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 지키려면 정리해고 철회하라”
“노사합의 지키려면 정리해고 철회하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8.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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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조남호 회장, “3년 이내 정상화” 호소문 발표
노동계, 정리해고 철회 빠져 … “진정성 없다” 일축

▲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희망버스 기획단이 단식농성 중인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과 함께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리해고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진중공업 사태가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호소문에서 조 회장은 “가장 중요한 일감 확보를 위하여 단 한 척의 배라도 더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도피성 해외출장’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해외출장을 이유로 50여 일 동안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자 일부에서는 도피성 해외출장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 주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어 “당사의 수주경쟁력은 최소한의 인적 구조조정 없이는 회복이 어렵고 기업의 생존자체가 불가능했다”며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 무조건 정리 해고를 철회하라는 이야기는 결국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 기업과 임직원들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혀 정리해고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신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한진중공업 가족들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며 “회사를 떠나신 분들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가능한 모든 부분에 대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번 구조조정으로 퇴직하신 400명 중 희망퇴직자와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는 분에 대해서는 한 분당 자녀 2명까지 잔여 학업기간에 관계없이 대학 졸업 시까지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이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학자금으로 소요되는 금액은 100억 원에 이르며, 희망퇴직자는 퇴직금과는 별도로 최대 22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받게 된다.

조 회장은 또 “일각에서 회사가 수빅조선소에 ‘수주 몰아주기’를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나, 이는 8만여 평에 불과한 영도 조선소의 규모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와 선박 건조비용의 차이 등을 고려한 선주 측의 결정”이었다며 “수빅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영도조선소 또한 그 존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노조와의 합의내용의 철저한 준수와 현재 고용 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날로 214일째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겨냥해 “크레인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행위는 사태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위험하고도 불법적인 행위로 즉시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야5당 대표들이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에게 청문회 출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진보신당
이날 조 회장의 호소문이 발표되자 야당과 노동계, 희망버스 기획단 등은 즉각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야5당은 이날 오전 조 회장의 호소문이 발표되자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함께 오만방자한 악덕기업 한진중공업을 철저히 심판할 것이며, 이를 기점으로 전면적인 재벌개혁에 나설 것”이라며, 조 회장에게 ▲ 조건 없는 청문회 출석 ▲ 정리해고 철회 ▲ 탈세의혹 해명 ▲ 불법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도 이날 오후 서울 정동 소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노사간의 가장 핵심 쟁점인 ‘정리해고 철회’ 입장은 없었고, 알맹이 없는 미봉책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 정리해고 철회 ▲ 2009년부터 2011년까지의 3년간의 임단협 재개 ▲ 민·형사상 고소고발 및 손배가압류 철회 ▲ 영도 조선소의 장기적인 발전전망에 대한 노사간의 본격적인 교섭 진행을 사태 해결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금속노조는 이어 “조 회장이 노조와의 합의내용을 준수하겠다고 하면서도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2007년 특별합의와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을 중단한다’는 2010년 2월 26일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조 회장의 발표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희망버스 기획단도 이날 오전,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고문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발생한 모든 상황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라”면서 해고자 및 수많은 시민에 대한 사과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또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정리해고 제도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 회장이 직접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호소문에는 핵심 이슈인 정리해고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담기자, 그동안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해왔던 야5당과 노동계는 “핵심은 빼놓은 채 미사여구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조 회장이 제시한 해결책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비록 최고경영자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한진중공업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