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소외된 노동자 조직률부터 올려라
노조, 소외된 노동자 조직률부터 올려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7.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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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위축, 내부에서 원인 찾아야
법은 최악에 대비…정부·법원, 엄격하게 해석해야
[인터뷰 1] 주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5월 1일, 정부는 노동 분야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이날 훈장을 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던 변호사도 포함돼 있었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완 변호사가 바로 그다.

주완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가 아닌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노·사·정을 가리지 않고 두루 만나며 소신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색분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주완 변호사는 오늘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주완 변호사가 생각하는 상생의 노사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를 위해 노·사·정은 각각 무엇을 해야 할까? “과분하다”는 말로 석탑산업훈장 수상소감을 대신한 주완 변호사를 만나,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노사화합을 위한 중재자가 필요하다

노동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어떤 활동이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고 보는가?

“노동절에 주는 산업훈장은 노동운동을 해서 공적을 쌓은 분들에게 주는 상이다. 그분들은 자기 인생을 희생하신 분들인데, 나는 희생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했을 뿐이다. 봉사한 사람에게 상을 주신 것 같아서 과분하다.

굳이 추측하자면 한국노총 자문변호사이기도 하고 노동부 자문변호사도 하고 있고 경총 자문변호사도 맡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도 몇 년 전에 공로상을 받았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버스, 택시 조합원들을 위해 100% 무료변론을 한다. 그런 활동을 인정받은 것 같다.

올해 16년째 노동부 자문변호사를 하고 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위촉됐다. 그동안 1998년도 법을 만든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전문위원부터 시작해서,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 노동부에 설치된 거의 모든 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면서 봉사했던 게 인정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노동부 자문변호사 15년을 맞아서 그동안 자문했던 자료를 묶어서 3천여 페이지가 되는 책을 냈다. 그만큼 오랜 기간 많은 양의 자문을 했다.

경총에서도 노동법 관련 교육을, 특히 중소기업이나 작은 규모 기업의 노무관리자들을 교육했다.”

그동안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온 데에는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다.

“근대 노동운동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투쟁과정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의 착취가 엄연히 존재했고, 그런 갈등과정에서는 양쪽을 위해 활동한다는 것은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의 노사관계는 상생의 논리, ‘윈-윈’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 노사화합을 위해 중재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쪽에 서서 투쟁을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상생할 수 있는 중재자다. 그러자면 양쪽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 있고, 양쪽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공공영역에서는 정부가 그런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민간영역에서도 반드시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운데 있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회색분자라고 매도하는 풍토에서 굉장히 힘들었다. 노측 아니면 사측 중에서 선택하라는 논리다. 그러나 나는 여태까지 노사정을 위해서 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고, 후회도 없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졌나?

“내가 79학번인데 대학 다닐 때, 그 시대에는 누구나 국가와 민족을 걱정했고, 나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야학도 하고, 종교 단체를 통한 노동운동에도 참가했다.

사실은 국제거래법 석사학위를 받았고, 통상법을 하려고 첫 직장생활을 1988년도에 대우 사내변호사로 시작했다. 1987년도에 6.29선언이 있었고, 민주화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대우 입사하던 1988년도였다.

사회적으로도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지만, 많은 회사에 노조가 설립되고 노사갈등이 굉장히 심했다. 당시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의 권유도 있었고, 스스로도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내가 나서면 사측이긴 하지만 대우그룹의 노사관계 안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대우그룹 법무팀에서 인사팀으로 소속을 옮기면서 전공을 바꾸게 됐는데, 그 이후로 계속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부, 이념과 철학이 없다

