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레드오션? 퍼플오션!
블루오션? 레드오션? 퍼플오션!
  • 안형진 기자
  • 승인 2010.12.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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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널려있어 ‘블루’…아이디어는 포화상태 ‘레드’
개인 개발자 리스크 높고 회사 소속 개발자 여전히 열악해
[젊은리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년 약정에 매달 할부금까지 지불하며 구매했던 꽤 마음에 들었던 휴대폰이 약정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효도폰’이라는 이름의 공짜폰으로 둔갑해 대리점에 전시된 것을 본 경험이 있는가? 디지털 기기의 발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듯하다. 2010년 몰아친 스마트폰 열풍은 기존 휴대폰 시장에서 피처폰(일반폰)을 모두 몰아낼 기세다. 2009년 11월 28일, 애플(Apple. INC)의 아이폰(iPhone)이 처음 출시된 이후 요동치던 국내 휴대폰 시장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격랑 속에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Angry Birds)의 개발자들은 단돈 1달러의 게임을 판매해 11개월 동안 3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1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게임이 1년 만에 3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 소셜앤모바일
대박 신화 속 ‘춘추전국시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한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열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 열풍이 몰아친 뒤 고작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며 아직 기존 피처폰을 바꿀 의사가 없었다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은 적용·응용이라는 뜻이 담긴 단어다. 이 단어가 소프트웨어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와 같은 운영체제 상에서 실행되는 모든 단일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게 된다.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 엑셀, 파워포인트, 웹브라우저 등의 소프트웨어 역시 애플리케이션이다. 즉 스마트폰 앱이라 함은 최근 쓰이고 있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인 아이폰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의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의미다.

스마트폰 앱의 강점은 무엇보다 휴대성과 간편성에 기인한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유통경로 역시 단순한 편이다.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앱을 애플의 앱스토어, 혹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업로드하면 사용자는 이를 통해 다운로드 받는다. 유료 앱의 경우 대부분 1달러 미만~4달러까지로 저렴한 편이고, 무료 앱도 많다. 사용자가 유료 앱을 다운로드하면 수익은 7:3(개발자 7, 중개 수수료 3)으로 배분된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앞서 언급했던 ‘앵그리버드’와 같은 대박 신화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 흐름을 타고 스마트폰 앱 개발에 뛰어들었고, 각 언론들은 성공한 개발자들의 ‘신화’를 앞 다퉈 보도하기에 바쁘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앱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 소셜앤모바일
쉽지 않은 수익내기, 결론은 ‘마케팅’

스마트폰 열풍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난 한국의 스마트폰 앱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연일 미디어를 통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루오션도, 레드오션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는 것이 개발자들의 중론이다. 도전해볼만한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는 분명 블루오션이지만, 한 때 앱의 최대 성공요인이었던 ‘창의적 아이디어’는 이미 포화된 레드오션이라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안드로이드 펍’을 운영하고 있는 ‘소셜앤모바일’의 박성서 대표는 “분명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현재의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된다면 앱 시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라면서도 “실제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누군가 먼저 만들어 본 것들이 대부분이고, 더 이상 창의적인 아이템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이미 시장에 널린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 사용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아이템을 선점해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알리는 것이다.

다양한 앱을 개발해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앱툴(Apptool)’의 심대성 대표도 “처음에는 좋은 앱을 개발하면 고객들이 다운로드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조금씩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며 “기존에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는 이미 대부분 출시가 된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만은 하지만 리스크도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발자 한 사람이 유용한 앱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해 대박을 낼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갖추려면 개발자 뿐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해 줄 인원, 사용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 판로를 개척해 줄 수 있는 영업을 담당할 인원이 한 팀을 이뤄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적정한 인재를 찾아내는 일과 투자를 유치하는 일 모두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성공사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 소셜앤모바일
어느 쪽 선택해도 쉽지 않은 가시밭길

스마트폰 앱 개발자가 소위 ‘떠오르는 직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앱 시장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개발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개인이 직접 앱을 기획하고 개발해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개인 사업자형 개발자들이다. 이들 개인 개발자들이 늘어나게 된 것은 기존 개발 환경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 몇 가지 요인 때문이다.

일단 스마트폰 앱은 판매 및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 상품보다 쉽다. 스마트폰 앱의 대부분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유통되며, 간단한 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등록해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앱은 기존에 비해 인터페이스나 작동원리가 간단한 편이라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짧은 기간 안에 적은 인원으로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앵그리버드’는 10여 명의 개발진이 3개월의 제작기간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개발사에서 대기업 혹은 클라이언트의 주문을 받아 고객사가 원하는 앱을 개발하는 형태도 있다. 이 경우는 기존의 중소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경우 안정적이지만, 고객사의 요청대로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자기 계발이 어렵고 긴 노동시간에 따른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스마트폰 앱 개발자들에게는 양쪽 모두가 혹독한 시련의 길이다. 자신만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자 하면 성공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외주 사업을 수주하는 방향은 기존의 열악한 개발환경을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소셜앤모바일’의 박성서 대표는 과감하게 전자의 길을 선택했다. 현재 박 대표는 기존의 메모장 앱을 새로 디자인해 스마트폰, 데스크톱PC, 웹브라우저를 아우르는 간편한 메모 앱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결국 대기업들과 일해서 살아가야 하는 개발자들이 대부분인데, 안타까운 부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개발자들은 그 안에서 발전 가능성의 많은 부분을 잃게 된다는 점”이라며 “정부나 정보통신분야 대기업들이 유망한 분야라고 해서 관련된 인력만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일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앱툴’의 심대성 대표는 전자와 후자 모두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앱툴이 직접 개발하고 공급할 교육용 앱 컨텐츠를 연구하는 한편, ARS 전화 연결에서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여줄 수 있는 앱도 내놓은 상태다.

