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0.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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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지회 점거농성 5일째 … 제2의 쌍용차 사태 우려
김영훈, “조합원 곡기 끊는데 오찬 참석할 수 없다”

▲ 민주노총이 25일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KEC 가족대책위,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살기 위해 공장에 들어왔다.”
KEC지회의 공장 점거농성이 5일째를 맞고 있지만 사태는 전혀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자칫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날 우려마저 일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금속노조 KEC지회(지회장 현정호)가 공장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KEC-기륭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청와대 오찬 참석을 거부한 김영훈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곡기를 끊고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데, 투쟁하는 조직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노동탄압으로 임기를 시작해서 노동탄압으로 임기를 마칠 작심을 하고 있는 대통령의 얼굴이나 보고 함께 밥이나 먹자고 청와대에 가서 웃으며 사진 찍을 순 없다”며 “G20 성공을 위해 노사대표와 오찬하자고 한다면 눈앞의 현안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국가고용전략을 얘기하자고 하지만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 앞에선 대화 제의에 아무런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며 지난주에 청와대의 오찬 초청을 거절한 바 있다.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는 대신 민주노총은 “지금 이 순간 민주노총이 있을 곳은 투쟁하는 현장”이라며 “KEC, 기륭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구미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직의 명운을 걸고 폭력정권에 항거하는 중요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중요한 결단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11.7 전국노동자대회, 11.11 G20 대응 총력투쟁 결의대회 등 향후 예정된 투쟁일정에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담을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사태 꼭 닮은 KEC 사태

한편, KEC지회 조합원 200여 명은 파업 127일, 직장폐쇄 114일째인 지난 21일 철조망을 뚫고 공장에 진입해 1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EC 가족대책위가 참석해 “KEC지회는 회사의 계획된 노조파괴공작에 맞서 127일간 평화적 항의를 지속해왔지만, 정부는 불법의 딱지를 붙였고, 회사는 단 한 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곽정소 회장은 당장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현재 경찰은 KEC지회가 점거농성 중인 공장 안팎을 에워싼 채 조속한 진압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EC 가족대책위는 “KEC 지회가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1공장은 염산과 불소, 질소 등 인화성 물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며 “정부는 KEC 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쌍용차지부의 공장 점거농성 당시에도 지부가 점거했던 도장공장에는 인화성 물질이 많아 대형 참사가 우려되기도 했다. 다행히 노사간의 극적인 대타협으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KEC지회의 공장 점거농성은 지난해 쌍용차지부의 공장 점거농성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비록 점거농성에 들어간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최후의 선택을 강요당한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회사는 노조와 협상할 의사를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경고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쌍용차 사태와 동일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KEC 문제 외에 최근 다시 불거진 기륭전자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기륭전자에서 최근 중재협상이 열려 해결의 기미가 보였지만, 최동렬 회장이 조인식 직전 조합원 10명 직접고용 문제를 뒤집어 또다시 투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륭전자분회(분회장 김소연) 노동자 2명과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 등은 포크레인 위에서 지난 13일부터 13일차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