오랫동안 노동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러 정부를 거쳤는데, 현 정부를 포함해 각 정부들이 추진했던 노동정책의 특징과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최근 우리 역사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정부도 이념과 철학에 기초한 노동정책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친 노동적인 정부였느냐 친 기업적인 정부냐 차이는 있지만, 구체적인 노동정책에 있어서 뚜렷한 색깔과 내용, 이념을 제시한 정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떤 노동단체와 전략적 제휴를 했느냐는 들여다볼 수 있지만, 어떤 정권이 어떤 정책을 추진해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내놓은 정부가 없다. 다른 건 다 있는데, 노동정책은 없다. 그게 문제다. 내년 12월이면 대선이다. 다음 정권부터는 ‘나는 이런 노동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비정규 문제는 이런 방향으로 해결하고 싶다’, 혹은 ‘복수노조 문제는 이렇게 정착시키고 싶다’, 이런 구체적인 이념과 철학에 기초해서 중요한 노동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까지 가지고 있는 지도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게 노동법 전문가로서의 바람이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과거에 비해 노동운동이 위축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노동운동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미안하지만, 지금 질문한 내용 자체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외부에도 원인이 있지만 내부원인도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내부 원인에서 노동운동 하는 분들이 찾아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고 표현했는데 힘을 잃는다는 것은 지지 기반을 잃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기층 노동세력과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겸손한 자기반성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가 뭐냐? 단순하다. 최근 노동단체들이 제시한 정책들이나 보여준 모습이 노동자와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 아니냐 하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거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노조조직률이 10% 내외다. 그나마 대기업 노조조직률이 8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노조가 필요한 중소기업 노조조직률은 5% 선 아닌가 생각한다. 진짜 노조가 필요한 이들은 저소득 근로자들이고, 소득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인권유린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 상 알려진 바다.

과연 노동단체들이 초심과 같이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얼마만큼 신경을 쓰고 있느냐? 대기업노조를 상대하면 재정적으로 조합비도 많이 받고, 관리도 쉽고,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그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힘을 가지고 노동운동을 이끌어야 하는 그런 면도 이해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정치적인 방법론일 뿐이고, 노동운동이 정작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저소득 근로자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진 중소기업, 그쪽으로 힘을 쏟아야 할 텐데, 국민 누가 보기에도 과연 우리나라 노동단체들의 그런 노력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작 보호 받아야 할 저소득 근로자가 배반감까지 느끼지 않겠는가? 신문에 나도 전혀 우리와는 별개의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노조조직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냥 높이는 게 아니라 저소득 근로자를 위해 노조조직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공로인정도 못 받고 자기 돈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들, 통계수치에 따라서 비율이 달라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근로자 중 엄청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지금 비정규직에 대한 해법도 그렇지만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이 훨씬 낮을 거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정규직에 비해서 근로조건이 훨씬 나쁜데도 조직률이 떨어진다.

비정규직 문제만으로도 지금 노동운동 하는 분들이 다들 정규직 출신들이기 때문에, 심한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벌써 계급화 돼 있지 않느냐 하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노동에 대한 강경정책 때문에 노동운동의 힘이 떨어진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노동운동 내에서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

노동계 내에서 복수노조가 노조조직률 높이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는데, 정말로 복수노조가 조직률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는가?

“확신이 별로 안 선다. 보통 노동전문가들이 이런 중요한 문제가 있으면 논문을 많이 내놓는데, 다들 나 같이 확신이 안 서는지 그동안 논문이 두 개밖에 안 나왔다. 노동연구원 이성희 박사는 10% 정도 증가를 예상했고, 고대 노동대학원 김동원 교수는 2~3% 정도 증가를 예상했다. 나는 김동원 박사 의견에 좀 더 가깝다. 별 영향이 안 될 것이다.

복수노조 때문에 느는 것은 일부 사업장에 국한되는 이야기일 뿐이고, 저소득, 중소기업, 이런 데서 늘리려고 하는 노동단체의 노력이 병행돼야 조직률이 느는 것이지, 복수노조만 허용됐다고 그 자체로 확대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복수노조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더 늘어나는 것이다. 없는 사업장은 그 전에도 생길 수 있었다. 거기에 대한 가입률, 조직률 제고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왜 낮은지, 어디가 낮은지 고민해야 한다.

옛날 같이 갈등구조 하에서의 노조조직률 제고에는 노조의 힘이 필요했다. 사용자의 방해로부터 이겨나갈 수 있는 노조의 힘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힘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조가 생기니까 회사가 생산성도 더 좋아지고, 고충처리도 더 잘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좋더라 하는 것을 사용자들이 느끼게 하는 게 상생에 기초한 노조조직률의 제고가 될 것이다. 이런 것에 기초해서 사용자가 먼저 노조를 선택하게 하는, 노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이채필 장관도 표현했듯이 노조와 함께 동반 발전하는 경영이 정착돼야 할 것 같다.

