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농성 풀고 대화 국면으로
점거농성 풀고 대화 국면으로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2.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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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입장차 여전…결과 예측 어려워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이슈로 부각

▲ 현대차 비정규지회 점거농성 해결을 위한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정규지회 대표들이 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 제1공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와 대화를 하기로 하고 공장 점거농성을 해제했으나, 노사간 입장차가 여전히 커 대화를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수)는 지난 9일 오후 2시30분,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시작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회사와 ‘교섭’을 진행키로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는 9일 오전 조합원 총회를 통해, 교섭을 하되 점거농성 해제 여부는 지도부에게 위임키로 결정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힌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5일 동안 지속해왔던 1공장 점거농성을 풀었다. 마지막까지 점거농성장에 남아있던 조합원은 금속노조 간부를 포함해 모두 248명이었으며, 그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16명을 제외한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농성장을 정리하고 공장 밖으로 나왔다.

이상수 지회장 등 구속영장이 발부된 16명은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현대차지부 사무실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농성에 참여했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13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이날 점거농성 해제 직후, 오후 4시부터 노사 대표들은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처음으로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회사 쪽에서는 강호돈 부사장을 비롯해 사내하청업체 대표 2명을 포함한 9명이 참석했으며, 노조 쪽에서는 이상수 지회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이경훈 현대차지부장, 김주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비정규직지회 등 노조 쪽에서는 불법파견 교섭 대책을 비롯해 농성 참가자 고소고발·손해배상·치료비 해결, 금번 농성자의 고용보장(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보장을 4대 ‘교섭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첫 대화에서 노사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13일부터 원래 일하던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합의하고, 이후 대화 일정에 대해서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가 협의해 회사에 요청키로 했다.

▲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정규직지회 대표자와 현대차 간부들과 및 하청업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 홀에서 모임을 가졌다. ⓒ 노동과세계
오랜 진통 끝에 대화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지만 노사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커 대화가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0일 오후 현대차 홍보3팀 박형철 과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이번 대화자리는 교섭이 아니라 ‘특별협의’이며, 지난 9일의 대화도 ‘상견례’가 아닌 ‘대면’”이라면서 “공장 점거농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석한 것이지 사용자로서 노사간 교섭에 응하는 것은 아니다”고 성격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이재인 금속노조 단체교섭실장은 “어제 ‘상견례’에서 ‘회사에서 뭐라고 하든지 이번 대화는 교섭’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 오후 2시에 본교섭을 진행하자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공장 점거농성은 농성해제와 함께 대화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점거농성이 남긴 파장은 작지 않아 보인다.

이번 점거농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는 현대차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또 1달 가까이 진행된 점거농성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제 막 시작된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