실제 앱툴에서 내놓은 ‘다산 콜센터’ 앱은 기존에 전화 버튼을 누르고 대기했던 시간을 1/3로 줄이는 한편, 보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앱이다. 또한 태블릿PC를 이용해 PC가 종이 메뉴판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간단한 게임을 즐기거나, 태블릿PC 메뉴판으로 곧장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에 접속해 방문한 가게의 정보를 업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앱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심 대표는 “기업 운영의 유연성을 가져가기 위해 자체 컨텐츠 개발과 외주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라며 “양쪽 모두 사용자 중심으로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눈, 즉 마케팅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하면 포화된 시장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앱 개발 중인 앱툴의 개발자들 ⓒ 앱툴
해외시장 개척해야 살아남는다

스마트폰 앱 개발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본적인 개발 능력이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기존 데스크탑 PC용 응용프로그램의 복잡한 개발과정에 비해 스마트폰 앱 개발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기본 소양 이상이 요구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간단하면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능력 있는 디자이너와 팀을 이뤄 작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개발자들이 해외 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인터넷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 천착해서는 확실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앱툴’의 심대성 대표는 “스마트폰 앱 개발자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기업이 대기업과 직접 승부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점”이라며 “국내는 무료 앱의 인식이 강하고 시장이 좁지만 충분히 글로벌 마켓을 지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앤모바일’ 박성서 대표도 “일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기회이며 덩치가 큰 회사들은 따라오기 쉽지 않다”며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유행한다고 해서 시장이 한국 개발자들의 몫은 아니며, 과거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줄줄이 한국 선수들이 외국으로 진출했던 것처럼 외국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성공의 열쇠는 해외시장 개척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소셜앤모바일

“나만의 앱 개발해 수익 모델 만들 것”
‘소셜앤모바일’ 박성서 대표

박성서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안드로이드 개발을 시작한 스마트폰 앱 개발 1세대 베테랑이다. ‘안드로이드펍’이라는, 앱 개발자와 사용자의 공동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개발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상황은 어렵지만 일단 저만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괜찮은’ 수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통 개발자들이 처음엔 개발이 하고 싶어 시작하지만 결국엔 끌려 다니듯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개발 자체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현실이 재미없는 거예요. 회사가 너무 빡빡하게 일을 몰아가니까요. 개발자들이 좋은 개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는 몇몇 대기업뿐이죠. 모든 개발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즐거운 개발’을 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 앱 산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앱툴

‘기업가 정신’으로 돌파해야할 시장‘
앱툴’ 심대성 대표

심대성 대표는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일로 자신의 첫 사업을 시작했다. 휴대폰을 판매하다보니 휴대폰 시장의 잠재력을 알게 됐고, 향후 스마트폰 앱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깨달아 ‘이 바닥’의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단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있다면 작은 기업이라도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극복할 힘을 가지게 되고, 실패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게 되니까요. ‘앱툴’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다른 동종업계 분들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도와줄 수 있는 ‘앱툴’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습니다.”


 

‘오빠믿지?’, 글쎄 믿음 안 생기는데…

장안의 화제였던 ‘오빠믿지?’ 앱. 연인이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채팅도 가능한 이 문제의 앱을 두고 인터넷 공간은 한때 논란의 장이 되기도 했다. ‘문제적 앱’ ‘오빠믿지?’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박성서 대표| ‘오빠믿지?’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평가했지만, 실제로 그와 비슷한 앱은 굉장히 많았다. 기존의 앱과 달랐던 부분이라면 그 앱을 개발했던 회사의 대표가 프로그래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이야기는 그 회사가 자신들의 앱을 홍보할 능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결국엔 기존의 아이디어를 정제해서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앱 개발에도 트렌드와 시장 자체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예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창의성 발현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고 본다.

|심대성 대표| ‘홍보에 의한 승리’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앱은 이전에도 많았다. 확실히 이슈를 생산해 내는데 성공한 사례라고 보이지만, 그와 같은 길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결국 개발자와 기업은 사용자들에게 이익과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것이 역할이다. 하지만 ‘오빠믿지?’가 사용자들에게 전달한 가치가 적지 않은 논란을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고 바라보더라도 잠깐의 이슈가 아니라 지속적인 가치를 내다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