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지 말라는 이상한 경제교육 전문기업
돈 벌지 말라는 이상한 경제교육 전문기업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3.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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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돈 걱정 덜어주는 교육…올바른 소비 통한 가정 경제 안정화 중시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더 투철한 기업가 정신 필요
Attention! Social Enterprise 5 에듀머니

▲ 사회적기업 에듀머니가 일반인을 대상으로하는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에듀머니
여하튼 돈이 문제다. 당장 아이들 교육비도 문제고, 혹시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비로 왕창 깨지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최악의 전세난으로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당장 어디서 돈을 꿔야 할지도 고민이고, 노후 자금으로 몇 억이 필요하다는데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은 없고…. 항상 쪼들리는 삶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서민들에게 돈은 항상 문제다. 없어서 문제다. ‘도대체 돈이 뭔지’란 말을 되뇌며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도 뒤져보고, 가계부도 써보지만 별 다른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는 것은 풍족한 물자와 편리한 생활로 언뜻 행복해보이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돈이라는 것에 종속된, 돈만 바라보고 돈만 쫓아가는 팍팍한 삶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는 한다.

돈에 대한 모든 교육

왜 이리 돈 이야기를 하느냐고? 이번에 소개할 사회적기업이 바로 이러한 ‘돈’에 관한 공포를 날려버릴 재무상담 및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는 2008년부터 ‘착한재무주치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착한재무주치의 운동’은 사회적 가치의식 하에 가정경제를 보다 밝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돈을 불리는 상담이 아닌 돈을 관리하는 상담에 역점을 두는 가정재무건전성 확보 운동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재무상담은 대부분 FP(financial planner, 자산관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금융기관이나 전문 재무상담회사들의 FP들을 만나봤던 독자라면 이들이 대부분 투자 정보를 통한 재산 증식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에듀머니의 착한재무주치의 운동은 재무상담을 투자상담으로 착각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의식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속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돈 관리로 가계의 재무위험을 통제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에듀머니는 전문적인 착한재무주치의를 양산하기 위해 정규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돈에 쪼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올바른 경제 교육, 재무 교육을 직장인에서부터 취약계층, 어린이·청소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는 “에듀머니는 돈과 관련된 교육은 다한다고 보면 된다”며 “건전한 가정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돈에 대한 건강성을 확보하는 교육이 중요한데 우리는 이런 것을 ‘돈의 인문학’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돈이라는 것이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나 선망의 대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돈에 대한 철학이론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자는 것이 돈의 인문학이 추구하는 것이다.

돈 때문에 지치고 힘든 자들아, 모여라

▲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
그렇다면 실제 돈의 인문학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 일단 대상이 재미있다. ‘월급날이 되기 전에 통장 잔고가 부족해지는 분, 마이너스 통장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분, 저축이 하고 싶은 분, 돈 걱정에서 해방되고 싶은 분, 재테크 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안나오시는 분’이 돈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해야 할 분들이다. 지금 “저요! 저요!” 하고 외치는 독자들 많을 줄 안다.

하루 코스의 돈의 인문학 과정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빡빡한 교육일정을 담고 있다. 돈에 대한 철학이론부터 노후 설계, 소비이론, 통장시스템 이해하기 등 이론 교육이 끝나면 실제 인생목표 설계에서부터 재무목표 설계하는 방법, 소득&지출 점검, 가계부 쓰기로 시작되는 재무구조 재작성 등 실습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이라면 에듀머니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경제교실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경제교실은 돈, 즉 화폐와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가정경제에 대한 이해, 자신들이 받는 용돈 관리를 통해 올바른 소비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제윤경 이사는 “소비에서부터 가정경제의 기틀이 다져진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소비다. 이러한 올바른 소비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부터 돈에 대한 선망이나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돈의 인문학이나 어린이 경제교실은 에듀머니가 자체 강의실에서 모집을 통해 진행하는 교육이며 이외에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희망프로젝트 중 저소득층을 위한 재무상담, 직장인들을 위한 돈의 인문학 교육 등 외부에서 진행되는 교육도 상당하다. 또한 각종 언론사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카드 자르기 운동 등 다양한 시민운동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재테크 회사 오해로 두 번째 도전 만에 인증 획득

