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비결? 고유 업무에 충실하라
성공비결? 고유 업무에 충실하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9.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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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지역 중소기업 지원 상품 통해 수익 극대화
중소기업 스스로 투명성 제고 통해 브랜드 가치 높여야
[인터뷰] 송기진 광주은행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광주은행이 요즘 바쁘다. 지난 7월 3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그동안 매각시기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했던 우리금융에 대한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며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분리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방침이 발표되자 경남은행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광주은행은 전북은행과 광주지역 상공인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각 발표로 불안할 법도 한데 광주은행은 오히려 공자위의 민영화 발표가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현재 광주은행의 브랜드 가치와 지역에서의 파워가 몰라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결산에서 757억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올해 목표치인 ‘당기순이익 2천억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와 온 금융권이 깜짝 놀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당기순이익이 시중은행들의 전략이 아닌 중소기업 금융지원 특별 상품과 지역 밀착형 영업 전략에 따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한마디로 침체된 지방은행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이러한 광주은행의 약진에는 행원부터 시작해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송기진 광주은행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송 행장을 만나 광주은행 성공의 비결과 향후 지방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경력의 실천가

취임 2년 2개월이 경과한 송 행장은 상업은행 재직시절 ‘영업의 귀재’라는 별칭을 달고 다닐 만큼 탁월한 영업실적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박정희 정권 시절 건국대 경제학과 야간학부를 다니면서도 주·야간 통합 총학생회장을 역임했고 노조위원장 출신 첫 은행장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은 송 행장의 현재 업무 스타일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송 행장은 “은행이 고객에게 세일즈 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바로 신용과 감동”이라고 말한다. 그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치며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점에 착목했던 것과 같이 그는 사람과의 관계, 즉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바탕은 그가 비록 메이저 시중은행 출신이지만 지방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역 밀착 상품을 개발하고 지방은행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영세상인 지원에 착목하게 만들었으며 리스크가 높다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착실한 서비스는 결국 광주은행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송 행장이 히트시킨 상품 또한 다양해 중소기업 통합 패키지 상품인 ‘하이클러스트론’, 지역 명품 브랜드 선정에 일조한 ‘소호명가’, 농축수산업 통합 패키지 상품인 ‘하이팜론’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안정적인 금융서비스 지원과 수익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게 했다.

송 행장은 이러한 영업 전략을 바탕으로 광주은행이 전남지역을 벗어나 서울 등 타 지방에까지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이제 지방은행이란 “단지 지방에 본점소재지를 둔 시중은행”이란 사실을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송기진 은행장
1952년 보성군 벌교 출생
1976년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상업은행 대림동지점장
2001년 우리은행 수원기업영업본부장
2004년 우리은행 부행장
2008년 제10대 광주은행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 번 맺은 인연 끝까지

행원으로 시작해 지점장, 부행장 등을 거쳐 은행장까지 올랐습니다. 어쩌면 금융계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데 업무 진행 과정에 어떤 원칙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입니까?

“은행이 고객에게 세일즈 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바로 신용과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 영업이죠. 말단 행원으로 시작해 은행에만 몸담은 지 40년 동안 제 생활철학이자 원칙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매사진선(每事盡善)의 자세였습니다. 특히, 은행원에게는 무엇보다 청렴한 기본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좌우명은 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세상살이 다 마음먹기 나름이죠.

어떤 책에서 보니까 MIT 공과대학 출신들을 중 성공한 사람을 조사하니 학점이나 전문성 등이 출세하는데 미친 영향은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네트워킹이었다고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네트워킹 구축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동기 유발에 집중합니다. 교육학에서 이야기하는 ‘강하의 원리’, 즉 잘하는 사람은 칭찬을 통해 계속 잘하게 하는 방식으로 직원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또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했던 당시는 힘들었지만 제 자신의 네트워킹 구축에는 대단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상대방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성심성의껏 대하며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가려고 노력하는 점이 나름대로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통적 은행 역할에 충실해야

올해 ‘당기순이익 2000억 달성’이란 목표설정에 금융권 누구도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상반기 결산결과 당기순이익이 757억 원으로 목표 달성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반기결산에서 2,158억 원의 순영업수익을 달성한 광주은행은 올해 2,643억의 순영업수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대비 22.5%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2009년 6월말 기준으로 360억 원에 머물렀던 광주은행의 당기순이익도 올해 반기결산에서 757억 원의 실적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배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서울지역의 고금리 기관예금들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광주·전남지역의 저원가성예금을 증가시켜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한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용카드와 수익증권, 방카슈랑스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것도 실적 개선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남양건설, 새한철강 등 지역 중견기업들의 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의 악재가 없었더라면 광주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규모는 이미 1,000억 원을 상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2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라고 할 만하죠.”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으로서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계십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가 쓴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100-1은 99가 아니라 0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100가지 일을 다 잘했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된다는 말입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9월,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메릴린치나 베어스턴스와 같은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다른 은행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은 일이 있지 않습니까?

