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고착화시키려는 것
VS
자기 권리 요구, 뭐가 나쁘냐
특권 고착화시키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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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권리 요구, 뭐가 나쁘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5.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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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교수 VS 김기덕 변호사, 특권이냐 아니냐 치열한 논쟁
문제해결 위해 사회복지제도 강화 VS 노동자 이기주의 더 고양
[긴급좌담회] 현대차지부 단협안의 이른바 ‘세습’ 문제

|일시|2011년 5월 20일 오후 3시  |장소|연지동 소재 방송통신대 별관 김기원 교수 연구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또 한 번 ‘세습’ 논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세습 논란의 당사자는 재벌도 권력자도 아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바퀴를 다는 노동자다. “신규채용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점 부여 등 세부적인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2011년도 단체협약요구안이 불씨였다. 단협요구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노동귀족의 이기주의가 결국 특권적인 노동자의 신분세습을 시도한다고 사방에서 질타했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이참에 현대자동차 노동자를 ‘손’ 좀 보겠다는 듯, 단단히 별렀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노동귀족은 여기다가 ‘세습’이라는 전근대적 요소까지 추가”한다며, “부당한 특권을 유지하려는 수구파로 변질해 가고 있는 셈”이라고 대기업 노조를  비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일했던 김기덕 변호사는 한 노동전문일간지에 “노동자 이기주의만이 노동자의 권리를 세우고,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세울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 노동자에게 쏟아진 질타에 맞서 더욱 ‘이기주의를 위하여’를 외쳤다. <참여와혁신>은 현대차지부의 단협요구안 논란과 관련해 김기원 교수와 김기덕 변호사의 좌담을 마련했다. 자녀우선채용 요구안이 노동귀족의 신분세습인지, 대기업 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걸림돌인지, 한국사회 노동조합운동의 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양자의 치열한 토론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른바 ‘세습’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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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권리를 찾겠다는 것

<참혁>|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2011년 임단협 요구안 중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채용 ‘특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두 분께서는 글로써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셨다. 깊은 토론에 앞서 현대차지부의 올해 단협요구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기덕|노동운동은 지난 10년 동안 활동이 계속 위축되어 왔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면서 노동운동의 조직력을 지닌 정규직노동자의 요구는 ‘지금 그런 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더불어) 정규직도 자기 요구, 자기의 욕망을 권리로 획득하는 운동으로 계속 가야한다. 비정규직이나 사회적 약자와 같은 사회적인 의미로만 접근하여 정규직노조 조합원에 대한 권리 부분이 자꾸 빠지면 조합원들이 운동을 자기 권리 실현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에 대한 가산점 특혜가 제기 되었을 때 대부분의 노조활동가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비판했다. 나는 노동자들의 욕망이 극단화된, 자기 욕망을 들추어 낸 이 문제가 그야말로 지금 우리 운동에 있어서 예민한 문제를 건드릴 지점, 우리의 운동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싶어서 문제를 던져본 거다.

김기원|현대차 노동자들의 세습 요구는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은 틀림없는데, 현대차 노동자들만 비난할 사항은 아니다. 나는 노조이기주의라고 비판하지 않았다. 노조 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비판인데 별로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 원래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은 대단히 찾기 힘들다. 그런데 현대차노조만 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

나는 비판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비판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고치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에서 해결지점을 찾아야 한다. 복지를 확대해서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정규직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 사이의 실질적인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우리사회 전체의 격차를 줄여 나가면 노동귀족 문제니, 세습이니 하는 게 생길 수가 없다. 북유럽사회를 보면 노동자 세습 문제나 특권 노동귀족 문제는 찾기 힘들고 그게 쟁점이 되지도 않는다.

