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
<74>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
  • 안형진 기자
  • 승인 2010.12.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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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노조설립, ‘첫 발’ 내딛다
11명으로 시작한 노조 한 달 만에 800여 명으로
기존 직원 역차별, 장기적 노조 통합 등 과제 많아

지난 9월 16일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 9층 공공연맹 사무실에서는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위원장 이종상, 이하 도로교통공단노조)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총회에 참석한 인원은 노동조합대표 6명과 직원 5명으로 고작 11명. 계약직을 포함해 1,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공단에 11명이 모여 창립시킨 노조는 설립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817명의 조합원을 아우르게 됐다. 이미 공단의 정규직은 97%가 노조 가입을 마친 상태다. 도로교통공단노조가 현재 오픈숍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노조 가입이 이뤄진 셈이다.

▲ ⓒ 도로교통공단노조
“노조 만들겠다” 말하면 바로 승진?

1954년 ‘대한교통안전협회 중앙연합회’로 시작된 도로교통공단은 1991년 경찰청 산하 기관으로 편입됐으며 교통안전홍보, 도로교통 안전대책, 관련 기술 개발사업을 주로 벌이고 있는 기관이다.

도로교통공단노조에 따르면 기관이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이래 20년 시간동안 노동조합건설을 위한 지난한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의 창립총회를 공단 본사가 아닌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11명만으로 진행한 사실은 험난했던 노조 설립 역사와 무관치 않다.

먼저 이 위원장은 지난 9월 초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 후보로 나서며 노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0년 동안 노조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지만 항상 좌절됐었고, 직원들은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노조 설립 움직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그간 공단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조 설립 요구를 하는 몇몇 사람을 승진으로 무마시키는 방법을 써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직원들은 노조 설립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저 사람도 이제 승진할 때가 됐구나’라고 생각하며 체념하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또 이를 이용해 승진을 노리는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상 지금까지 많은 노동자 대표 후보들이 ‘노조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기에, 평소와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선거에 출마할 때 노조를 설립 못하면 사직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며 “사측에서는 노조를 만들면 경찰청이 공단을 없앨 수 있다고까지 압박했기 때문에 그 정도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추석연휴 틈타 재빠르게 설립

이 위원장은 노측 대표로 선출되자 곧바로 노조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추석연휴를 목전에 둔 지난 9월 16일 창립총회가 열렸고, 10월 1일에는 노조설립증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만일 사측이 사전에 이런 징후를 충분히 알았다면 어떻게든 노조 설립을 막으려 했을 것”이라며 “추석 연휴를 앞둔 상황을 틈타 바로 신고를 하고, 창립총회를 개최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별 다른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경찰청 산하 기관이다보니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조직문화가 굉장히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부분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경찰보다 더 심하다고 보여지기도 한다”며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창립총회에 나서는 일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11명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이 한 달 만에 817명 규모의 노동조합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억눌려 있던 조합원들의 욕구가 단번에 분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관 통합 앞두고 잰걸음

도로교통공단노조 첫 집행부는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전임자 문제, 임단협 준비 등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는 데 주력하는 한편 조합원 조직활동을 위해 지부장과 대의원을 선출하는 등 조직 안정화를 위한 잰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조합원이 817명인 도로교통공단노조는 6,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단 4,000시간, 즉 2명의 유급전임자를 둘 생각이다. 이는 향후 찾아오게 될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해 일단 슬림화된 조직운영을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위원장은 “2011년부터 경찰청에 소속된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의 업무 전체가 공단으로 이양하게 되는데, 운전면허시험관리단에는 현재 행정부공무원노조 산하의 운전면허시험관리단지회가 있고, 관리단의 무기계약직도 따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공단에만 3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에 서로 상생하고, 궁극적으로 통합을 지향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두 기관의 통합은 새롭게 출범한 새 노조에게 복수노조 문제와 더불어 조직 간 차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던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껏 공단의 심각한 승진적체로 인해 정년을 채워 근무하더라도 3직급이 되기 힘든 상황인데 관리단 직원의 경우 공무원 6급이 공단 3급으로 전환될 예정으로 기존 공단 직원과의 역차별적 요소가 발생한다”며 “기존 공단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새로 선출된 지부장들과 대의원들의 교육활동과 함께 직원 중 노동조합 활동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 전국 사업장에서 법률, 예산 등 분야별 전문가를 선정하고 육성해 이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면 노동조합은 이를 협상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의 틀을 잡아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