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27세의 젊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논하다
평균 연령 27세의 젊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논하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3.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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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리 상용서비스 1년 만에 230개 홈페이지에 적용
구성원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젊은 소셜 벤처
attention! social enterprise 6 시지온(CIZION)

ⓒ 시지온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함께일하는재단’ 3층에 들어가면 작은 방들이 모여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IMF 외환위기 이후 민간이 주도한 최대 규모의 실업대책기구인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로 출범해 2003년 6월, 노동부 인가 최초의 공익재단법인으로서 취업취약계층의 실업극복 모델을 개발하고 사회적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재단 건물 3층은 현재 인큐베이팅 되고 있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기업가가 설립한 기업)들을 위한 소규모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 3층 맨 안쪽, 책상 3개 정도가 들어가는 작은 공간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소셜벤처 시지온(CIZION)의 본사다.

라이브리와 캡틴팩토리

▲ 김범진 시지온 대표 ⓒ 시지온
시지온은 현재 연세대 화학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범진 대표를 비롯해 전체 임직원 11명의 평균연령이 무려 27세다. 11명의 직원 중 4명이 현재 대학생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아무리 ‘젊은 삼성’을 이야기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기업이 바로 시지온인 것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고민하고 건전한 토론문화와 토론을 통한 리더십 향상으로 한국 사회에 긍정적 가치관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와 리더십 양성교육기관인 캡틴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시지온의 대표적 사업인 ‘라이브리(LiveRe)’는 “Live Reply(살아있는 댓글)”의 약자로서 라이브리가 설치된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연결해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6년 12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면서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의 게시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일명 ‘인터넷 실명제’다. 라이브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작성된 게시물은 링크와 함께 SNS에 포스팅되어 해당 사이트로의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주요 언론사와 국가기관, 대기업 등 150개 고객사의 230여 개 사이트에 라이브리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언론사의 경우 기사에 댓글을 달면 바로 자신의 SNS 계정으로 기사링크와 함께 포스팅되기 때문에 현재 포털사이트의 뉴스캐스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요 언론사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뉴스캐스트를 통한 뉴스보기는 해당 기사만 페이지뷰가 높지만 라이브리를 통해 기사에 접근할 경우 언론사 전체 기사에 대한 페이지뷰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15개 주요 일간지가 라이브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지온 측은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30여개 언론사와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브리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캡틴팩토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인간이라는 인프라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캡틴팩토리는 토론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에 관한 강연 및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교보재로 제작해 판매한다. 아직까지 캡틴팩토리를 통한 매출은 시지온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지만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캡틴팩토리의 성공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악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

시지온 김범진 대표는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화학공학이 전공인 김 대표에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은 상당한 흥미를 유발했다. 또한 당시는 고 최진실 씨 자살 사건으로 악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였다. 한 경제연구소는 당시 악플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천억 원 이라는 발표를 하기도 했었다.

김 대표는 건전한 토론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 바로 SNS다. 당시는 아직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SNS도 극히 일부만 이용했었지만 SNS 이용자들은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았어도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비방, 즉 배설적 욕설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SNS를 이용한 댓글시스템을 공유하게 되면 악성댓글이나 비방 댓글이 완화되고 자정될 것이란 생각에 미친 김 대표는 2007년 7월 시지온 창업을 결심하게 되고 동료들을 모아 연세대학교 창업센터에 입주하게 된다.

댓글 연동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지온은 라이브리의 전신 격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2009년 10월, SKTelecom T Store 아이디어 공모전 동상, 2010년 12월,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 경진대회(서울대 주최) 대상, 2010년 12월, 소셜벤처 전국경연대회(노동부 주최) 최우수상 등을 받았으며 2009년 12월, ‘함께일하는재단’이 선정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현재의 사무실에 입주하게 됐다.

창업멤버인 전략경영팀 오선주 주임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소셜벤처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해 “사실 최우수상을 받기로 전까지 3년간 출전했는데 지역 경연대회에서는 입상을 해도 전국대회에 나가면 예선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당시는 현재의 라이브리 전신 격인 시스템으로 출전했는데 그전까지는 SNS가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작년 최우수상도 시스템이 잘나서 받았다기보다 운이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데 소셜벤처대회 최우수상을 받아 뭐가 좋아졌을까? 이에 대해 오 주임은 “경영지원금을 획득해 라이브리와 연동되는 다른 서비스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올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라이브리 캡쳐 화면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


시지온이 개발한 라이브리가 현재는 국내 230개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1년 전만해도 유엔재단에서 진행한 말라리아 퇴치행사 홈페이지에 최초로 등장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당연히 매출하고도 연동될 수밖에 없다. 시지온 측에 따르면 2010년 매출은 2~3억 정도 수준이었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50억을 예상하고 있다. 직원 11명이 50억의 매출을 달성한다면 중견기업 부럽지 않은 1인당 매출액을 기록하게 된다.

시지온의 매출 대부분은 일반 기업에서 나온다. 라이브리를 홈페이지에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SNS와의 연동을 위한 솔루션이 개발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센스 비용과 솔루션 개발 비용, 설치비용, 서버비용 등을 기업에 청구하게 된다. 반면 오 주임에 따르면 시지온은 라이브리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NGO들에게는 서버 비용만을 받고 시스템을 도입해주기도 한다. 소통이 중요한 NGO지만 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지금이야 사업이 잘 나가니까(?)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시지온 멤버들은 대기업 취직을 마다하고 왜 창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을까? 이에 대해 오 주임은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압축해 설명했다.

“행복이라고 이야기하면 추상적일지 모르겠는데 사실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이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고 이것을 통해 사회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게 될 때 그 일을 했던 당사자들은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 처음에는 분명 창업을 해야 하나? 하면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지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그래도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세요?”
“네 무척 행복합니다.”


창업 통해 얻는 경험,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그렇다고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셜벤처로서 공익적 활동을 주요 미션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전개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오 주임은 토로한다. 보통 사회적기업이라 하면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편협한 생각이다.

사회공익적 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도 있고 취약계층의 고용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듯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공익적 미션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맞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 주임은 “시지온은 최대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 공익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록 현실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어렵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지온은 사회적기업의 비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성공 신화도 고난 없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예비 창업자에게 시지온이 던지는 한 마디는 무척 예리하게 들린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안락하게 살고 싶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그것이라면 창업은 꿈도 꾸지 마라.”

시지온의 가치기준은 행복이었고 구성원들의 성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과정에서 만난 고난들을 극복하는 과정은 절대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년 예비 창업자들에게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지온은 라이브리 상용서비스를 실시한 지 1년 만에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국내시장에 만족할 생각이 없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로 세계시장에 대한 도전의지를 피력했다. 악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해 긍정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지온의 도전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구성원의 행복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수레의 두 바퀴란 사실에 착목하는 시지온의 도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