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정할 건 인정해야”
“현대차, 인정할 건 인정해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2.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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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부정하는 태도가 문제
받을 수 없었던 합의안 … 대화 결렬
인터뷰 이상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

▲ 이상수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 지난해 7월 22일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며, 구 파견법에 의해 2년 이상 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노동계는 즉각 환영 논평을 낸 반면, 반대편 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재상고하는 한편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 개인에 대한 판결이므로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점도 밝혔다.

지난해 연말 25일 동안의 파업이 진행됐던 현대자동차에는 또다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파업 이후 특별협의(교섭)가 진행됐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이제 대화를 접고 2차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1차 파업의 지도부였던 이상수 지회장은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날부터 서울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1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2일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2차 파업을 결의했다. 이날 노덕우 전 수석부지회장과 김태윤 조합원은 본사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단식 6일차였던 지난 14일 저녁 만난 이상수 지회장은 “교섭은 결렬된 거나 다름없다”며 “파업의 수위를 고민하고 있을 뿐 현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 연휴를 전후로 잠적설이 나도는 등 혼란스러웠던 상황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특별협의(교섭) 과정과 관련해서는 “현대차지부는 나름대로 할 일을 했다”면서도 “마지막 합의안을 비정규직지회가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2차 파업에 들어간다면 기존에 내걸었던 ‘8대 요구안’을 명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수 지회장은 “회사 측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나와야,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정규직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야” 문제가 풀릴 거라며 “2차 투쟁은 어떻게든 진행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게 단식투쟁을 하면서도 “그래도 눈 폭탄은 피했다”며 웃음을 잃지 않는 이상수 지회장의 고민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지회장과의 일문일답.

2차 파업, 가능하다

12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2차 파업을 언급했는데 2차 파업이 실제로 가능한가?

“파업의 수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뿐이지 실제로 파업은 가능하다. 현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 연휴 전후로 지도부가 혼란스러웠는데, 그런 혼란이 조합원에게 악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일정하게 악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었다. 문제가 됐던 부분과 관련 자진사퇴를 권유했고, 현재 지도부는 전부 수배상태이기 때문에 이후 지침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운 지도부를 빠르게 구축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 전원 피체 이후의 지도부를 만들어야 했다. 혼란은 있었지만 그 이후 빠르게 새 지도부가 정립되고 현장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혼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단식농성을 9일부터 시작했는데, 단식농성을 현대차 사업장이 있는 울산이나 전주, 아산이 아닌 서울의 조계사에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 우리가 수배상태인 것이고, 협상 와중에는 노사간의 묵인 하에 사내에서의 신변호보가 이루어지지만, 현재 협상이 결렬상황으로 가고 있다면 회사 측으로부터 신변을 보장받기 힘들다. 그렇다면 공장 내에서 신변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거점이 필요하게 돼서 서울에 올라왔고, 서울에서도 그나마 아직까지 정부와의 관계에서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조계사를 택하게 되었다.”

“대화는 거의 결렬 아니냐”

단식농성이 들어가게 되면서 2차 파업에 이야기했을 때는 특별협의(교섭)가 결렬되었다고 보아야 하나?

“우리는 거의 결렬상황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6차 교섭까지 나온, 회사 측에서 최종안이라고 했던 마지막 합의안을 가지고 왔을 때 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3지회가 받을 수 없는 안이었다. 더 이상 추가되거나 수정된 내용이나 보강될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현대차지부에서는 더 이상 어렵다고 했다. 더 이상 내용 접근이 없는 상황에서 교섭만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렬수준으로 가는 것 아니냐 봤던 거다.”

안을 제시한 것이 현대차지부였다고 하는데?

“지부하고 회사하고 실무협의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회사 측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지부에서 이야기한 거다. 우선 지부 나름대로 실무협의에서 충실히 했다고 보고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3지회가 그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무협의 내용은 무의미해진 거다.”

비정규직 파업과정에서 정규직이 외면하게 되면 비정규직만의 파업이란 것이 많이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지부는 이번에 비정규직지회에서 안을 못 받겠다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발을 뺀 상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한다면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크게 신경 안 쓴다. 현대차지부는 교섭상황에서 나름대로 할 일을 했다. 그런데 회사 측과의 실무협의 내용이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선언할 수밖에 없고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지부가 함께 연대를 할지 안 할지는 현대차지부의 몫이다.

