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이란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자
‘전태일’이란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9.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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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다리’ 명명 위한 ‘80일간 매일 8명씩’ 릴레이 캠페인…<808행동> 선포식 열려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전태일 40주기 기념행사 첫 스타트
[내 인생의 전태일] <808행동> 선포식

ⓒ 박종훈 기자 laborplus.co.kr
서울시 종로구 평화시장 앞, 청계천 5가와 6가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공식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거 왕버들이 무성했다는 데서 유래된 버들다리라는 명칭은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재검토 권고를 받은 상태이다. 그리고 이곳을 ‘전태일다리’로 부르자고 주장해온 사람들이 있다.

전태일 40주기 맞아 ‘전태일다리’ 명명 캠페인 펼쳐

지난 26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전태일다리 이름짓기 범국민 캠페인 <808행동> 선포식’을 가졌다. <808행동>이란 전태일의 생일인 8월 26일부터 기일인 11월 13일까지, 80일 동안 매일 8명의 참가자들이 1시간 씩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행사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 행사조직위원회(준)는 전태일의 뜻을 함께 해온 친구들과 평화시장 사람들, 비정규직 등 소외된 노동자, 40년 후 전태일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과 청소년, 전태일 평전을 읽고 감명을 받은 중학생과 초등학생, 문화예술계 인사, 영세자영업자, 네티즌, 일반 시민 등 계급·계층, 세대, 부문을 망라하는 캠페인을 향후 전개할 예정이다.

이날 <808행동> 선포식은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의 축하 발언과 함께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유가협 회장과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 박종훈 기자 laborplus.co.kr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과 전태일의 친구 임현재 씨의 선포문 낭독에 뒤이어 행사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바람을 적은 색색 띠를 동아줄에 매다는 비나리 이벤트로 선포식이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노환으로 몸이 불편하신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어머님이 참석하지 못했다.

배은심 유가협 회장은 “평생 아들의 유지를 뼈에 새기고 사신 이소선 어머님의 병환이 조속히 쾌차하길 바란다”며 “11월 40주기 행사에서는 꼭 함께 자리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박종훈 기자 laborplus.co.kr
사후 100년 지나야 ‘전태일다리’ 가능하다?

전태일 열사 35주기인 지난 2005년, 버들다리 위에는 전태일 동상과 각계각층의 메시지를 담은 동판 장식이 조성됐다. 청계천 복개 공사가 한창이었던 당시, 서울시와 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집행위원장 민종덕)는 다리 명칭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서울시는 ‘역사적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후 100년이 지나야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 멤버였던 심재옥 전 서울시의원은 “사후 100년이 관례라면서 1972년 강남의 도산대로나 1984년 남산의 소월길은 무엇이냐”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선포식을 지켜보던 주변의 시민들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전태일 동상도 건립했으니 ‘전태일다리’라는 이름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전태일 평전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라는 숙제가 있을 만큼 현대사의 비중 있는 인물이니 전태일다리나 전태일거리로 명명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808행동> 선포식에 참석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는 “길은 필요한 사람들이 다닐 때 비로소 길이 되는 것이고, 그 길을 걷던 사람들이 부르는 것이 이름이 됐다”라며 “잊고 지내왔지만 지금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다리를 건너며 ‘전태일다리’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역시 “천박한 서울시와 정부에게 더 이상 구걸하듯 ‘전태일다리’라고 명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태일 정신은 더 어려운 곳, 낮은 곳을 향한 따뜻한 마음”임을 강조하며 “무심히 다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그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 박종훈 기자 laborplus.co.kr
명품 조연, 수석 조연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배우 박철민은 지난 1995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는 한미사 재단사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386세대’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특별히 어떤 책임감이나 부채의식을 느끼진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세대나 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386세대라고 해서 더 특별하게 세상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채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 오만한 것 아닐까요?”

박철민은 오랜 친구이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조연으로 함께 출연하기도 한 이선옥 전태일 40주기 행사조직위원회 홍보팀장과의 인연으로 이번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 ‘정치적’인 자리는 고사해 왔지만, 전태일 40주기 기념사업은 정치색과는 무관하게 ‘전태일’이라는 훌륭한 인물을 다시금 조망하는 데 의미 있는 참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의 ‘룰’을 깼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제가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저보다 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이 사업을 함께 하면 더 많이 , 널리 알릴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저라도 할 수 있다면 하겠습니다. 인기 없는 대신 발품으로 대신하겠습니다.”

<808행동> 선포식이 끝나고 캠페인 첫 주자로 나선 박철민은 전태일 동상 옆에서 피켓을 들고 특유의 익살스런 미소를 선보였다. 최근 개그맨 김미화 , 방송인 김제동 등 연예인에 대한 파문이 이는 가운데, 자신이 의미를 두는 일에 소신 있게 자원한 그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