김기덕|무엇이 바람직하다 아니다는 우리가 따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이라는 것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운동은 노동자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권리로 실현하면 되는 거다. 정년퇴직하거나 이삼십년 장기 근속한 근로자에 대해서 가산점을 부과하는 걸 세습이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기아차에서도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하냐!’라는 일부 요구가 조합원한테 있으니까 도입한 거다. 가산점이란 것도 사실 별거 아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다니는 학생이 하루 결석하면 개근상을 못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석 한번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도의 가산점에 불과하다. 설사 그 자체가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 채용한다 하더라고 ‘그게 왜 문제냐’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라면 자본 자체에 대한 처분이나 상속도 금지를 해야 한다. 생산의 모든 산물들은 자본에 귀속되고, 주식이나 배당 같은 걸 통해 고스란히 자본의 소유로, 지분으로 귀속이 된다. 그걸 처분하는 것을 사회적 장치로 통해 막고 있나?

우리사회에서 자본가나 사용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권리를 획득했다. 그걸 갖지 못한 노동자들은 노동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생존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모여 싸워서, 사용자한테 다 귀속하는 (이윤을) 권리로 쟁취하라고 우리 사회는 법으로 설계했다. 그런 사회서 우리는 살고 있는 거다.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으로 산출한 결과에 대해서 (사용자 몫으로 귀속하는 것을) 결국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녀채용이라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이다. (자녀우선채용은) 노동자가 자기가 일한 산물에 대해서 일정한 권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거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근대성의 발로
VS
사용자의 채용권 제한

김기원|평생을 바쳐서 일을 했다…. 김일성도 북한 사회건설을 위해서 평생을 바쳐서 일했고 그래서 자식에게 넘겼고, 재벌 총수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평생을 바쳐서 일했다. 그러니까 또 세습을 해야 된다는 건가? 그런데 이게 근대 시민사회의 논리에 부합되느냐가 문제다. 김일성의 세습에 대해서 그게 타당하다고 그러면 할 말은 없다. 평생을 바쳐서 일한 사람은 자식한테 국가든 기업이든 특권적 노동자든 (물려)주자. 이건 왕조시대의 이야긴 거다.

재벌 총수의 경영권 세습 문제와 같은 게 전염이 돼서 상대적으로 특권적인 (지위를 지닌) 노동자 세습 요구까지 나온 셈이다. 그런데 이건 근대 시민사회의 논리에 맞지 않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를 채용할 때, 공정한 경쟁이라는 게 확보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공정한 경쟁시장을 위배했으니, 이건 봉건적인 논리다.

(재벌의) 주식상속과 (노동자의 자녀우선채용 요구는) 다른 거다. 주식상속은 재산 상속이고, 재산 상속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금을 낸다. (자녀우선채용은) 노조 간부한테 뇌물주고  또는 인사 담당자나 이런 사람들에게 뇌물주고 채용되는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거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요구는 공정한 경쟁 시대에 위배된다, 그걸 고쳐주자. 그걸 고쳐주는 게 (노동자를) 욕한다고 고쳐지고, 도덕적으로 비판한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라, 복지제도를 강화하자, 이게 답이다. 이런 말이다.

김기덕|북한 정권의 3대 세습 문제, 재벌에 있어서 세습이나 이런 문제하고 현대차 문제가 같은 선상에 있는 거냐?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러면 김일성이나 재벌이, 그 회사나 그 국가의 전체적인 생산이나 발전이 그 사람의 노동에 의해 한 거냐?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재산을 통해서 한 거냐? 그것도 아니다.

물론 기업 총수도 생산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당연히 기여한 몫만큼 가져가야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 자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에 기여하지 않은 부분을 가져갔다는 거다.

우리가 얘기하는 대기업 노조의 자녀채용 특혜라는 게 전근대적인 사회질서 논리에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렇게 본다고 하면 이 사회에서 민간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하는데 있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규제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채용권은 사용자가 독점하는 권한이다. 그곳에 공정한 시장 질서를 들이댈 수 없다.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들이 접근한 채용권의 문제는 사용자의 채용권을 제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건 근대사회, 시민사회, 공정경쟁의 논리나 질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영역이란 거다.

