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차는 건강하십니까?
당신의 차는 건강하십니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16 17:56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산업 사용제품 870종에서 발암물질 검출
금속노조,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운동 펴겠다

▲ 기자회견을 마친 금속노조 임원들과 환경단체 대표자들이 자동차산업에서 발암물질 추방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금속노조가 자동차산업이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발암물질을 추방하는 데에 환경단체들과 함께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또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의 건강과 소비자의 건강까지 보장하는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운동’도 펼 계획이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소장 임상혁) 등 환경단체들은 16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산업의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경훈 현대차지부장과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이 참석해 완성차 공장에서부터 발암물질을 추방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6개월 동안 63개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9천여 종의 화학물질을 조사한 결과 10%에 이르는 870개의 제품에서1~2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업의 영업비밀로 성분명이 제공되지 않은 제품까지 포함하면 절반가량의 물질이 발암 또는 유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완성차 및 부품업체 63개 사업장 9,044종의 제품과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화학물질을 제조, 수입, 사용, 운반, 저장하고자 하는 사업주가 해당 화학물질의 용기 또는 포장에 작성해 부착해야 하는 해당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기계가공에 사용되는 절삭유에는 환경오염물질인 염화파라핀이 들어있고, 도료는 중금속인 6가크롬과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세척제나 시너로 사용되는 77개 제품 중 28개 제품에서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1급 발암물질 벤젠이 검출됐으며, 발암성 기준인 0.1%를 넘는 제품도 8개였다. 또 단열재와 가스켓에서는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2006년 이후 현재까지 각종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모두 43명에 이른다”며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가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공장이 있는 지역사회의 환경오염과 차를 타는 소비자까지 암 유발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금속노조와 환경단체들은 자동차산업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 중 17종의 관리물질 목록을 금지물질, 사용제한물질, 취급주의물질로 나누어 발표했다. 금지물질은 독성이 강하고 대체물질이 있는 경우로 벤젠 등 7종이며, 사용제한물질은 독성 피해를 고려해 함량을 제한하거나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경우로 염화파라핀 등 7종이 이에 해당된다. 또 니켈화합물 등 3종은 독성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취급주의물질로 분류됐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와 환경단체들은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운동’을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각종 토론회, 현장순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청원 등의 활동을 통해 ▲ 노사가 합의한 금지물질 사용 금지 ▲ 영세 부품업체 환경개선기금 조성 ▲ 발암물질 대체 물질 연구기금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의 체결을 요구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를 시작으로 GM대우차와 전 자동차 부품업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의 건강한 자동차 만들기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