“어떤 분들은 노조 무용론을 얘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우리사회가 아직도 너무 권위주의적이다. 그나마 노조가 없으면 우리사회는 훨씬 권위주의적으로 갈 것이다. 노조의 기능은 반드시 근로조건 개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권위주의를 탈피하게 하는 그런 순기능도 같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사용자들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하고, 머슴론 같은 얘기들이 이제는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용자들이 인사관리, 노무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내가 아는 재벌 2세, 3세들이 MBA 하는 게 경향인데, 그분들 중에 마케팅이나 파이낸스를 주로 했지 HR, 인사관리를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인사노무에 대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징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노동조합, 노동자, 인사관리, 이런 데 대한 애정을 더 가지고 더 관심 가질수록 노동운동의 질도 높아지고 강도도 순화될 것이다. 사용자들이 경제학적인, 경영학적인 노력만 하지 말고 인사관리, 노무관리에 대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사측, 노측을 넘나들면서 일을 해보니까, 일부 기업들은 잘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런 부분에서 부족하다. 회사에서 인사관리, 노무관리를 하는 사람이 과연 어떤 인재인지를 보면 그 회사의 인사정책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어떤 회사들은 인사관리를 중요하게 여겨 우수한 인재들이 간다. 반면 어떤 회사들은 다른 부서에 우수한 인재들을 다 보내고 마지막에 인사파트로 보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법, 적용예외 필요

일부에서는 법의 허점이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정리해고나 직장폐쇄는 법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다. 1998년 법 이전에는 정리해고 제도가 없었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꼭 악용되는 건 아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의 운용의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조건을 보면, 통계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기업 근로조건을 100으로 보면 중소기업은 55~60밖에 안 된다. 그런데 대기업은 노조조직률이 85%고 중소기업은 5% 선이다. 설명이 안 된다. 노조의 기능이 저소득과 나쁜 근로조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두 번째, 어느 조직에나 나쁜 사용자와 나쁜 근로자가 있다. 국가의 역할은 나쁜 사용자를 엄벌하고 나쁜 근로자, 나쁜 노조를 없애고 엄벌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방치하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정리해고, 직장폐쇄는 최악의 상태를 예정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평소에 사용하지 못하게, 또는 최악이 아닌 경우에 사용되지 못하게 하는 게 정부, 법원의 역할이다. 그런 게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법은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그런 제도는 필요악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법원이 비상시 가동되는 제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엄격하게 집행하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쁜 사용자와 나쁜 노동자, 노동조합은 노사가 공동으로 몰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동단체도 나쁜 노조나 나쁜 노동자는 몰아내고, 퇴출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고, 사용자단체도 나쁜 사용자가 있으면 자체 정화노력을 통해서 그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노사가 그렇게 해야만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성립된다. 노사가 나쁜 것만 서로 욕하다 보니까 노사관계가 더 어려워진다.

나는 노동법 다원론자다. 과연 연봉 몇 억 받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상의 해고의 정당성 같은 보호를 받을 필요 있느냐? 반대로 예를 들어 10명 짜리 식당에서, 만날 주인하고 얼굴 마주대고 일하는 식당에서 해고의 자유를 빡빡하게 가지고 가야 하느냐? 다시 들여보내면 그 사람이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겠나? 그래서 아주 가족과 같은 분위기의 소규모 사업장과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노동법을 꼭 하나로만 고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노동법을 좀 다원화시켰으면 한다.

그것이 드디어 몇 년 전에 나타났다. 기간제 근로자 적용예외조항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소득 일정액 이상, 그리고 변호사, 의사, 이런 자격증 소지자는 2년 사용기간 제한 적용을 안 받는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노동법 다원론의 실현이다. 입법하는 사람이 생각하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아주 어렵게 일하는 기능직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는 계속 가되, 적용예외를 좀 만들어야 한다.”

우리사회에 그런 나쁜 사용자, 나쁜 노조를 퇴출시키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된 사례가 있나?

“그런 게 너무 없다. 그리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나는 나쁜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을 1년에 몇 십 건이나 직접 목격을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는 건수가, 검찰이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게 몇 건이나 되나? 추측이지만 불과 10여 건밖에 안 된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행정관청과 수사기관과 법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당노동행위를 축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나쁜 사용자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노조조직률을 높이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 노동법 변호사로서 제일 가슴 아프고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이 땅에 부당노동행위가 횡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금 체불하고서도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것 두 가지가 굉장히 아쉽다.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우리 경제수준이나 이런 것에 비춰볼 때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경제전문성·못 가진 자 애정 동시 가져야

그동안 노사정을 보아 오시면서 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정부에게 말하고 싶은 바는 여태까지 이야기한 것의 요약이다. 그 정부의 이념과 철학에 기초해서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장관들 보면 굉장히 젊고 스마트한데, 상대적으로 노동부 장관을 보면 아쉬운 면이 많다. 어떨 때는 그 정권의 색깔에도 안 맞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그게 엇박자 아니겠나? 일부 이야기이고 모든 장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노사관계학회, 노동경제학회, 노동법학회가 있고 노동전문가들의 풀이 있는데, 그중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좀 자주 노동부 장관으로 갔으면 좋겠다. 학회도 굉장히 많이 하고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많은 모임을 갖는다. 나름대로의 콘센서스가 많이 형성돼 있다.

