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노총이 파고들 ‘틈새’란 없다
국민노총이 파고들 ‘틈새’란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7.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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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태가 바로 ‘귀족 노동자’
노동3권 부정하는 시대에 ‘노사협조주의’는 관념일 뿐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새희망노동연대가 ‘국민노총’을 표방하며 출범을 준비 중이다. 과거 민주노총의 주력사업장들이었던 서울지하철노동조합, 현대중공업 등이 주축이란다. 과연 이름 그대로 새 시대, 노동자와 민중의 희망을 담을 수 있는가?

한국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이 등장하면서 노동조합의 본래 기능인 노동3권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요구가 분출되어온 역사다. ‘틈새’시장을 노리며 그들이 바라는 바, 제 3노총으로 ‘자주적’으로 서기 어렵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 탈퇴 투표에서 53%만 찬성했다. 공사 측의 전 방위적인 압박 속에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규약개정 사항인바, 2/3에 훨씬 미달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엉터리 유권해석이 아니라면, 두 번에 걸친 정연수 집행부의 민주노총 탈퇴투표는 조합원들에 의해 거부당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그 외에도 주축을 이루는 노동조합 역시 정권과 사측에 의한 집중적인 탄압과 감시 속에서 노동자들의 자주적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된 조건에서 특정 세력에 의해 ‘제3노총’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정권의 강력한 지원(?), 혹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기업주의 전폭적 후원 아래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최근 4.27 보궐선거에서 현대중공업노조 오종쇄 위원장과 현대미포조선노조 김원배 위원장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정연수 위원장과 오종쇄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을 비판하며 합리적 노조운동을 주창했던 배일도 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이렇듯 지금 제3노총을 주창하는 주력들 대부분 한나라당에 줄서기 해온 경력을 볼 때, 이들이 주창해온 ‘탈정치’는 곧 한나라당 지지를 본질로 하고 있다는 혹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광범위한 노동자와 민중의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성향에 비춰볼 때, 이들이 설 자리는 없다고 본다.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귀족’을 운운하며 비판했지만,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수배와 구속으로 탄압당하는 ‘노동귀족’은 없다. 이들이 보이는 행태야말로 우리 사회에 ‘귀족 노동자’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낱낱이 증언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제3노총을 주창하며 표방하는 ‘노사협조주의’가 현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한국의 노동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노동시장 양극화, 비정규직의 확산과 저임금 근로빈곤층의 양산으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희망을 잃은 사회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더욱 심화되고 있고, 최근 선거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은 노동3권의 실현을 통해서 진전되며, 이것이 헌법에서 보장된 ‘민주사회’의 징표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노동3권’이 정면 부정당하는 현실이다. 온건주의를 표방해왔던 한국노총조차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전면 투쟁을 선포하고 나서는 마당에 이들이 설 수 있는 ‘틈새’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딛고 있는 현실, 그들의 요구와 지향을 담지 않는 노동조합이 더 이상 설 자리는 없다.

이런 부정의한 현실과 맞서지 않고 회피하는 노동조합은 이미 ‘노동조합’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3노총은 시작은 요란하였으나, 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신기루와 같은 것일 뿐이다. 현실에서 한참이나 비켜서서 몇몇 ‘노동귀족’들의 머릿속 관념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