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도 내장비만도 모두 ‘해’ 때문이야~♬
주름도 내장비만도 모두 ‘해’ 때문이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7.29 13:5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부에 닿는 햇빛은 광노화의 주범
자외선이 피하지방 억제해 내장지방 늘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는 8월이다.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몸을 그을리며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태양빛, 정확히는 자외선이 피부에 닿아서 생기는 일들을 알면 이렇게 여유 부리며 누워있지는 못할 것이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등의 상처는 약과다. 기미나 잡티처럼 고운 피부에 평생 남는 자국은 물론 주름이나 피부 처짐, 심지어는 내장지방이 쌓이는 이유도 자외선 탓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광노화, 햇빛이 피부를 늙게 한다

여자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거울 앞에서 내쉬는 한숨도 늘어난다. 눈가와 입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살 때문이다. 이럴 땐 대부분 나이 탓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피부과학자들은 ‘주름은 나이 탓이 아니다’고 말한다. 얼굴에 나타나는 주름 등의 노화현상은 70%가 햇빛 때문이다.

정말 햇빛이 피부를 늙게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할머니들의 피부를 관찰해보자. 이들의 얼굴이나 손처럼 밖으로 노출된 부분과 숨겨진 속살을 비교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햇빛에 노출된 부분은 쭈글쭈글하고 잡티도 많지만 속살은 주름도 적고 잡티도 적다. 이처럼 햇빛 때문에 피부가 늙어가는 현상을 ‘광노화’라고 부른다.

우리가 햇빛을 쬐면 피부 속 콜라겐이나 엘라스틴과 같은 단백질이 불균일하게 많이 쌓인다. 이 단백질들은 피부를 매끄럽고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물질들인데, 이것이 변형되거나 불균일하게 쌓이면 피부에 탄력이 줄어들고 굵은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또 햇빛은 주름뿐 아니라 얼룩덜룩한 잡티, 그리고 피부 처짐 등을 일으켜 얼굴을 추하게 만든다. 강한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두꺼워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볼리비아 라파스에 사는 아이마라 인디언에게서 볼 수 있다. 이들이 사는 곳의 높이는 해발 3,500m라 강한 햇빛을 받는데, 이 때문에 피부가 가죽처럼 두꺼워졌다.

ⓒ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자외선 노출, 피하지방 줄이고 내장지방 늘이고

햇빛 중에서도 보라색 바깥의 짧은 파장(자외선)이 피부를 빨리 늙게 만드는 주범이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다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파장이 우리 피부에 영향을 준다. 자외선 중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을 UVC, 중간 길이의 파장이 UVB,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은 UVA다.

UVC는 지구로 들어오면서 오존층이나 대기 등에 주로 흡수된다. 그래서 우리 피부에 영향을 주는 것은 UVA와 UVB 일부다. UVB는 짧은 시간에 피부의 바깥 부분과 피부 안쪽까지 들어가 피부에 상처를 입힌다. 태양빛을 많이 쬐었을 때 피부가 빨개지거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물집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UVB 때문인 것. UVA는 피부 깊숙이 들어가 피부를 검게 만든다. 또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시켜주는 물질인 ‘콜라겐’이나 ‘엘라스틴’을 변형시켜 피부를 늙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서울의대 피부과 정진호 교수와 이은주 박사팀이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은 피부 아래 지방세포가 지방을 만들지 못하게 막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외선을 많이 쬐면 피하지방이 줄어드는 것이다. 피하지방이 줄게 되면 피부의 볼륨감이 사라져 피부가 처지거나 주름이 생기게 된다.

연구팀은 5명의 자원자를 통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엉덩이 피부에 자외선을 쬐는 방법을 통해 피부 아래에서 지방합성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받은 자외선 양은 한여름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 햇빛을 쬐면 받는 자외선 양과 같았다. 또 연구팀은 노인 7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의 피하지방에서 지방합성이 약 40% 줄어드는 것도 확인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마신 뒤 이를 소화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사용할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게 되면 지방으로 만들어 피부나 내장에 쌓게 된다. 이런 지방들은 보통 피부 밑에 85%, 내장에 15%가 각각 저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외선을 많이 쬐면 피부 아래에 쌓이지 못한 지방이 내장에 쌓이게 된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당뇨병이나 심장병, 고혈압 같은 합병증이 많이 올 수 있다. 결국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노화뿐 아니라 온몸의 건강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지금까지 자외선을 쬔 피부에서 지방이 줄어드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자외선이 피부를 통과하면서 모두 흡수돼 피하지방세포까지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 때문에 얼굴이나 목, 팔 등에 피하지방이 없어져서 볼륨감이 줄어드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또 있다. 우리 피부 바깥에 있는 표피세포에서 지방합성을 억제하는 물질이 나온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피부 바깥에 있는 표피세포에서 특정한 물질이 나오지 못하게 막자 자외선을 쪼여도 지방이 합성됐다. 이 물질은 IL-6, MCP-3, PlGF 같은 단백질인데, 만약 이 단백질들을 조절하는 화장품이 개발되면 원하는 부분에 피하지방 양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탄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햇빛 속 자외선이 우리 몸에서 중요한 지방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이제부터 무리하게 햇빛을 쬐는 활동은 줄여야겠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꼭 자외선차단제도 바르고 말이다. 자외선만 잘 피해도 ‘동안피부’에 건강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