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과 돌잔치의 관계
G20과 돌잔치의 관계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11.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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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과 목적, 헷갈리지 말자

▲ 김관모  kmkim@laborplus.co.kr

최근 대학선배 아이의 돌잔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집안사정도 넉넉지 않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선배여서 조촐한 잔치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초대받은 돌잔치는 유명한 모 호텔에 럭셔리홀에서 치러졌고 풍선이나 고급끈으로 처리한 화려한 무대에 고급뷔페 음식들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어찌 된 것이냐 물으니, 선배는 한숨부터 쉬더군요.

“처음에는 싸고 자그마한 곳으로 정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그런 곳은 시끄럽고 음식도 맛이 없다면서 나 모르게 덜컥 여기로 정해버린 거야. 이것 때문에 엄청 싸웠다니까.”

“한번 뿐인데 기왕이면…”

요즘에는 돌잔치 등을 잡으려면 최소 두세 달 걸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자리를 정하다보면 욕심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내년에 아이 돌인 사촌형 부부도 이미 돌잔치 할 장소를 알아놓고 어떻게 진행하고 무엇을 준비할 지 계획까지 짜놓았다고 합니다.

또 신문기사들을 보면 돌 잔치를 치르는데 평균 500만 원 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일단 절반 이상은 식사비이며, 스냅촬영, 돌상차림, 대형사진, 아이 캐릭터 캐리커처, 동영상, 답례품에 아이 엄마의 드레스나 메이크업까지.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서는 ‘똑똑한 엄마의 돌잔치’라는 이름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해 놓습니다.

돌잔치에는 계약한 업체에서 알아서 모든 일정과 행사를 주관해 주는 ‘업체표’와 엄마가 알아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엄마표’가 있다고 합니다.

업체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업체가 정리하기 때문에 간편하지만 돈이 만만치 않고 6개월 전부터 스냅사진 컨셉을 맞춰야 하는 등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합니다. 엄마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는 것이니 노력이나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 수밖에 없죠.

요는 업체표가 됐든 엄마표가 됐든 요즘 부모들은 이런 일에 비용 들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똑같은 대답입니다. ‘평생 한 번 있는 돌잔치이니 이왕이면…’이죠.

부모를 위한 돌일까, 아이를 위한 돌일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 인생에 한번뿐인 돌잔치인데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차려서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누구를 위하여 돌잔치가 열리나 하는 점입니다. 이 같은 준비를 하기 위해 부모도 부모지만 아이도 고생입니다. 한창 낯을 가릴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울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아이가 있고 싶은 곳은 그날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고른 물건이 돈이냐 연필이냐 실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돌상이 아니라 엄마의 품일테니까요.

결국 아이가 예쁘다, 잘 꾸몄다 하면서 듣는 칭찬은 아이의 행복이 아닌 부모의 행복입니다. 그렇게 보면 돌잔치에서 가장 즐겁고 보람된 주인공은 아이가 아닌 부모인 셈이죠.

정말 아이의 행복을 위한 자리라면 그럴듯한 분위기보다 아이를 어떻게 편하게 해줄 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명분보다 현실을 보자

어제부터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한국의 국위를 선양시켜줄 행사라며 주변 정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돌잔치를 준비하는 극성부모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저분해 보일까봐 노점상을 내쫓거나 영업을 중단시키고, 시민과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집회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합니다.

노점상을 하는 한 분은 “G20 때문에 구청이나 시청에서 열흘간 장사를 멈춰주지 않으면 단속에 들어가겠다고 하더라”며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 장사하지 말라면 굶어죽으란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더군요.

이 모든 것이 G20이 열리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어쩐지 정부가 위한다는 국민들은 더 불편하기만 하네요. 결국 정부 좋으라고 열린 행사이지 국민들이 어떤 이익을 얻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명분 높은 행사에 기운을 쏟는 것도 좋지만 그 행사에 치여 스트레스 받고 울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