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KBS노동조합
<82> KBS노동조합
  • 최희성 기자
  • 승인 2011.04.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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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이후, 더 단단한 통합을 위해
언론노조 KBS본부와 공방위 등 공동 진행
최재훈 위원장, “노동자는 적이 될 수 없다”

지난해, KBS노동조합은 분열됐다. 그 발화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비롯됐다. 정권의 언론 장악 의도라고 판단한 KBS노조는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해 전면 총파업을 불사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찬성률 48.1%로 과반수에 못 미쳐 부결됐다.

그러자 당시 강동구 집행부에 대해 사장 퇴진 투쟁에 의지가 없어 쟁의행위 총투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어 PD들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집행부에 사퇴를 요구했지만 강동구 집행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분개한 조합원들은 노조를 집단으로 탈퇴하고 언론노조 KBS본부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 KBS노동조합
‘특보’ 사장 퇴진 투쟁 실패로 분열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조직 분열이라는 아픔을 뒤로 하고 KBS노동조합은 새로운 집행부를 꾸렸다. 지난 1월, 12대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지낸 최재훈 후보는 집행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조합원 중 54.2%의 지지를 얻어 곽명석 후보를 제치고 신임 위원장에 당선됐다.

최 위원장은 선거 공약으로 대통합을 내세웠다. 지난해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KBS노조 전체 조합원들이 연대할 수 있는 통합의 기틀을 다지고 그 안에서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KBS노조는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공동 사업 추진에 나섰다. KBS에는 노사가 공동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논의하기 위해 매월 열리는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가 있다. 지난 2월 9일, 공방위는 청와대가 기획하고 연출한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공정방송 여부 및 향후 대안 모색을 위해 열렸다. 노측 대표로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가 함께 참석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청와대가 좌담회의 진행·대담자, 대담방식, 질문내용을 모두 결정하고, 방송사들은 중계방송만 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노조 측에서는 공정방송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처럼 양 노조는 KBS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공통된 사안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사측으로부터 향후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 KBS노동조합
공방위 공동 참석 등 연대 넓혀


또한 KBS노조는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인 김용진 울산KBS 기자는 지난해 11월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에서 KBS가 G20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한 것과 관련해 “김인규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propaganda)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KBS는 “사규상 KBS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2월 22일 김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4개월’을 결정했고, KBS노조는 지난 1월에 김 기자의 징계철회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최재훈 위원장은 “정권이나 사측이 적이 됐으면 됐지, 노동자는 적이 될 수 없다”며 “그래서 절대 양 노조 간에 증오심을 확산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분열됐다고 해서 ‘당신은 우리 조합원입네, 자네는 다른 조합원이군’ 이런 식으로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조합으로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NO’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다.

ⓒ KBS노동조합
노동자는 적이 될 수 없다


KBS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에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복수노조 시대에 사측과의 교섭권은 노조 간에 일정한 합의를 통해 창구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가져간다. 그런 점에서 교섭권은 다수 노조인 KBS노조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후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분열은 했지만 완전히 배척을 해서 우리가 다수니까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가 이기는 싸움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입장이다.

통합 문제를 장기적 해결 과제로 제시한 KBS노조는 집행부 내에 통합대책위원회이란 별도의 조직을 설립했다. 통합대책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 공동 투쟁’, 3·4직급 직원들의 기본연수 중 노동조합 교육시간 공동 진행, 방송법 개악저지투쟁 공동투쟁 등을 언론노조 KBS본부에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KBS노조 윤형혁 통합대책위원장은 “KBS노조와 본부노조(언론노조 KBS본부)가 나뉘어진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처음 나눠질 때 감정이 금방 메워 지지야 않겠지만, 본부노조를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비난 등은 자제하고, 존재를 인정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통합 노력에 나설 것을 밝혔다.

여기에 아직 정리되지 못한 전임자 임금 문제에 있어 양 노조의 협력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많은 면에서 협력이 진행될 것이고 이것이 통합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본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묻자 노조가 분열되어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는 노조 뿐 아니라 사측에도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에 통합을 목표로 조합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