“시장경쟁에 의하지 않고 특권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건 전근대적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김기원|세습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김일성의 세습에 비해서, 김정일의 세습에 비해서, 재벌 총수의 세습에 비해서 예컨대 현대자동차나 기아차의 세습이라고 하는 거는 사실은 새 발의 피다. 그건 약간 전염된 거다. 그러나 그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은 뭐냐, 이게 전근대성이다. 시장경쟁에 의하지 않고 특권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하는 게 전근대적인 질서의 본질이다. 그 점에서 (북한 세습과 현대차 정규직의 세습이) 일치한다는 거다.

(북한 세습보다는) 훨씬 위험성은 적지만 현대차도 그렇고 기아차도 그렇고 한쪽은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 똑같이 평생을 바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있어야 하느냐? 신규 채용할 때 정규직에게 특권을 줘야 하느냐? 바로 이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차이가 존재한다. 명찰을 보면 다르다. 이건 인간을 차별하는 짓이다. 예컨대 정규직에 (채용에 대해) 특혜를 주면 비정규직이 그만큼 취직할 확률을 떨어뜨리는 거다. 문을 그만큼 닫는 거다. 그런 면에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친다. 그래서 특권적인 노동자라는 거다.


특권이냐
VS
특권이 아니냐 

<참혁>|일단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세습’이란 단어는 결국 노동귀족이라는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인가?

김기덕|나는 노동귀족(특권적 노동자)이라고 보지 않는다.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가 되니, 가산점 문제가 세습이라고 비난받게 된 거다. 만약에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될 거냐? 나는 그렇게 안 본다.

비정규직은 3천5백 받는데 정규직은 6, 7천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데 차이가 발생한다, 이건 당연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난한다고 해결되는 일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현대차지부가 제출한 요구안을 가지고 비난을 해선 안 된다. 현대차지부는 자기 조합원의 어떤 요구안도 사용자에게 던질 수 있다. 법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현대차지부의 단협안이 만약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되느냐 마느냐라는 중대한 문제라면 당연히 현대차지부가 비난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가산점 부여 요구를 현대차지부가 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나? 절대 아니다. 

대법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이 나왔지만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지 그 판결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요구는 금속노조가 해야 한다. 금속노조 조합원이니까. 금속노조 위원장이 당연히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현대차지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기원|우선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건 요새 갑자기 만들어지는 말이 아니고 엥겔스가 한 이야기다. 엥겔스가 했으니까 무조건 옳으냐 그건 아니지만 노동자 사이에 대우의 차이가 존재하고 그 차이가 의식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 대기업 정규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위해서 쓸 필요는 없다. 계속 강조하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전에는 블루칼라 사이에서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있긴 있었지만은. 블루칼라 사이에서는 큰 격차가 없었다. 그런데 87년 이후에 대기업 노조에서는 계속해서 (특권을) 확보하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 사이에 분단현상이 생겼다.

김 변호사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문제에 왈가왈부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노조가) 왈가왈부 했다. 비정규직을 17% 이상은 뽑지 마라, 회사하고 합의 봤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 그게 자기들도 보니까 뻔한 거지. 힘든 일 비정규직한테 시키면 되는 거고, 그 다음에 (비정규직이 정규직 고용의) 안전판 되는 거고.

물론 노조가 해주면 좋다. 하지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도 발언을 못한다. 현대중공업 때 발언했다가 (민주노총에서) 떨어져 나가버렸다. 지하철도 떨어져(탈퇴) 나갔다. 현대차노조 세습 문제 나오니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입 꽉 다물고 있다. 떨어져 나가면 상납금(상급단체 의무금) 떨어지고 노조 운영이 곤란한 거다.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그러지 말고 제도를 바꾸면, 세제를 바꾸면 된다. 왜 대기업 노동자가 자식에게 세습시키려고 할까?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격차를 줄여주면 그런 요구를 안 하게 된다. 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 노조간부들이 하는 이야기가 뭐냐면, 제일 처음 꼽는 게 고용불안이다. 고용불안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만 그걸 다른 말로 바꾸면 현재 특권적 지위를 상실할까하는 공포다. 다른 노동자에 비해서 이게 엄청난 특권이기 때문에 그 공포가 대단한 거다. 그 공포를 줄여주자. 정규직 노동자한테 빼앗아 줄여 주는 게 아니라 쓰리 쿠션을 하자는 거다. 세금으로. 실제로 세제개편과 같이, 제도를 바꾸면 대기업 노동자한테도 장기적으로 좋다.

