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라, 그리고 연대하라
저항하라, 그리고 연대하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11.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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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정신은 연대성 회복…나를 위한 연대성 회복
비정규직·이주노동자·여성노동자 문제 해결 없이 발전 없어
지금 왜 전태일인가 2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노동 운동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온 몸을 불살라 항거했던 그 정신은 독재 정권과 독점재벌의 탄압과 착취에 맞선 국민적 저항의 표상이었다. 그리고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군부독재의 총칼에 맞서고자 했던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010년 지금 노동운동의 현주소는 국민과 시민사회의 요구는 고사하고, 심지어 운동의 정체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40년 후 지금, 자기모순 해결 위한 노력 절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문제 등 노동계급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모순은 비록 노동자가, 노동조합이 자초한 문제가 아닐지라도 적어도 일정부분 방조나 묵시적 담합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교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제 권리의 몰입이 노동자 계급 내부에도 착취구조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화를 무기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자본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운동의 현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더불어 자기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노동운동이 노동자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연대성 회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40년 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억압된 사회구조에서 부당한 권력과 자본을 향해 준엄한 심판의 불을 살랐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바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항거조차 할 수 없었던 청계피복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결연한 저항의 정신이며, 연대의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전태일 열사의 저항과 연대의 정신은 7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맞선 국민적 저항의 중심이었으며, 80년대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저항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학생과 지식인,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를 이끌어냈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98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자본의 공세에 밀려 수세적 상황이 되면서 점차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이 악화되면서 노동자들은 생존의 위기로 몰렸고 노동운동 또한 당면한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원화된 시민사회에서 보편적 연대를 지향하지 못한 노동운동의 방향과 방법도 연대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노동운동의 연대성은 점차 상실되었고 그로 인해 노동계급 안에서조차 차별의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전체의 양극화를 오히려 확대하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연대성 회복, 전태일 열사의 요구

전체 노동자의 90%가 미조직 노동자고, 그 대부분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거기에 더하여 고용마저 불안한 비정규직인 노동자의 현실은 조직노동자들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우리 사회의 제 모순에 눈감지 않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민족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야 말로 상실된 연대성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연대성의 회복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중요한 행동이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 고삐 풀린 자본의 다음 공격 대상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걷어찬 사다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정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정신이며 나아가 40년 전 자신을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가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정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