이런 정통성을 가진 풀에서, 학회에서 자라난, 그리고 여기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이 장관으로 가서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문가 풀과 정부와의 호흡도 잘 맞고 정책을 집행하는 데 설득도 잘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바람직한 게 이채필 장관은 대한민국 노동부 장관 중에 첫 노동부 관료 출신 장관이다. 다른 부처는 벌써 많은 수가 이렇게 됐는데, 노동부만 지금에서야 됐다. 어떤 때는 다른 부처, 경제부처 출신이 노동부 장관으로 온다. 노동부에 대한 인식이 어떤 것이냐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노동부 관료 출신이 장관이 되고 노동전문가 풀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 장관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나 하는 일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과 못 가진 사람을 위한 복지정책 두 가지가 세계 어느 나라나 기본적인 틀이라고 본다. 여태까지는 많은 정권들이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은 굉장히 전문성을 가지고 잘해 왔지만, 못 가진 이들을 다루는 복지 문제에 우리는 아직까지도 너무 소홀하다. 그나마 이것을 노동운동이 지금까지 복지나 이런 문제의 흐름을 주도해온 것이다. 그래서 복지문제가 본격화된 것이다.

지금은 노동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세팅을 하고 복지로 넘어가는 것이 맞겠다.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이 있어야만 복지도 제대로 될 수 있다. 못 가진 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능력 있는 지도자도 나와야 하지만, 못 가진 자에 대한 애정이 결핍된 지도자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고 권력집단은 항상 경제성장에 대한 전문성과 못 가진 자에 대한 애정, 이 두 가지가 반드시 붙어서 갔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여서 우리나라 경제를 이렇게 끌어온 것에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근로자들의 생명과 여러 가지 희생 있었던 게 사실이고, 이제는 더 이상 무조건 원가, 효율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

창의성이나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복지는 정부가 할 일이라고 볼 것이 아니고, 기업 내에서의 화합과 창의력 발휘, 그리고 정부가 해야 할 복지 일부를 기업이 떠맡는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끌어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 인사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에서도 고충처리 측면에서 여유 있는 회사들은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사내에 배치한다. 왕따 문제나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회사 고충처리 차원에서 해결해주고, 그 사람이 이 작업에 안 맞는다든지 혹은 조직원들과 융화를 못하면 배치전환도 시켜주고, 이런 고도의 인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결국은 노동운동의 질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노력이 계속되면 노동운동도 훨씬 순화될 것이다.

아직도 부당노동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그래서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힘의 논리가 필요하다. 노조는 그런 조직을 위해서 20~30년 전과 같은 그런 모습, 그런 마음으로 지원해서 빨리 조직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근로조건이 좋은 사업장도 많이 있다. 이런 데에서는 상생을 위한 모습,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회사로 하여금 노동조합이 동반자로서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게 하고, 큰 역할을 맡기고 싶어 하도록 하는 협조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과도기적으로는 두 가지 정책을 같이 펴나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8년차다. 5년 전만 해도 노동법 전공할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2~3명 손 들었다. 노동에 대한 애정과 이념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노동법 전공 잘 안 하려 한다. 올해 손 들어보라 했더니 30명 손 들더라. 눈가가 촉촉이 젖은 기억이 있다.

이쪽이 너무 갈등 위주고, 전문가끼리도 서로 인사도 안 하고 노측이네 사측이네 하다 보니까 우수한 전문가들이 안 온다. 노사관계 분야의 분위기가 너무 경직된 게 전문가에게도 나타난 것인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젊은 변호사들이 노동법을 하겠다고 하는 것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금 더 서로 울타리를 허물고 서로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벽을 허물어줬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이 벽을 허물어야 현장에서도 허물어질 수 있다.

노동전문가들에게 이념과 철학에 상관없이 마음 터놓고 교류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