김기덕| IMF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정규직조차 정리 해고가 법제화되면서 고용이 불안정하게 됐다. 이런 부분은 다 인정할 거다. 87년부터 97까지 10년간 노동자들은 노조운동에 통해서 실질 임금을 2배 정도 상승시켰다. 10년 투쟁해서 두 배 정도 상승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97년 이후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그만큼 임금상승은 안 됐다. 97년 이전 상태를 계속 답보하고 있지 않는가.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뭔가를 더 차지한다고 해서 특권적이라 생각 안 한다.

김기원|97년 이전에 비해서 지금 노동자들의 생활이 두 배 세 배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시는 고도성장 시대였기 때문에 그러한 인상이 가능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중성장시대다. 그 다음에 87년에서 97년 사이에 실질임금이 2배가 된 것은 이전 독재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억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질임금이 올라간 것이다.

그 이후에도 계속 두 배씩 세 배씩 임금이 올라간다면 현대자동차조차도 문을 닫아야 된다. 그리고 오르긴 올랐는데 주로 어디가 많이 올랐느냐? 이게 대기업 정규직은 엄청나게 많이 올랐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과 격차가 점점 커져서 문제가 된 거다.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김기덕|현대차 같은 사업장에서 2, 30년 일한 노동자가 7천을 받더라도 그게 왜 많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사람들이 일하는 걸 지켜보면 일주일 간격으로 주·야간으로 일한다. 10시간씩. 일주일은 낮에 일하고, 일주일은 밤에 일한다. 내가 볼 때는 그렇게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절반을 밤에 일을 해야 된다. 사회생활이 단절된다. 공장 안에 갇혀 있는 거다. 관리·사무직들이 주 40시간 낮에 일하며 받는 것과 비교해서 과연 이게 특권이라고 볼 정도인가. 특권이라고 보지 않는다. 특권이 아닌 걸 특권이라 해서 문제 삼는 이게 문제다.

김기원|특권은 계속 강조하지만 상대적인 특권이다. (대기업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힘들게 일하는 근로자가 엄청나게 많다. 비정규직은 근무기간이 길어도 정규직만큼 (임금이) 많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차이는 계속 벌어진다. 그래서 특권이다. 다른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교해서 볼 때 상대적으로 특권이다. 그게 실력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히 많다. 이걸 시정하자, 이런 이야기다.

사회보장제도로 차이 좁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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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제도와 별개 문제다

김기덕|세금을 통한 사회보장제도로 격차를 극복한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노동자들이 80% 이상을 임금을 통해서 생존한다. 문제는 현재 시점에선 그게(사회보장이) 당장 눈앞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사회보장을 통해 해결된다고 해도 현대차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3천5백만 원 받고 5천만 원 받고 차별이 있다. 또 고용도 그만큼 불안하다. 현대자동차의 직접 고용 근로자도 아니니 (현대차지부의)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보장과 관련된 부분도 취약하다. 현대차에서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끝이다. 이런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복지를 통해서 해결 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은 비정규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로 인정이 돼야 한다.

