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민주노총 정치방침
흔들리는 민주노총 정치방침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4.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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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본부, 민주당 포함 야권연대 강력 비판
6.2 지방선거 당시 정치방침 논란 재연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4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관련해 불거졌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오후 정동 소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제4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야권연대와 관련한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본부장 김희준, 이하 강원본부)의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위원장 배연길, 이하 강원도당) 비판 기자회견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위배되는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강원본부는 지난 13일 춘천시 동내면 소재 강원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단일화를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본부는 이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가 보수정당이며 자본가정당인 민주당으로 귀결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후보단일화는 그동안 민주노총이 줄기차게 제기하여왔던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본부는 기자회견에 이어 같은 날 발표한 운영위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에서 “민주노동당(강원도당)은 민주노총(강원본부)과 한 마디 협의 없이, 아니 협의를 고의로 회피하며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밀실에서 합의했다”며 “이는 민주노총과 강원지역 진보진영의 진정성과 신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강원본부는 “4.27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그 어떤 후보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향후 지역의 연대와 진보민중진영의 발전을 위해 무원칙한 선거연합에 동의한 세력과의 연대를 재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강원본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도 재검토하겠다

이 같은 강원본부의 곤혹스러워진 것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24일 열린 제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4.27 재보선 정치방침으로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의 정치방침을 준용키로 확정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통합(추진)을 공식화하는 정당의 후보를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로 하며, 지역본부 및 지역사회, 진보정당 등의 동의(합의)로 선출된 ‘반MB연대 단일후보’ 중 민주노총 지지 후보와 배치되지 않고 민주노총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자에 대해 지지, 연대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따르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진보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으므로 민주노총의 지지후보 자격이 있는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뿐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후보는 야권연대를 이유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사퇴했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는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는 아니더라도 민주노총이 연대할 수 있는 후보가 된 것이다.

강원본부는 이 같은 사정에 따라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지만, ‘지난 정권시절 자본의 무한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시장화, 민영화, 자유화, 탈규제화를 도입했던 민주당은 여전히 보수정당이며 자본가의 정당’이라는 이유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민주노총 ‘반MB 연대’ 도마에 올라

강원본부의 이 같은 결정은 ‘반MB -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보와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강원본부의 기자회견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위배되는지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판단하겠다고 안건으로 올리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사퇴한 반면 진보신당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기로 결정하자 민주노총은 민주당 후보와 진보신당 후보 모두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진보신당 후보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진보신당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당시 민주노총 안팎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기준 없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논란의 당사자인 강원본부와 민주노총 지도부가 논란을 벌였다. 강원본부는 강원도당이 한 마디 협의도 없이 패권적으로 후보단일화를 결정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 같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상반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과도했다고 주장했다.

강원본부와 민주노총 지도부는 5시간여 동안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국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강원도당이 일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여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강원지역을 방문해 강원본부와 강원도당의 원만한 관계회복을 중재키로 결정하고 논란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당면한 5월 투쟁계획과 양대 노총 공조문제, 전략조직화사업 진행경과,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 구성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