세계 유수의 내로라하는 은행들도 한 순간의 투자 잘못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우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도 저의 지론은 은행은 모름지기 정통 커머셜 은행(Commercial Bank)으로서의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선택과 집중 통해 유망 중소기업 지원 성공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많은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이번에도 서울 구로금융센터를 개설해 중소기업 발굴에 나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중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안정적인 성장구조 확보와 번들링(Bundling) 영업이 가능한 고객이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영업에서는 대출이나 예금 등 어느 한 편의 영업에만 편중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대출은 물론 예금, 신용카드, 수익증권, 퇴직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묶어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역은행으로서의 공공성에 충실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광주·전남의 기업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지역경제의 대동맥인 광주은행이 지방의 우량한 중소기업 발굴과 육성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하겠습니까? 지역경제와 지역정서를 잘 알고 있는 지방은행이기에 우량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또, 그 중소기업들과 은행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광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상품으로 수익 극대화를 이루었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중소기업 상품 개발과 그에 따른 수익 극대화를 위해 취임 이후 강조했던 것은 ‘선택과 집중’, 즉 옥석을 가리는 역량이었습니다. 이를 지점장들한테 함양을 시켰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여신 심사, 신용분석 능력, 산업분석 능력 등 역량을 제고시켜나갔습니다.

또 하나는 맞춤상품 개발에 있습니다. 광주은행은 ‘하이클러스터론’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공장 택지구입에서부터 공장 시설, 운전자금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다. 그것이 상당히 주효했습니다.

여기에 ‘소호(所湖)명가’라는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호남에 소재하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예를 들어 강진 청자, 광양 매실, 보성 녹차, 영광 굴비 등 유명 제조 기업들을 소호명가로 선정해 카드 한도를 늘리거나,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인데 소호명가에 선정되면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매출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1차 산업을 위한 통합 패키지 상품인 ‘하이팜론’을 시장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 밀착형, 현장 밀착형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중소기업과 은행이 서로 WIN-WIN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금융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현장에서 중소기업인을 많이 만나셨는데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2008년 6월, 광주은행 부임이후 첫 공식일정을 중소기업 방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모임인 광주은행 리더스클럽을 대대적으로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때 리더스클럽 회원수가 134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회원수가 434개로 늘어나 그 규모가 3배 이상 크게 증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광주전남 최고의 중소기업 CEO모임인 우리 광은 리더스클럽에 가입하려고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분들을 현장에서 만나 뵈면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대부분 사기가 저하되고 위축되어 활발하게 영업하려는 의욕을 다소 상실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기업인들에게 위기는 기회라고 당부합니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영업활로를 개척하고 백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쌓아가야 한다고 말이죠. 이때 남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씀 드립니다.

또한 덧붙이자면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금융기관도 노력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도 재무제표 투명성 제고 등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시혜적인 정책 자금에만 매달려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투명성 제고에 나서야 합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방은행 발전 가능성 시중은행보다 높아

은행의 대형화, 글로벌화로 인해 지역은행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역은행의 존재이유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입니까?

“지방은행은 작지만 민첩하고 강하다는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규모가 큰 전국단위 은행에 비해 의사결정과 시간이 짧아 시간을 다투는 비즈니스에 대한 자금지원능력에서 지방은행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획일적인 대출기준이 아닌 각 지역의 특성을 모두 반영한 대출심사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 대동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은행은 바로 지방은행이 가장 적격이겠지요.

또한 저는 메이저 시중은행에서 평생을 지내다 왔는데 지방은행이 오히려 메이저 시중은행보다 발전가능성이 더 있다고 봅니다. 시중은행들은 엄격히 말하면 포화상태에 처했습니다. 이제 외국으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여기에 지방은행은 이전까지 해당 지방에만 점포를 세울 수 있었지만 그러한 제한이 없어져 영업이 가능한 곳은 전국 어디나 점포를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지방은행은 ‘지방은행’이 아니라 지방에 본점 소재지를 둔 시중은행이라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