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 노상 취임식
칼바람 속 노상 취임식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2.17 2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환은행지부, 금융위원회 앞에서 대의원대회 개최
집행부 집단 삭발식 거행…“외환은행, 끝까지 지키겠다”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11대 위원장 취임식 및 29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기철 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외환은행 노조 상임간부들이 외환은행 문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졸속 처리에 반대하는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 달 넘게 하나금융그룹과의 합병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가 정기대의원대회 및 위원장 취임식을 칼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진행했다.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는 17일 오후, 추운 날씨 속에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 인도에서 외환은행지부 전국 대의원, 금융노조 지부대표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9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및 11대 위원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하나금융그룹과의 합병 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외환은행지부는 하나금융그룹이 인수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합병 이후 우량은행이 외환은행이 부실화될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합병을 불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서 김기철 위원장은 “금융위는 전세계적인 조사를 통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부터 확인한 다음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신청을 심사해야 한다. 최근 하나금융 유상증자가 헤지펀드로 채워진 만큼 이들의 동일인 여부나 이면계약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이번이 금융감독 당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하며 만일 이러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하나금융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강행한다면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더 이상 투기펀드와 금융정치권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더러운 투기자본 론스타와 김승유 일당을 심판하고 외환은행을 지켜내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격려사에 나선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관여했던 책임자가 지금 금융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것이 이 정권의 실체이자 금융당국의 현실”이라며 “바로 그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먹튀논란에 휩싸인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을 맹비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는 전제조건은 제대로 된 것인지, 자금은 마련되는 것인지, 거기에서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그 무엇도 확인된 것이 없다”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2006년 말에 제대로 심사되지 않았다는 것만 드러났을 뿐 그 후에 심사조차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합병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회에선 외환은행지부 김기철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6인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집행부의 삭발이 끝나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외환은행지부 전임 위원장이자 지점장인 3인이 즉석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