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화·노조무력화 대응전선 구축이 관건
유연화·노조무력화 대응전선 구축이 관건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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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크다
창구단일화, 산별교섭 제한하는 요인 될 수도
[특집] 2011년 산별교섭 전망 ① 금속산업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난해 금속산업 산별교섭의 최대 현안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다른 의제들은 임금을 제외하면 이 논란에 묻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더구나 7월 1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함께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상황은 급속히 타임오프 교섭국면으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진행하던 산별중앙교섭은 빛이 바랬고, 금속산업 최저임금만을 서둘러 합의한 채 막을 내렸다. 타임오프 교섭이 각 사업장 단위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금속노조는 각 사업장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그동안 금속산업 중앙교섭은 완성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아 제한적인 영향력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타임오프 교섭이 각 사업장 단위로 진행돼 중앙교섭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면서 중앙교섭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렸다.

올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속산업 산별교섭은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해본다. 다만 아직 금속노조의 교섭방침과 요구안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글이 작성됐고, 이에 따라 사용자단체에서는 요구안도 전달되지 않았는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이 글은 현재 금속노조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안들을 살펴보는 데 국한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15만 산별투쟁 가능할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금속노조의 교섭방침과 요구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지난 2월 21일 열린 금속노조 91차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된 2011년 임단투 방침(안)을 토대로 금속노조의 교섭방침과 요구안을 살펴본다.

금속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유연화와 노조 무력화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핵심에는 타임오프 제도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놓여 있다는 게 금속노조의 시각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공세는 금속노조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타임오프 제도를 통해 이런 공세가 집중돼 노동기본권이 위협 받았으나 효과적인 연대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노조의 구심력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게 금속노조의 평가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15만 조합원의 집중투쟁을 통해 공세에 맞선 통일적인 대응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제각각인 교섭시기를 집중하는 문제가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기집중 문제는 지난 2006년 15만 산별노조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임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금속노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완성차지부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시기를 집중하는 데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속노조는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보다 각 완성차지부를 축으로 하는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시기집중을 통한 15만 집중투쟁은 쉽사리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금속노조의 정세판단에서도 드러나듯이 노동유연화와 노조 무력화 공세가 금속노조에 집중되고 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15만 집중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때, 이는 곧 금속노조 생존의 문제와도 맞물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요구는 많지만 교섭은 쉽지 않을 듯

금속노조는 올해 교섭요구안을 대정부 요구, 산별공동 요구, 업종별 요구, 지부교섭 요구로 나눴다. 여기에 올해 단협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사업장 통일요구와 함께 전임자 임금 관련 조항 현행 유지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의 대정부요구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납품단가 원가연동제 도입 등 사회양극화 해소 요구,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조항 재개정과 산별교섭 법제화 등 노동법 재개정 요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발암물질 금지 등 노동자 건강권 확보 요구가 포함된다.

또 산별공동 요구에는 금속산업 최저임금 150,611원 정액 인상,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산별노조(지부, 지회) 제외,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 발암물질 사용 금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등이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자동차산업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실시, 해외공장 생산비율제 도입, 해외공장 노동자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제기본협약 체결을 요구하기로 했으며, 임금은 정액 150,611원 인상을 지부교섭에서 요구하기로 했다.

발암물질 사용금지를 법제화하고, 사업장에서도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예년에 비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내용이다.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요구안의 수위를 조금 올렸을 뿐, 요구하는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이 같은 요구안 중 올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금속노조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완성차지부들이 요구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실시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산별중앙교섭에서보다는 지부교섭 차원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자동차업종분과회의에 금속노조가 결합해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완성차지부들의 논의에 금속노조가 결합하고,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를 전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쟁점이 될 내용이 임금이다. 다만 임금 인상은 각 지부교섭에서 요구하기로 한 만큼, 중앙교섭에서 쟁점으로 등장하지는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금속노조 임금인상 요구안과 동일하게 요구한다는 점이 중앙교섭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나, 해마다 그래왔듯 올해도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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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현안 복수노조, 움직일 힘 있나?


금속산업뿐만 아니라 올해 노사관계 전반에 걸쳐서 가장 큰 쟁점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다. 특히 금속노조를 비롯한 산별노조들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제도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사용자들과의 교섭에서는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가 대정부 교섭 요구안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된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별노조의 단일화 대상 제외를 요청하고 있는 정도이다.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 지난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마찬가지로 금속노조는 조기에 교섭을 시작해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시작되는 7월 1일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사용자들은 전임자 임금 문제와 관련, 법 시행 이후로 교섭을 미루는 경향을 보였던 건과 마찬가지로, 올해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전임자 임금 문제 등의 의제를 분리해 특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올해 조기교섭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6월 말까지 교섭을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다만 금속노조 사업장들 중 다수 사업장에서 단협 만료일이 2012년 3월 말까지로 돼 있어, 설령 복수노조가 생긴다 하더라도 단협 유효기간까지는 현행 단협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단협 유효기간에 여유가 있다는 사정은 금속노조가 상정하고 있는 노조법 재개정 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지난해에도 전임자 임금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는 단협 유효기간에 여유가 있었던 만큼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밖에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파업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했으나, 파업이 종료된 후 진행된 교섭(특별협의)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차 파업을 선언했지만 조합비 유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쟁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문제는 지난해 파업 직전 제기했던 집단소송 등 법정에서의 판결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속노조 6기 집행부의 임기가 올해 9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8월 하기휴가 이후에는 본격적인 선거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선거가 시작되면 다른 모든 사안이 여기에 묻힌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선거일정이 시작되는 8월 중순부터 새 집행부 구성이 마무리되는 10월까지는 교섭도 투쟁도 모두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가 올해 조기교섭에 들어가는 데에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시행되는 7월 1일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하려는 것도 있지만, 선거에 들어가기 전에 복수노조 문제 등에 대한 매듭을 짓고자 하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속산업에서의 산별교섭은 완성차 등 대기업 사업장의 불참이라는 문제를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돼온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금속산업 산별교섭 역시 난항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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