김기원|세금만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안 된다는 건 맞다. 그렇지만 세금밖에 길이 없다. 세금에서 실질적 격차를 줄여 주면 된다. 왜 자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눠 고용하겠는가? 고도성장시대에는 이런 문제가 별로 없었다. 아니, 그때도 있었지만 지금만큼 심각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고도성장시대가 끝난 거다. 중성장시대로 경제성장 단계가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고용문제 때문에 비정규직을 자꾸 쓰는 거다. 나머지 임금 문제인데 이 문제는 세금 가지고 격차 줄여주면 된다. (구조조정 되어) 딴 데 가서 중소기업에 근무하더라도 지금(대기업에서) 받는 것에 비해서 조금 기분 나쁘기는 하겠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귀족에서 상놈으로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것을 방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고용의 조정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을 할 거다.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도 비정규직 쓸 때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게 임금 오른 거하고 상쇄되기 때문에 비슷비슷하다. 그러면 정규직을 쓸 의지가 많아진다. 그래서 자본과 노동이 합치되는 길을 만드는 방법은 세금으로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거 아니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길이 없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북유럽 모델로 가야
 VS
이기심을 더욱 발현해야

김기덕|특권을 말씀하셨는데, 특권이 결국은 차이를 말한다고 말씀하셨고. 그렇다면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거냐?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으로 보장받는 게 특권이라고 여기면 (정규직의) 특권을 깎아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걸 특권이라 보지 않으면 비정규 영세사업장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확보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나는 후자라고 본다.

그럼 어떻게 권리를 확보할 거냐. 결국 우리 사회에서 법이 허용하고 있는 범위에서 가능하다.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부분은 국가가 개입한다. 불법이라고 하고 공권력을 투입한다. 아예 권리 확보를 위한 접근을 못한다. 설사 (법을 뛰어 넘어 권리를) 확보해서 문서를 체결하더라도 그건 효력을 인정 안 한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결국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단위에서 해야 하는데, 그 단위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그 사업장의 사용자들과 협약을 체결해서 확보할 수밖에 없다. 기업별노조 만들어서 싸우든지, 힘이 영 부친다 싶으면 산별노조에 가입해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들도 산별노조(금속노조)로 가입한 거다.

금속노조가 조합원들의 권리, 욕망에 해당되는 것을 권리로 내세워서 싸우면 된다. 그럼 조합원들이 거기 따른다. 그걸 내걸고 싸우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금속노조로 힘이 다 집중된다.

현대자동차 조합원이 볼 때 현대차지부는 자기들 권리를 요구하고 싸우는데 금속노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자기 조합비 50%는 금속노조에 보내고. 자꾸 금속노조가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외면하는 거다. 조합원들이 금속노조가 내 권리를 위해서 일하고 있구나 생각되면 다 붙게 되어있다.

김기원|김 변호사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이기심에 따라서 행동해주는 게 좋은 일이라고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심을 북돋아서 그 이기심에 따라서 운동을 하면 우리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느냐? 그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1987년 이후에 한동안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을 이끌어가는 기관차 역할을 했다. 이게 10년 지나니 상대적 특권이 생기고 구조화됐다. 이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라고 하는 것이 자기 이기심의 적극적인 발현이지 비정규직에 반드시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임금을 요구하고, 특히 (자녀우선채용과 같은) 세습을 하면 비정규직 신규채용에 저해가 된다. 신규채용은 반드시 젊은 사람만 뽑는 게 아니고, 현대자동차에서 몇 년에 한 번씩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도 한다. 그러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대기업 정규직이) 일정하게 제한을 하는 거다.

사실 근본적인 격차, 상대적인 특권의 격차 이게 중요한 문제지 세습하느냐 안 하느냐 이거 빙산의 일각이다. 빙산 밑에 있는 두꺼운 구조, 우리사회의 노동시장 분단구조, 이게 더 큰 문제다. 대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는) 솔직히 35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별도로 1천만의 중소기업 노동자가 있다. 노동환경도 나쁘고 임금도 형편없는 노동자가 있다. 사람은 부당한 거는 못 참는다. 내가 능력이 비슷한데 왜 못 받느냐? (부당함을) 못 참으니까 사회 갈등이 생기는 거고, 행복하지 않은 거다. 우리가 행복한 사회로 가려면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야 되는 거다.

