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극단적인 사태는 피했다
KEC, 극단적인 사태는 피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0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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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5당 중재 노력 이어져 … 노사간 대화 열려
조합원 대거 농성 해제 … 금속노조 11일 총파업

김준일 지부장의 분신 시도로 구미 KEC 사태가 노사관계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1일 하루 동안 야5당의 중재 노력에 힘입어 극단적인 사태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오는 3일과 11일 경찰 폭력 규탄과 KEC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업을 결정했다.

지난 30일 경찰의 무리한 연행에 항의해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을 시도한 이후, 구미 KEC 사태는 노사관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부장은 지난 31일 새벽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김 지부장은 얼굴과 상반신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지부장의 분신 시도 후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에 식량과 의약품 차단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조합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자 야5당은 이날 무리한 진압을 시도한 경찰을 규탄하고 사과와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KEC 구미공장에서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시도했다.

이날 중재에는 홍영표 의원(민주당), 권영길·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진보신당), 김영대 최고위원(국민참여당) 등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함께했다. 홍영표 의원은 회사로부터 출입을 거절당한 이정희 의원, 조승수 의원 등을 대신해 회사와 농성장을 오가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회사와 KEC지회 사이에 서로의 요구안과 입장이 오가는 등 상황이 진전되면서, 일단 극단적인 사태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했던 노사가 비록 중재단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대화에 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극적인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낳기도 했다.

노사간 핵심적인 쟁점이었던 타임오프 문제는 KEC지회가 회사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어, 남은 쟁점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처벌 수위를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 있었던 점도 이런 기대감을 더하는 요인이 됐다. 실제 KEC지회가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함께 처벌 수위를 최소한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회사는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재단이 노사를 분주히 오가고 있던 오후 3시경, 농성 중이던 다수의 조합원들이 농성을 풀고 나오면서 극적인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50여 명의 조합원이 한꺼번에 농성을 해제하고 나옴에 따라 농성장 안에는 모두 80여 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조합원들이 대거 농성을 해제한 것은 점거농성 중인 공장 내 식량이 바닥나고 있고 건강이 악화된 조합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중재 노력이 극적인 타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중재단은 이날 오후 5시경 중재 종료를 선언하고 KEC 정문 앞에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철야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전교조 회의실에서 비상 중앙쟁대위(중집)회의를 열고, 오는 11일 경찰의 폭력연행 규탄과 KEC 민주노조 사수투쟁 엄호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총파업에 앞서 오는 3일에는 확대간부 4시간 파업을 진행하고, 구미 KEC 공장 앞에 모여 11일 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또 7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선 사전결의대회를 총파업 출정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극단적인 사태는 피했지만, KEC 노사는 여전히 입장 대립을 지속하고 있어 아직까지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일 속개될 중재단의 중재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