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방치 안 된다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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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 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 심각
해결 열쇠는 회사에 … 회사는 “2013년 돼야 복직 가능”

▲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정신건강 3차 조사결과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이 한 무급휴직자의 사망과 관련해 쌍용차 사측에서 보낸 문서를 들어보이며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이후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14명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무급휴직자와 가족이 사망에 이르렀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여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를 세 번째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151.2명으로 일반 인구의 자살률보다 3.74배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도 30~40대 일반 인구의 그것보다 18.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유병률의 경우 일반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기관사의 6.5%보다 6~7배나 높은 52.3%로 나타났다. 특히 파업 종료 직후 조사 당시 42.8%에 비해 9.5%p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의 경우에도 미군사격장 주변 주민의 7.8%에 비해 월등히 높은 50.0%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 비율은 1차 33.8%, 2차 41.0%에 이어 이번 3차 조사에서 50.0%로 나타나 역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와 인의협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함께 5일 오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신질환은 증세가 심하고, 자살경향이 높으며, 치료가 어렵다”며 “유럽연합 등에서는 구조조정 노동자에게 조속한 일자리 알선과 양질의 사회적 서비스 등을 제공키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 무급휴직자 복직 노사합의 즉각 이행 ▲ 생활고를 겪는 노동자에 대한 긴급 생활자금 지원 ▲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직업교육 실시 ▲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치유 제공 ▲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금속노조가 지난해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를 지원했고, 지자체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측이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어 “이유일 대표가 생산물량 때문에 무급휴직자 복직은 2013년에나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론에다만 흘리지 말고 정말 그런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벌써 2명의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회사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건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적절한 조치 없이 계속 방치된다면, 언제 무슨 일이 또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