사회주의가 내건 평등의 생각, 이거를 시장경제에서 최대한으로 실현한 북유럽 사회가 있다. 그걸 향해 나가는 게 맞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기심을 적극 고양시켜서 혁명으로 간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여튼 대기업 정규직의 이기심을 고양하자는 거는 예전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만큼 의미가 없다.

“정규직 노동자는 싸울 수 있는 걸 내세워서 쟁취해야지 물러서서는 안 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김기덕|나는 노동자들이 투쟁해야 한다, 자기 권리 찾아야 한다, 노동을 통해서 회사를 세우고 확장을 해왔으면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사회의 법질서 안에서 가지고 있는 사고다. 투쟁을 이야기하고 자본과 사용자에 대해서 대립적인 그런 부분을 내세웠는데, 이 사회 법질서 안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법)질서 내에서 노동자 권리는 어떻게 확보할 거냐다. 사용자의 권리는 그냥 태어나면서 갖고 있도록, 상속을 받으면서, 주식을 양도받으며 지위를 획득하게 법질서가 세워져 있다. 노동자는 그게 없다. 노동자는 사용자와 노동계약을 통해서 노동자의 지위를 통해서, 노동을 제공하고 그래서 임금을 받고 생존을 한다. 그럼 노동자들은 싸워서 권리를 확보해라, 지금(싸우기 전)은 권리란 아무것도 없다. 아예 이렇게 (법을) 만들어 놨다.

이 질서는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욕망이나 이기심, 요구를 사용자와 싸워서 권리를 확보해라. 이렇게 되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너의 욕망이 문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보다 못 받는 비정규직노동자 있으니까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는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차이가 발생하고 특권이 되는 거니까 요구하지 마라, 이래서는 안 되는 거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구축돼 있는 질서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뭐냐? 자기들이 발산할 수 있는 욕망의 최고치를 쟁취하면 된다. 싸울 수 있는 부분에서 그걸 내세워서 쟁취해야지,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자기보다 못한 약자 처지에 있는 노동자가 있네, 없네 하면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이 지금 10년 동안 해 온 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의 권리 주장, 이걸 위해서 IMF 이전에 투쟁했던 것처럼 죽자 살자 투쟁하면 된다. 그때(민주노조운동 초창기) 현대자동차에서 다른 투쟁했나? 자기들 임금 더 내놔라, 자기들 정리해고 하지 마라 이러고 싸운 거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만큼의 권리를 확보하는 거, 정규직이 양보를 해야지 차이를 없애고, 특권을 폐지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지점에서 달리 생각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이 자꾸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 얘기에 매몰되어 자기 사업장, 조합원 권리를 내걸고 예전처럼 싸우지 못하는 게 문제다.

김기원|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정규직에 매몰돼야 하는데 비정규직에 매몰돼서 제대로 못 한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이) 말은 많이 한다. 그러나 실제로 비정규직이나 사회약자를 위해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했나? 이런 거 별로 없다. (김 변호사는) 나와 정반대로 사물을 보시는데, 사회적 강자를 위해서 노력을 하시라! 사회적 약자가 아니고. 중소기업 노조나 비정규직이나 미조직노동자들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고 이쪽(정규직)에 신경을 더 써라! 이래가지고 노조가 어떻게 될까? 이게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까? 이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 (현대차 문제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제3노총도 생길 텐데, 더욱더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돈 문제, 실리문제에 집중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더욱 (정규직에) 힘을 쏟자고 이야기하면은…. 사회발전에 도움 안 된다.

<참혁>|두 분의 치열한 토론이 장장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여기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보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토론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차지부에 대한 일방적 매도나 도덕적 비난은 옳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면 두 분이 일치한 의견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해결책에 대해서도 김 교수님은 사회복지제도를 통한 특권의 철폐를 주장한 반면, 김 변호사님은 노동조합이 자기 권리 획득을 위한 투쟁에 더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어쩌면 학자와 현실 변호사로서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 토론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이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 두 분 오늘 너무 수고하셨고 감사드린다.

진행 정우성 기자 
정리 박석모, 오도엽, 박종훈 기자
사진 봉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