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병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1.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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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리더십‧합리성‧통큰 단결력이 승리 요인
성장주의 벗어나 내실 있는 경영목표 수립돼야
[사람들] 이성태 SK브로드밴드노조 위원장

이성태 위원장 약력
1968년 출생 / 1994년 인하대학교 졸업 / 2000년 하나로텔레콤 입사 / 2005년 하나로텔레콤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 2008년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힘든 시기를 보냈다. 250여 명의 동료 직원들이 명예퇴직이란 형태로 회사를 떠났다. 통신시장의 과열경쟁이 노동자 탓이 아님에도 그렇게 동료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합병을 앞두고 있는 회사는 또 언제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2월 17일,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은 5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제적 조합원 1,156명 중 976명(투표율 84.4%)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기호 2번 이성태 후보가 556표(득표율 57%)를 획득해 신임 위원장에 당선됐다.

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성태 SK브로드밴드노조 위원장은 ‘고용안정’이란 단어는 단결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쩌면 잘 할 때까지 하라는 조합원들의 엄중한 목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이 위원장은 “무리한 성장경쟁이 적자경영을 낳았고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야기됐다”며 내실을 있는 경영목표와 경영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3권을 획득하는 것이 바로 위기의 노동운동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라며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하나되는 자세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성장전략, 고용불안 야기한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는가?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의 경선이 지난 4기 집행부 출범 이후 2번째로 치러졌다. 그만큼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도가 점점 더 성숙되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회사의 적자경영이라는 미명하에 SK브로드밴드에선 2005년에 이어 2010년도에도 또 한 번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으며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한층 더 강화됐다. 그리고 유/무선 통신시장의 변화 속에서 향후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이라는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번 선거는 향후 조합원들의 단결력을 다시 한 번 재고해 나가고 합병의 불확실성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조합원들의 답이었다. 조합원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검증된 리더십, 비현실적 시각보다는 합리성, 현장조합원과 집행간부 간, 노노의 분열보다는 통 큰 단결력을 높게 평가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조 뿐 아니라 회사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에 당선되셨다. 각오를 이야기해 달라.

유/무선 통신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서 LG도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이 합병을 했고, 공룡같은 KT도 KT, KTF가 합병을 했다. SK브로드밴드도 시기만 남아있지, 오늘일지, 내일일지는 불확실하지만 합병이 예상되고 있다. 그 속에서 조합원들은 합병이 된다면 구조조정이 또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합병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합병이 이루어지더라도 회사의 손익이 안정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고, 독자적 생존능력을 가진 후에 지금보다는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행돼야 ‘고용승계’, ‘근로조건 승계’, ‘조직적 승계’가 기본적으로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합병을 할 수 있도록 경영진, 대주주들을 견제하며 투쟁해 나갈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작년 구조조정으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었다. 통신시장의 빠른 환경 변화로 인해 노동강도 강화, 노동유연화 전략의 강화 등으로 조합원들의 불안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명분을 하나 둘 없애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SK브로드밴드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 있는 경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무리한 순증 목표보다는 내실 있는 경영, 현재 가입자를 잘 리텐션 해 나가면 회사는 순익구조로 돌아 설 수 있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적자경영에 기인한 것이다. 그 적자경영의 목표는 회사의 무리한 성장전략으로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회사의 과도한 성장전략을 저지하고 내실 있는 경영목표,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대안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 그런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투명한 노조활동‧노동3권 확립해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많은 노조 위원장들이 조직 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방안이 있는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으로부터, 단결된 힘으로부터 나온다. 노동자가 자본과 대등한 힘을 갖고 싸워 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이 함께하는 대동단결 된 힘이다. 그것이 노동조합의 조직력이기 때문에 조직력을 강화하려면 조합원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내 생각에는 일상속의 조합원 활동들이 노동조합의 조직력으로 제고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동호회, 소그룹 모임, 문화행사, Hot-Line 개설, 통신매체(메일, 트위터 등)를 통해 노동조합의 이해의 장을 확대해 가고 소통함으로써 진정한 단합과 단결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위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과거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최고점으로 노동조합 운동은 점점 축소되고 국민과 서서히 멀어지는 활동들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IMF 위기를 맞으며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은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를 강요했으며 노동자들의 고용은 점점 더 안개 속 국면으로 접어들게 함으로 인해 자본과 노동의 빈부 격차는 더욱 더 심화되어 양극화 현상은 극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노동자를 가장 기본으로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들도 13년간 유예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노동법이 2009년 12월 말 전격 개정됨에 따라 노동운동의 무력화와 정권과 자본이 희망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결국 노동운동은 국민의 공감대와 함께하는 인식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노동운동의 대표자들이 투명하지 않게 정권에 기생하며 기형적 제도와 시스템을 만든 결과가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노동조합 운동은 투명하고 건강해야 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조합원들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인식을 함께하는 눈높이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장과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 조합원과 인식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노동운동은 진보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헌법에서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의 기본적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10년 1월 전격적으로 시행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노동법의 전면적 재개정이 필요하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조합 운동을 하는 전임자들의 수를 축소시켰으며 노동조합의 활동이 산업안전보건, 고충처리, 노사교섭 등 회사의 노무관리와 관계된 영역으로 제한됨으로써 기업 내에서 노조의 활동력과 위상이 크게 약화됐다. 그리고 복수노조법의 교섭창구단일화도 조직내부의 신뢰를 무너지게 하고 노노의 분열을 양산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