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노동, 더 이상 이대론 안 된다
심야노동, 더 이상 이대론 안 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7.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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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자 84% 수면장애 … 심야노동 안 하면 생활 안 돼
금속노조, “자동차산업 전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해야”

▲ 지난 2008년에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금속노동자들의 수면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교대근무자의 84%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면장애의 핵심원인은 심야노동으로 지적됐다.

금속노조는 20일 오후 중구 정동 소재 환경재단에서 ‘금속노동자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와 주간연속2교대제의 사회적 쟁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로 구성된 연구팀은 금속노동자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설문지를 배포해 수거된 설문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대근무자 1,773명, 비교대근무자 267명이 설문에 응했다. 이날 발표된 결과는 중간결과로, 연구팀은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보강해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낮은 수면의 질, 주간 졸림증, 불면증 중 한 가지라도 정상이 아닌 경우를 수면장애로 볼 때, 교대근무자의 84.15%, 비교대근무자의 67.79%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 가지 모두 정상이 아닌 경우는 교대근무자의 30.06%, 비교대근무자의 16.10%였다. 세 가지 모두 가장 심각한 단계인 경우도 교대근무자의 2.88%, 비교대근무자의 1.87%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교대근무, 특히 심야노동이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핵심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심야노동은 또 수면장애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 등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비교대근무자의 경우에도 수면장애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상시적으로 장시간노동에 노출된 노동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심야노동이 수면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금속노동자들이 심야노동을 하는 것은 연장근무수당이 없이는 생활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2.2%에 달했다. 당장 생활이 어렵지 않아도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 심야노동을 한다고 대답한 이들도 24.5%에 달했다. 결국 금속노동자들은 임금 때문에 심야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연구팀의 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금속노조 하영철 정책국장은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들은 2009년 기준 연간 평균 2,240시간을 노동하고 있고, 52.7%의 노동자들이 한 달 평균 3회 이상 특근, 철야를 하고 있다”고 장시간노동의 실태를 설명한 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이처럼 반강제적으로 주야맞교대 야간노동과 초과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야간노동과 연장노동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의 주장에 동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와 심야노동 철폐를 주장해왔던 금속노조가 심야노동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바 있으나, 실태조사를 통해 심야노동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속노조는 기업단위를 넘어 자동차업종 전체로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완성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가 향후 얼마나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