현대차지부가 무조건 우리에게 안을 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받으면 우리가 또 우리 투쟁을 못하는 거다. 안도 못 받고 투쟁도 못할 거면 차라리 받고 만다. 그러나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현대차지부가 연대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실제 투쟁을 하게 되면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쟁 당사자가 투쟁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연대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한 거고 그렇게 가는 거다.”

▲ 서울 조계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상수 지회장은 14일로 단식농성 6일차를 맞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8대 요구안 명확히 하겠다

1차 파업은 준비된 파업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1차 파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1차 파업은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수차례 회사에 경고를 주었다. 15일 회사가 시트 조합원들에게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파업하겠다, 각종 집회나 다양한 형태로 회사 측에 물리력을 보여줬다. 15일은 준비가 됐던 것이다.

다만 점거라는 양상이 오래갔기 때문에 약간의 혼란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지도부의 경험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도 없었고, 현대자동차가 빠르게 그와 관련한 답변을 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웠는지 서로 시기가 길어지면서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고 본다.

나는 1차 파업과 관련해 조합원이 잘 싸웠다고 평가한다. 단지 문제는 지도부가 너무 쉽게 다가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래 비정규직지회가 내세웠던 8대 요구안은 여전히 유효한가?

“유효하다. 지금 여기서 천막농성 하는 것이나 양재동에서 고공농성 하는 것이 8대 요구안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점거농성에서 내려올 때 축소된 4대 의제를 가지고 내려왔지만, 실제 4번 안에 8대 요구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자는 것이 동의가 됐기 때문에 내려왔다.

이번 특별교섭에서 1, 2, 3번에 대한 면책합의 부분도 정리가 안 되고 있고, 4번 안에 대해서도 실제 접근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한다는 것은 차라리 8대 요구안을 가지고 명확히 하자, 우리는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요구안이란 게 한꺼번에 다 쟁취되는 게 아닐 텐데, 양보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양보안이라고 표현하면 답이 안 나온다. 회사 측에서 정규직화에 대한, 1차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정규직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나오고 난 다음에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지 불법파견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양보안을 얘기하겠는가?”

투쟁해야 노조 지킬 수 있다

파업 들어가기 전, 11월 4일 조합원 1,941명이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대법원 판결이나 파기환송심이나 2년을 기준으로 해서, 2년 이상이냐 미만이냐를 가지고 판단했는데, 집단소송 들어간 조합원들도 모든 조합원에 대해서 같은 판단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이후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나는 같은 판단이 나올 거라고 본다. 각종 판례를 봤을 때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구조가 불법파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문제의 소지를 회사 측에 분명하게 얘기해야 하는 거다. 회사 측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나와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최병승 동지 같이 의장부분이라면 의장부분에 대해서 회사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거다. 아산공장 판례에서도 생관, 차체, 도장부서에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그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의를 해야 한다.

회사는 그 어떤 것도 판결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다. 최병승 건에 대해서도, 최병승 한 명이라도 인정한다는 것은 회사가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 계속 그걸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차 파업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찌됐든 2차 파업의 형태는 취할 것이다. 3지회 공동쟁대위가 열리고 있다. 쟁대위에서 울산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겠다. 최소한 우리 스스로 투쟁을 만들지 않는다면 또다시 현대차의 탄압에 의해서 노동조합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은 시간끌기이고, 시간을 끈다는 것은 비정규직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은 1년에 약 300명 전후로 격리를 당하고 있다. 또다시 회사 측에서는 현대차지부를 통해 신규모집을 하면서 비정규직에게 탈퇴를 요구할 것이다. 정규직 전환시켜줄 테니 탈퇴하라. 아픔도 겪어봤고. 다양한 형태로 비정규직의 투쟁력을 와해시키려 할 거다.

이 기회에 우리의 투쟁을 이어나갈 때만이 회사가 어떤 형태의 탄압을 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더라도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힘이 있든 없든 간에 최소한 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거다. 2차 투쟁은 어떻게든 진행시켜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