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다 파셨습니까?
굴은 다 파셨습니까?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1.01.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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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립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그 해의 동물과 관련된 속담이나 한자성어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무언가 의미를 찾아 그에 기대서라도 결심을 다져보려는 박약한 의지 탓이겠지요.

올해는 신묘년(辛卯年)입니다. 토끼해지요. 토끼와 관련한 한자성어는 교토삼굴(狡兎三窟), 토사구팽(兎死狗烹), 수주대토(守株待兎), 견토지쟁(犬兎之爭)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사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위기 혹은 내일에 대응하는 자세’라고나 할까요. 이중 제일 낯선 고사 중 하나인 교토삼굴 얘기는 그 자체로도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교토삼굴은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 중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맹상군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의 집에 식객만도 수천에 이르렀다고 하니 대단한 재력가였던 모양입니다. 물론 정치적 야심도 있었으니 그 많은 식객들을 거두었겠지요.

수천의 식객 중에 풍훤이란 자가 있었답니다. 이런 류의 얘기가 으레 그렇듯이 풍훤은 다른 식객들이 그나마 작은 재주라도 가지고 맹상군에게 도움을 주는 반면 매일 놀고 먹지요. 그러던 어느 날, 맹상군이 자신의 영지인 설읍에 사람을 보내 소작료와 밀린 빚을 받으려고 할 때 풍훤이 자원을 하지요. 풍훤은 설읍에 가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빚 문서를 대조해 본 다음 이를 모조리 불태워 버립니다. 그리고 빈 손으로 돌아와서는 맹상군에게 큰 소리를 치지요. 부족한 것 없는 양반이 흉년에 소작인들 빚까지 다 받아야겠냐는 ‘입바른 소리’를 한 것이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이 맹상군은 배포 크게 이해합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맹상군은 나중에 설읍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권력투쟁 와중에 실각해 모든 것을 잃은 맹상군이 몸을 의지하러 간 곳이 설읍이었고, 그 곳 사람들은 맹상군을 열렬히 환영하고 결국 재기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얘깁니다. 이 때 풍훤이 말하지요.

“이제 겨우 토끼굴 하나를 팠을 뿐입니다.”

영악한 토끼는 맹수의 습격에 대비해 굴을 세 개 파 대비하는데 그 중 하나라는 얘깁니다. 이후에 풍훤은 두 차례나 더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을 돕습니다. 나머지 얘기는 한 번 찾아 읽어보시지요. 꽤 흥미롭습니다.

수주대토는 우연히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박고 죽은 토끼를 목격한 농부가 또 그럴 거라며 기다렸다는 얘기고, 견토지쟁은 무척이나 빠른 개와 토끼가 쫓고 쫓기다가 결국 둘다 지쳤을 때 지나가던 이가 두 마리를 다 잡았다는 얘기,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나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먹는다는 얘기지요.

2011년은 여러모로 만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 해입니다. 한해의 출발점에 선 여러분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참여와혁신>은 나름대로 착실히 준비해 온 것들 하나둘 풀어놓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보따리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