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영정 앞, ‘안타까움’과 ‘반성’
어머니 영정 앞, ‘안타까움’과 ‘반성’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09.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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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소선 여사, 영결식과 노제 열려
대학로-전태일다리-모란공원까지 추도행렬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고 이소선 어머니 영결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고인을 기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소선 어머니를 마지막 보내드리는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안타까움과 반성이 남았다.

‘노동자의 어머니’ 고 이소선 어머니의 영결식이 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들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계, 정계, 사회단체,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석해 고 이소선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이에 앞서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고인이 생전 다니던 창신교회 이종복 목사의 집도로 발인 예배가 열렸다.

영결식은 상임장례위원장인 배은심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의 개식사를 시작으로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는 ‘어머니의 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전태일평전>을 집필한 고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 이옥경 씨의 조사, 양대 노총 위원장의 조사가 뒤이었다.

평소 고인과 친분이 절친하던 인사들은 조사 도중 목이 메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백기완 소장은 “희망버스, 강정마을 다 따라가려 하시다가 너무 빨리 가셨다”며 이소선 어머니를 부르짖고 고개를 떨구었다.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 이옥경 씨 역시 “중환자실에서 문병을 마치고 나오며 좀더 어머니께 도리를 다할 시간 동안 계셔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렇게 가셨다”며 안타까움에 흐느꼈다.

함께 나란히 영결식장 단상에 오른 양대 노총 위원장은 고인의 영정 앞에 ‘죄송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생전 그토록 바라시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동자들이 하나돼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불효가 가슴을 찌른다”며 “뒤늦게나마 이렇게 한데 모여 서러운 국화꽃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라는 말씀 가슴에 새기고 싸울 것”이라며 “전태일 열사와 함께 이 땅의 노동자들을 지켜보실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불의와 타협하지 말라, 어려운 일을 피해가려 하지 말라고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겠다”며 “여러분의 눈동자 속에서 전태일이 창을 열고 이소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고 이소선 어머니의 상여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멘 대형 걸개그림을 따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까지 약 2km를 행진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 대학로에서 영결식을 마친 추모 행렬이 노제를 위해 청계6가 전태일다리로 향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오후 1시부터는 전태일 열사의 흉상이 세워진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 인근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박래군 장례위원회 기획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노제는 고 이소선 어머니의 영정을 모시는 것을 시작으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추도사,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은주 진보신당 대표권한대행,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과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조사가 이어졌다.

또한 기륭전자와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전북고속 등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차례로 고 이소선 어머니를 보내는 글을 낭독하고 투쟁조끼와 기록, 안전모 등의 투쟁현장을 기리는 물건을 영정 앞에 올렸다.

노제가 끝나고 참배객들의 헌화가 이어지는 동안 장례위원회는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오후 4시부터 하관식을 가졌다.

▲ 노제를 마친 뒤,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많은 추모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이소선 어머니 하관식이 엄수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