2007년 4월 창립된 에듀머니는 도대체 왜 이러한 경제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제윤경 이사는 이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는 중산층 서민들에게 금융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한 컨설팅 회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데 적절한 선택을 위한 양질의 정보는 흔히 돈 많은 사람, VIP에게 집중될 뿐 중산층 서민들은 이러한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인해 서민들은 금융시스템의 함정과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형국이 되고 있어 잘못된 정보들을 선별하고 이들을 보호할 적극적인 동기부여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교육을 수행하게 됐고 가계부 쓰기 등 실천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들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에듀머니는 재무상담을 통해 금융상품을 팔지 않는다. 금융상품을 팔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 수익에 있어 크나큰 타격이다. 또 충분하지 않은 자본금 탓에 초기 투자를 많이 못했던 제윤경 이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 교육과 재무 상담을 진행하려다 보니 수익성 담보가 안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금융상품 판매가 회사 수익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데 그것은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철칙이다보니 수익은 어렵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에 신청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에듀머니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제윤경 이사에 따르면 처음에 사회적기업을 신청하자 대부분의 육성위원들이 재테크 회사로 오인해 이를 설명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에듀머니 관계자들은 육성위원을 직접 찾아가 회사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2008년 12월 두 번째 도전에서 에듀머니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수익구조 안착될 것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에는 현재 제윤경 이사를 비롯해 상근자 8명과 프리상담사 8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에듀머니에서 진행한 착한재무주치의 전문과정을 수료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비록 상근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지는 않지만 3년 동안의 노력으로 현재 에듀머니는 제법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제윤경 이사에 따르면 “경제교육 전문기업으로 3년간 활동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교육이라는 상품의 퀄리티를 높여 브랜드로서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은 탓이리라.

현재 에듀머니는 앞에서 언급한 상시 교육과 함께 서울시 희망프로젝트에서 시행하는 저소득층 재무상담을 한국FP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시에서도 사회적기업이라니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일을 조금 할당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상담을 받아 본 민원인들의 평가가 좋자 올해부터는 일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제윤경 이사의 설명이다. 이는 에듀머니가 저소득층의 재무관리를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단지 금융상품의 선택에만 집중하는 여타의 재무관리와 차별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또한 밀려드는 어린이 경제교육 의뢰로 인해 아예 대안학교의 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기도 했고 교육을 위한 어린이용 교구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에듀머니는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며 서울시 교육청 등과 연계해 어린이·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기에 에듀머니는 경제교육 전문기업답게 가계부에서부터 여러 교육 서적들을 출간했다. 이제까지 가계부를 포함해 총 11권의 책을 출간한 에듀머니는 최근에도 제윤경 이사가 공동집필한 ‘착한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돈과 멀어지지 않고 행복해지기’란 책도 출간했다. 올해는 이러한 사업들과 함께 모집교육에 대한 마케팅도 더욱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에듀머니 측은 보고 있다.

ⓒ 에듀머니

사회적기업이 먼저 프로페셔널 해야

제윤경 이사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부분은 그가 제시한 에피소드 하나로 충분히 느껴졌다.

“성공회대에서 진행한 사회적기업가 학교에서 CEO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는데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소비자조사나 시장조사, 수요조사 등을 진행한 사회적기업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거의 그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업가 정신이 없다는 거다. 하나의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비자들이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 철저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고용만 하면 되는 것이 사회적기업인가? 그런 것이라면 복지시설이지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적기업에 속한 직원들의 회사 충성도가 매우 낮다. 왜냐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월급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의 업무강도가 사회적기업보다 높다는 것을 보면 기업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치열한 고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에듀머니는 회사 내에서 제일 중시하는 것이 직원들의 복지나 고용이 아니라고 한다. 바로 소비자 만족이다.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재무상담을 제공해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직원들의 편안함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제윤경 이사의 생각이다. 사회적기업의 구성원일수록 더욱 프로페셔널해야 함에도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느슨한 기업 운영으로 자기만족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인건비가 정부로부터 보조된다는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윤경 이사는 정부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후 고용이 이야기돼야지 고용만 이야기하고는 제반 지원이나 제도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차라리 정부가 소셜벤처캐피탈을 마련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에듀머니는 다양한 상품 개발과 판로 개척을 통해 기업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한국의 서민들이 올바른 소비문화를 정착하고 자신의 삶을 돈으로 막힌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꿈같은 이야기지만, 돈 때문에 자살하는 서민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