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촉진행사 막아선 장애인단체, 왜?
장애인고용촉진행사 막아선 장애인단체, 왜?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9.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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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기능대회 및 촉진대회, 장애인단체 반발로 ‘삐걱’
점거농성에 보이콧까지 … 이사장 사퇴 논란 점입가경

“양경자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사퇴하기 전에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 인정 않겠다.”

6일 장애인기능경기대회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공원에서 수십 명의 장애인들은 이 같이 외치며 식장을 가로막았다.

장애인고용촉진의 달을 맞아 장애인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대회가 시작되지만 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단체 간 충돌로 온전한 행사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6일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날 올림피아홀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최하는 제27회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비대위가 점거농성을 벌인 것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양경자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기 위한 것. 지난 5월 정치후원금 로비 의혹을 받던 김선규 전 이사장이 사퇴하고 양경자 이사장이 6월 7일 취임하자, 한국지자체장애인협회와 시각장애인협회 등 대다수 장애인단체들은 이사장 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양 이사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출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공개모집과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거쳐 이뤄지는데, 면접심사 과정에서 양 이사장이 모든 질문에 “모른다”로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당시 면접심사에 참가했던 장애인단체 대표들이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자 파문이 퍼지고 있다.

이전 이사장들이 스스로 장애인인 것은 물론 장애인 관련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데 반해, 양경자 이사장은 1989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고 한국지자체장애인협회 고문을 지냈다는 것 외에 뚜렷한 활동내용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보부 이연일 팀장은 “양경자 이사장은 그간 정계에서만 활동했을 뿐 장애인고용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다”며 “이런 인물에게 전국 480만 장애인의 일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지자체장애인협회와 시각장애인협회 등 25개 단체는 지난 6월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번 장애인고용촉진의 달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기능경기대회 선수들에게 경기에 참가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등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1일에는 비대위 회원 수십여 명이 마포대교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3일에는 ‘2010 장애인고용촉진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장애인고용공단을 항의방문하기로 해, 공단이 대회를 ‘장애인 고용촉진 유공자 포상식’으로 축소하고 장소도 과천 고용노동부 대회의실로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장애인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고용공단은 예정된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국가적인 사업을 일부 단체들의 의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행사도 이번 문제와 관계없는 만큼 진행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일 팀장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임은 항상 ‘낙하산 인사’ 의혹을 겪어왔다”며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출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