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위치를 모기에게 알리지 말라!
내 위치를 모기에게 알리지 말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7.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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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곤충의 대명사…산란기 ‘암모기’만 동물 피 빨아
이산화탄소로 공격 대상 찾아…모기 흡혈 방해 물질 발견
▲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기자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요즘,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는 친구가 있다. 한국에만 56종, 전 세계적으로 3,500여종이 살고 있는 ‘모기’다. 살금살금 다가와 찰나의 따끔함과 긴 가려움의 여운을 남기고 떠나는 그대 이름은 모기. 모기여, 이번 여름엔 날 좀 모른 척 하면 안 되겠니?

전염병 옮기는 주범

모기의 별명은 ‘드라큘라’다.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살기에 붙여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기는 이 별명을 억울해한다. 풀잎에 맺힌 이슬만 먹고 살기 때문이다. 평소 이슬과 식물의 꿀, 수액 등을 먹는 순한 모기에게 무시무시한 흡혈귀라니! 왜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일까?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오직 ‘임신한 암컷 모기’다. 이들은 뱃속에 들어찬 알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 임신한 여자가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음식을 찾는 모습과도 조금 닮았다고나 할까. 결국 모성애에서 시작된 흡혈인 셈이다.

자식을 먹이겠다니 한두 번 물려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따지고 보면 모기도 우리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생물 중 하나가 아닌가. 가려움과 따끔거림 정도를 참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럴 수 없다. 모기는 피를 빨기만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여러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나 뎅기열, 황열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체가 바로 모기다. 이들에게 잘못 물렸다가는 생각보다 오래 병원 신세를 져야할지 모른다.

이산화탄소로 먹잇감 찾아

그러면 모기를 어떻게 피할까. 이미 시중에는 다양한 모기퇴치법이 나와 있다. 모기향과 스프레이는 물론이고, 전기 모기채와 초음파 모기퇴치법, 레이저 총, 스마트폰 앱까지 모기를 쫓기 위한 도구로 등장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향이나 전파 등으로 모기를 쫓고, 가까이 다가온 모기를 확실하게 잡는 방법들이다. 물론 모두 훌륭한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모기가 나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적이 나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공격조차 할 수 없을 테니까.

마침 최근 <네이처>지에 이를 가능하게 해 줄 물질 3가지가 발표됐다. 이 물질들은 모기가 먹잇감을 찾는 걸 방해하거나 길을 헤매게 만든다고 한다. 모기는 체온이나 습도, 냄새, 동물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민감하다. 이렇게 느낀 정보들을 토대로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로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여성이나 대사기능이 활발한 어린이, 건강한 성인이 모기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이번에 발표된 물질은 암컷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3-뷰타네다이온·2-부탄올·헥산올

모기는 이산화탄소의 미세한 농도 변화까지 알아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사람의 위치를 알고 공격한다. 만약 모기가 이산화탄소 농도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떨까.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몰라 피를 빨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아난다산카 레이 박사팀이 발견한 물질을 이용하면 이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이 찾아낸 물질 중 ‘3-뷰타네다이온’은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느끼지 못하게 방해한다.

이 물질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인데 휘발성이 있다. 연구팀이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모기 3종류로 실험한 결과는 놀라웠다. 3-뷰타네다이온에 노출된 모기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곳을 찾지 못한 것이다. 다른 종류의 모기와 초파리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3-뷰타네다이온에 노출된 모기들은 여러 가스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끼게 돼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2-부탄올’은 이산화탄소와 비슷한 냄새를 풍겨서 모기를 다른 곳으로 유인했다. 이 물질을 모기퇴치기의 미끼로 활용하면 모기를 엉뚱한 곳으로 보내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헥산올’은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느끼는 능력을 떨어뜨렸다.

값싼 모기퇴치제 개발

물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모기를 퇴치하는 덫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모기를 유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드라이아이스나 가스 실린더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운반도 쉽지 않다. 아프리카 등 가난한 지역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번 신물질은 값싼 모기퇴치제를 만들 가능성을 열었다. 더 싸고 효과 좋은 차세대 모기퇴치제가 개발된다면 모기로 인한 전염병 사망자는 크게 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모기에게 내 위치를 알리지 않을 그 날이 빨리 오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Tip1 생활 속 모기퇴치법

1. 모기가 싫어하는 환경 만들기 : 모기 유충(장구벌레)은 고인 물에 잘 산다. 화장실이나 싱크대를 마른 수건으로 자주 닦고, 꽃병 물을 자주 갈아주자. 라벤더, 아래향, 구문초, 타임, 제라늄 등 모기가 싫어하는 식물이나 계피 가루를 놓아두자.

2. 청결한 몸 상태 유지 : 모기는 냄새에 민감하다. 다양한 채취를 줄이고, 향이 자극적인 스킨이나 비누, 향수 사용을 줄이자.

3. 밝은 색 옷을 헐렁하게 : 모기가 좋아하는 어둡고 습한 곳, 빨강·파랑·검정 등 진하고 어두운 색상을 피하자! 

4. 모기퇴치품 활용 : 모기장, 모기향, 살충제,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는 여름철 필수품이다.

5. 비타민B1을 많이 먹자 : 하루 3번 비타민B1(티아민)을 25~50mg씩 먹으면 모기를 쫓아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티아민은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방출한다.

Tip2 간단상식

모기를 파리와 남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 모기는 파리목에 속하는 생물이다. '종속과목강문계'로 따지자면,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생물인 것이다. 모기의 영어 이름인 모스키토(mosquito)도 스페인어로 파리를 뜻하는 모스카(mosca)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