노동조합 하면 8개 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 하나가 평균 100만이고 IG메탈, 공공서비스의 경우 250만이 넘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총은 두 개고 산별노조만도 45개에 달합니다.


어쨌든, 140만 갖고 이렇게 분권화되어서 무슨 사회개혁의 주체가 되고 무슨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겠습니까. 결국 지금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는 사업장 내의 노동조건, 임금, 복지, 이런 것들로 싸워내는 것이고 그러니까 운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역량은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죠.

 

사업장 내의 노동조건, 임금으로 집중되다 보니 집단 이기주의로 흐르고, 그러다 보니까 힘있는 노동조합은 임금도 아주 높아지고, 힘없는 노동조합과의 임금 격차가 점점 커집니다. 또 그나마도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진짜 형편없고 비정규직, 특수노동자들은 거의 지금 소외계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대기업들이나 소외받는 노동자들을 큰 틀에서 묶어서 하나의 노동자 계급화 하면서 이 속에서 사회 변화의 주체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인데, 지도력도 안되고, 역량발휘도 안되고, 분권화 되어서 계급 형성도 안되고, 노-노 간의 고민도 전혀 없고, 그러다 보니까 노동계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그랬는데, 사람이 희망인 것도 아니고, 운동의 개혁이나 사회 개혁의 주체역량도 갖추지 못하고, 집단 이기주의로만 매도되고 있죠.


전 ㅣ 한국노총의 경우 조직이 아무래도 중소기업이 더 많고, 민주노총은 대기업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위원장의 고민은 더 밑으로 들어가서 중소, 영세사업장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고 바람직하다고 느낍니다. 위원장께서는 금융노련에서 처음으로 주5일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신데, 7월부터 주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주5일제가 실시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면 도입은 2010년 이후이고 영세사업장은 그마저도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많은 고민이 되시겠어요.


이 ㅣ 어쨌든 노동운동은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인데, 주 40시간이라는 노동조건에서도 보면 대기업들은 임금도, 시간도 점점 좋아지는데 반해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제대로 노동운동이 형성이 됐다면 그런 열악한 곳에 있는 노동 형제들의 노동조건을 총연맹 단위에서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주5일제만 보더라도 물론 노동운동에서 추구해 왔고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양대 노총이 노사정 테이블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니라 정부가 쥐어준 것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사측 입장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영세사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사측 입장을 먼저 고려하다 보니까, 지불능력이 있는 큰 기업들 중심으로 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조차도 노-노 간의 부분들을 심각하게 고민 안 하고 있고, 지금 시행 가능한 곳부터 들어가는 것도, 순서에 있어서는 맞는지도 모르겠으나 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노동자가 조직돼야 노동운동 바로 서

 

전 ㅣ 그래서 영세사업장에 계신 분들은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소외감을 많이 느껴요. 우리랑 상관도 없는 일 아닌가. 또 그것을 들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우리가 딴 세상에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사실, 영세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 많고 또 노동조합 만들기가 더 힘들어지니까, 그냥 방치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런 부분들까지 배려가 가능할 지.

 

이 ㅣ 양 조직이 있으면서, 왜 조직력이 떨어지냐면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안에 있는 이미 만들어진 노동조합을 빼 내는 거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해 내는 것은 등한시합니다. 또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가는 것을 사수하고 막는, 그러다 보니까 총 노동인구가 2천5백만 정도 되는데 조직노동자가 130~140만이라고 하면 5~6% 밖에 안되는 것이거든요. 점점 조직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봐서라도 우선 미조직 사업에 주력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죠. 눈에 보이는 5~6%의 조합에 대한 쟁탈전, 소모전 등이 되는 것이죠.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노동운동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는데 노동계급형성이 빨리 이루어져야지 노동운동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전 ㅣ 사실 일반 노동자가 볼 때는 이제 잘 사는 노동자, 못 사는 노동자가 똑같은 육체 노동자라도 어떤 노동자는 점점 부자가 되어가고 있고 거리에서 시위, 파업하는데 그런 것들이 실제로 노동자 자신에게는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잘 조직해야 노동조합이 힘을 가질 수 있죠. 79년에 영국에서 대처가 들어와서 노동조합을 와해시킬 때의 상황이 요즘의 우리나라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조합들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서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실제로 또 한편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대변해야 하는 조직이어서 한계가 있지만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전체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고민을 위원장께서 시작하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ㅣ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양대 노총의 연대로 사회개혁 앞장을

 

전 ㅣ 그런 것들을 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양대 노총이 함께 연대해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연결 고리를 찾고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ㅣ 민주노총 방문했을 때 양 조직이 동의했는데 공조강화를 위한 1차원의 상설기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양 총장들끼리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공유하는 부분들이 넓어지고 이를테면 차별성들이 해소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ㅣ 산별노조 위원장으로 계실 때부터 주위에서 상급단체 변경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의 변화를 꾀하셨던 건가요?


이 ㅣ 철도노조의 상급단체 변경 때도 한국노총에 남아있어야 된다고 그랬습니다. 똑같은 이념에 단지 실천방식의 차이일 뿐이고, 그것은 내부 개혁을 통해 바꿔 내면 되는 것이지 노동운동이라는 큰 틀을 깨뜨릴 정도의 차이가 아니었거든요.

 

차이는 존재하지만 민주노총도 10년, 15년을 지내오는 과정에서 상당히 다듬어졌고, 한국노총도 과거에 안주하는, 현장의견을 무시하는 중앙 중심의 것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로가 많이 바뀐 상태에서 노동운동을 깨뜨려야 하는 정도의 노-노 간의 적대적 관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한국노총 내에서 좀 더 많은 개혁들을 이뤄 내고, 민주노총에서도 좀 더 많은 제안들이 있었다면 좀 더 빨라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손쉬운 선택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한다는 것은 양 조직의 통합에 저해요인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보고 오라고 할 때도 그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죠.


전 ㅣ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오히려 군부독재의 정책에 따라서 노동조합을 지배하는 역할에 공헌을 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내부에서 보시니까 어때요?


이 ㅣ 60~70년대를 관통했던 노동운동의 현실은 시대의 아픔이지, 한국노총의 문제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들이 군부독재로부터 지배를 받는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대적 아픔을 가지고 한국노총의 본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진 80년대 후반에 노동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율노동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민주노총 아닙니까. 그렇다고 하면 그 전의 시대적 상황은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부인할 수 없는 전체의 본모습일 수 있고, 그 이후에는 한국노총도 상당히 많은 변화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도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구요. 서로 조직의 미래를 갖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전의 시대적 상황을 자꾸 거론하면,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죠.


전 ㅣ 한국노총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구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자는 거였습니다. (웃음)

 
이 ㅣ 어깨가 무겁고, 시대적 소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통 큰 단결을 강조하는 조직 아닙니까. 88년 박종근 위원장 취임할 때 그 때 당시로서는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개방하고, 열린 노총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이후 박인상 위원장, 이남순 위원장 시대를 겪으면서 전체 곡선은 계속 개혁 지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앞으로 민주노총과 필요없는 경쟁은 안 하려고 합니다. 대신 상설 협의기구를 만들고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양 노총이 함께 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개혁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 ㅣ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