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기회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기회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7.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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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인구의 1/4인 베이비부머 세대…은퇴와 함께 직업세계도 격동할 듯
의료수요 증가 및 실버산업의 호황 예상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지난 5월, 통계청에서는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7%를 초과해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5년 전 같은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14세 이하 유소년인구는 120만 명이 감소했고, 노인인구는 106만 명 증가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 해 약 1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지만 지금은 불과 40만 명 남짓에 그친다. 소위 ‘베이비부머’라고 하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다. 그들과 더불어 대한민국도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대다수가 50대인 ‘베이비 부머’는 2010년 기준으로 730만 명, 취업자 수는 553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 4명 중 한 명인 셈이다. 경제개발의 실질적 주역이자 수혜자였던 이들의 은퇴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직업세계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격동이 예상되는 직업세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예상되는 직업세계의 변화를 짚어보자. 우선 고도성장,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헤치며 쌓은 그들의 전문성과 숙련도 함께 퇴장한다. 2,30대에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정신, 개척정신을 앞세워 실무능력을 익혔고 40대에 들어선 90년대에는 IT기술까지 익힌 그야말로 전천후 세대가 그들이다. 한마디로 직업세계에서 필요한 기초역량부터 응용기술까지 모든 사이클을 체험으로 습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생산현장에는 이들로부터 기술, 비법 등을 전수받을 젊은 세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기술공의 17.1%, 기능원의 32.1%, 장치조작원의 30.5%에 달하는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할 시점이 되면 현재 외면 받는 숙련공 몸값이 치솟을 것이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이 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부분은 40~50대다. 실제 생산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고도의 숙련과 기술을 보유한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다. 그리고 그들의 밑에서 일하는 우리 청년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생산현장에는 단순, 반복적인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계나 컴퓨터로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숙련과 전문성을 요하는 일들이 많다. 지금은 기능 인력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시대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 기술과 숙련, 노하우의 단절은 불가피하다. 길어봐야 10년 후인 2020년이면 산업현장에서 벌어질 일이다.

둘째,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고 있던 좋은 일자리들이 젊은 세대에게 열릴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 직장생활을 시작해 단군 이래 최고호황이었던 80년대를 누렸고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긴 베이비붐 세대는 전문직에 많이 포진해있다. 관리자의 39.3%인 22만 개, 전문가의 17.1%인 35만 개, 합쳐서 57만 개의 일자리에 이들이 종사한다. 관리자는 조직 내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고 인정을 받아야 오를 수 있는 직위이지만 교수, 연구원, 개발자 등 전문직종은 준비만 착실히 하면 청년층들에게 호기가 될 수 있다. 또, 관리자가 은퇴할 경우에도 연쇄효과를 감안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누렸던 좋은 일자리가 열리는 효과가 있다.

셋째,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 자체가 가져올 변화이다. 2008년 말 우리나라 총인구는 4,860만 명이다. 2009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에 4,934만 명에 도달한 다음 점차 감소한다. 출산율이 1.2명에 불과하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에는 한국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노인복지 및 의료수요가 크게 늘고 고령자를 위한 실버산업, 고령자 친화적인 일자리의 증가도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는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그 윗세대와는 다르게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역량이 뛰어나다. 뒷방 노인으로 그냥 물러앉지 않고 자영업, 전문컨설팅, 재취업, 귀농, 봉사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제2의 인생’을 모색할 것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의료수요 증가 예상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는 곧 환자 수의 증가를 의미하는 동시에 같은 세대의 많은 의사들이 고령화한다는 뜻도 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잘못된 의사수요 추산으로 미국이 ‘수술대란’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조지아주의 주요 신문사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의 보도에 따르면, 20여 년 전 의사수요를 잘못 추산한 결과 외과의사 부족 위기에 봉착해 2007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렸으나 앞으로 외과의 대란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장차 의료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고령은 통상 질병을 수반하여 의료수요를 증가시킨다. 나이든 베이비붐 세대 의사들이 대거 은퇴할 경우 의료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 일반적인 의사, 간호사 등은 물론이고 노인전문의사, 노인전문간호사, 경로도우미(silver sitter), 물리치료사, 간병인, 병원서비스 코디네이터 등에 대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노인전문의는 치매, 중풍, 노인성 정신병, 우울증 등 노인성 정신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노인전문병원이 생겨나는 등 노인 관련 의료 서비스는 발달하고 있어도 노인전문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노인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노인전문의에 대한 수요는 고령화와 함께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경로도우미(silver sitter)는 육체적, 심리적으로 생활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에게 가장 큰 적은 질병이다. 경로도우미는 노인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 응급상황에서의 간단한 조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가사, 간병, 말벗, 상담 등 정서적, 일상적 생활의 동반자 역할과 더불어 노인이 심리적 소외감, 무기력감 등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도 담당한다.

물리치료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물리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 기사로서 온열 치료, 전기 치료, 광선 치료, 기계 치료, 마사지 따위의 물리 요법에 따른 치료를 한다. 노화에 따라 각종 관절, 근육, 인대 등의 기능저하가 진행되기 때문에 인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물리치료사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한미 양국은 의사, 약사, 수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7개 보건의료 직종에 대해 자격상호인정에 노력하는 것에 합의했다. 미국 물리치료사의 평균연봉은 2008년 기준 73,000달러로 높으며 취업전망도 밝은 편이다.

애플족을 잡아라

한편, 베이비붐 세대의 높은 구매력과 연결하여 그들의 은퇴생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과 개별적으로 가입한 각종 연금 수혜를 받아 베이비붐 세대 중 대다수가 최소 월 200만 원 이상의 소비계층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사회시설과 조직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산으로, 도시근교로 몰리고 있다. 지금도 춘천, 천안, 영종도로 향하는 전철에는 노인들이 가득한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그야말로 초만원이 될 것이다.

이른바 ‘애플족(APPLE: Active, Pride, Peace, Luxury, Economy, 활동적이고 자부심 강하고 안정적으로 고급문화를 즐기는 경제력 있는 노인층)’의 전성시대에 발맞추는 업종의 부상이 예상된다. 노년층의 1/4가량은 레저, 여행, 운동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의향을 가지고 있다. 골프와 관련된 여행이 매년 100% 이상 증가하는 데는 노년층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여행가이드, 여행상품개발자, 항공기조종사, 항공기정비사 등 노년층의 여가와 관련된 직종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7080세대(1970년대와 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사람들)를 겨냥한 콘서트 붐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공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을 위한 공연 산업, 미용 산업, 출판, 의료기 렌탈, 건강식품, 여행, 주택 산업 등도 유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