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는 ‘누구’의 것인가?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누구’의 것인가?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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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공공기관 조사대상 신청…국토해양부ㆍ고용노동부 첨예하게 대립
상호부조냐 아니냐로 논란…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건설근로자공제회 공공기관 지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공제금 지급을 위해 설립된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공기관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민주노동당 홍희덕, 민주당 홍영표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설근로자공제회 공공기관 지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법)’에 따라 현재 재단법인인 건설근로자공제회(이사장 강팔문, 이하 공제회)를 공공기관 지정 조사대상 기관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공공기관법에 해당되지 않아

발제를 맡은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공기관법에 따르면 공제회의 경우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1/2를 초과하지 않고 구성원 간의 상호부조․복리증진․권익향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지정 대상 예외 기관이란 점을 들어 공공기관 지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심 연구위원은 “특히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건고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공제회가 공공기관법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없다는 의견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제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기관 평가에 대비해 과도한 예산절감 및 인원 최소화 뿐 아니라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 매진하게 돼 현장에서는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다양한 신규사업은 기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투명성과 공공성 제고를 위한 보완책은 필요하지만 공공기관 지정 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건설업 관련 노사와 학계, 법조계, 심지어 국토해양부까지도 심 연구위원과 의견을 같이했다.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대한건설협회 김근성 기술환경실장은 “퇴직금으로 공제회에 납부한 부금은 사업주가 납부한 돈이고 근로자한테 퇴직금으로 나갈 돈이지 정부에서 출연한 금액이 아니다”라며 “현행 운영이 미비하면 보완하면 되는데 사업주가 기본적인 결정을 주관하고 있듯이 현행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과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김종태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퇴직공제금은 사업주가 출연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건설노동자가 받아가야 할 돈으로 어떻게 보면 사유재산”이라며 “현재 공제회가 노조의 운영기구 참여를 배제하는 등 운영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제회를 공공기관화해 정부가 차지하고 운영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김성호 변호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기관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이사는 기관장이, 비상임이사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감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한꺼번에 주인이 바뀌는 것”이라며 “사유재산이 국가소유로 바뀐다면 권리침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부처 간 이견 확연

국토해양부도 공제회의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국토해양부 도태호 건설정책관은 “건설근로자퇴직부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아니다”라며 “이전까지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한마디도 없던 고용노동부가 부금 적립액이 1조4천억 원에 이르니까 이제 와서 공공기관 지정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제회의 공공기관 지정 조사를 요청한 고용노동부 권혁태 노동시장정책과장은 “공제회 운영에서 돈은 사업주가 내고 혜택은 건설근로자가 받는다는 점을 보면 구성원 상호간의 부조가 아니라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법적 지정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공공기관 조사 요청은 공제회가 건설근로자에게 이득이 되는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건설근로자들에 대한 복지, 훈련, 고용개선 활동 등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공제회의 공공기관 지정 조사를 요청한 고용노동부와 이를 반대하는 건설업계 노사ㆍ학계ㆍ법조계ㆍ국토해양부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확인한 자리였다.

한편 참석자들은 공히 이 문제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려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발제에 나섰던 심규범 연구위원은 “공제회 공공기관화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해 부처간 협의 및 향후 공제회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