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엔 영어·수학만 있나
교육과정엔 영어·수학만 있나
  • 배민정 기자
  • 승인 2010.09.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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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개정교육과정 따라 국·영·수 비중 늘려
특성화 교육 vs. 편중 심화·공교육 부실화

▲ 전교조와 공대위가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2009 개정교육과정 중단을 촉구하는 1만9720명 교사의 서명을 교과부에 제출하고 있다. ⓒ 배민정 기자 mjbae@laborplus.co.kr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인 ‘2009 개정교육과정’이 국·영·수 등 일부 교과에 대한 편중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교조와 미래형교육과정저지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09 개정교육과정은 절차적 측면에서 이미 실패가 예견된 졸속 정책”이라며 “교육과정과 수능 평가 체제 등에서 기인한 초중등교육의 대란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교조와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각급 학교가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일수를 편성하면서  국·영·수 수업을 대폭 늘리고 그 외의 과목은 축소해 교과별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은 ▲ 교과(군)별 수업시수를 20% 이내에서 유연하게 적용하고 ▲ 주당 수업시간이 1~2시간인 중등학교 사회·도덕·음악·미술 등의 과목을 특정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교과(별) 수업시수 유연화와 집중이수제를 통해 종전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한 학교별 특성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와 공대위는 “일제고사와 고교 선택제, 대입 수능 등에서 학교가 벗어날 길이 없는 현재의 교육체제에서 예체능 등 다른 교과의 시수를 확대해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11년 학교현장에서는 영어와 수학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교조와 공대위가 전국 3,144개 ‘중학교 교육과정 편성 현황(2010.6.10 교과부통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중학교가 영어와 수학을 늘리고 선택과목, 기술·가정 등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중학교 중 영어와 수학을 늘린 곳은 각각 69.91%, 56.81%에 달했으며, 이와 반대로 감축된 과목은 선택과목(58.61%), 기술·가정(38.68%), 도덕(29.83%) 순이었다.

이에 대해 박동준 공대위 위원장은 “정부의 미래형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미래가 안 보이는 교육과정”이라고 비꼬며 “특히 국영수 중심의 교육 편중은 사교육 시장을 늘리는 등 친서민과는 거리가 먼 교육과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과원교사 증가, 공교육 부실화로 이어져”

또한 전교조와 공대위는 수업시수 편중 현상에 따라, 선택과목과 기술·가정 등 국·영·수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서 과원교사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교조와 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 자료에도 2011년 고등학교에서만 246명의 과원교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과원교사, 순회교사, 상치교사 등의 폭발적 증가로 공교육의 부실화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전국적으로 804명의 교사가 감소되며, 기술가정 554명과 도덕 309명 등 국영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에서 100여명 이상의 교사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이날 전교조와 공대위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2009 개정교육과정 시행중단을 촉구하는 1만9,720명 교사들의 서명을 교과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