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2년, 한마디로 ‘밋밋했다’
6기 2년, 한마디로 ‘밋밋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9.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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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멀어져 관료화된 간부가 문제
현대차 노무 대응 없이 금속노조 승리도 없다
[분석 ②] 금속노조 6기, 무얼 남겼나?

지금 금속노조에서는 7기 임원 선출을 위한 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단독 입후보한 박상철-허재우-김연홍 후보조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선거여서인지 크게 이슈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어쨌든 10월 1일부터는 새롭게 선출된 7기 임원의 공식적인 임기가 시작된다.

금속노조 7기 임기를 앞두고, 지난 2년간 6기 집행부의 공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앞으로 펼쳐질 7기 2년간의 임기는 6기 집행부의 공과를 출발선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이번에야말로 통합집행부 구성

이번 금속노조 7기 임원선거에 입후보한 박상철 후보조는 ‘금속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금속노동자의 총반격을 시작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에서 보이듯 이번 선거는 금속노조 내 주요 현장조직인 현장실천연대와 민주노동자전국회의, 현장실천노동자회가 각각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을 나눠 맡는 통합집행부를 표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선거일정이 시작되기 전, 금속노조 내 4개의 주요 현장조직들이 모여 통합집행부를 구성하자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박유순 금속노조 기획실장에 따르면 여기에 모인 4개의 현장조직들은 통합집행부를 구성하자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후보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원장 후보인 박상철 후보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힌 노동자전선이 논의에서 이탈했고, 나머지 3개 현장조직이 각각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후보자를 내기로 했다.

이 과정은 지난 2009년에 치러진 6기 임원선거와도 유사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6기 임원선거를 앞두고 위 4개의 현장조직에 새흐름까지 더해 5개의 현장조직 또는 경향(새흐름은 별도의 조직이 아니라 경향으로 존재했다)이 위기상황을 내세워 통합집행부를 논의한 바 있다. 당시에도 통합집행부 구성에는 동의했지만 후보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결렬됐다.

6기 임원선거 당시와 이번 7기 임원선거 과정에서 다른 점이라면, 6기 임원선거 때는 통합집행부 논의가 결렬되면서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진 반면, 이번 7기 임원선거에서는 논의가 결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후보자에 동의하지 못하는 조직이 논의에서 이탈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점이다.

사정이 어찌 됐든, 6기 임원선거 때나 7기 임원선거 때나 모두 위기상황을 전면에 내세우고 통합적 지도력을 강조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6기 임원선거 당시는 쌍용자동차지부에서의 77일 파업투쟁이 종료된 직후여서 많은 금속노조 활동가들이 자괴감에 휩싸였던 시기다. 거기다 임기의 중간을 지나면서 정점에 다다를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적 정책에 대한 우려 역시 컸던 시점이다.

당시 우려대로 2009년 말, 노조법은 노동계의 의견과는 다른 내용으로 강행처리됐고, 그에 따라 2010년 7월 1일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됐다. 이어 올해 7월 1일부터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강제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교섭이 가능하게 됐다.

7기 임기 동안,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실시된다는 점에서, 7기 임기도 활용하기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치일정을 앞두고 그동안 계속 후퇴했던 노동계가 ‘총반격’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온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못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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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이 있었지만 후퇴도 있었다

금속노조 6기 2년 동안, 앞서 언급한 노조법 관련 내용 외에도 몇몇 특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우선 다른 어느 때보다 투쟁사업장이 많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6월, 11년 만에 파업을 단행했던 구미지부 KEC지회가 대표적이다. 1년이 훌쩍 지났지만 KEC에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진행 중이다.

투쟁사업장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시작했다 하면 장기투쟁이 되기 일쑤고, 장기투쟁을 거치고 난 뒤에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경주의 발레오만도나 경남의 상신브레이크, 대림자동차, 구미 KEC, 충남 유성기업 등 금속노조 탈퇴 사업장들이 전국각지에서 생겨났다.

정리해고 문제 역시 금속노조 사업장들에서 대표적인 갈등의 이유가 됐다. 부산 한진중공업의 경우, 해마다 되풀이되듯 회사가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했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의 정리해고 발표 이후, 노사갈등은 극에 달해 10개월을 넘겨서도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 우선 지난해 10월에는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이던 기륭전자, 동희오토 등에서 비정규직의 복직과 관련된 합의가 이뤄졌다. 비록 그 규모는 각각 10명, 9명에 불과했지만, 오랜 투쟁 끝에 복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다른 한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 2년 이상 근무한 경우 구 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지난 2005년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해서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이후 오래도록 끌어왔던 논란을 매듭짓는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시 정규직으로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의 근로자임을 확인 받았던 조합원은 아직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 판결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며, 설령 판결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해당 조합원에 한정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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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울산1공장을 점거해 라인을 멈춰 세우는 사상 초유의 파업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파업이 의도했던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되고 그 이후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졌다는 점은 남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의 파괴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올해 발생했던 충남 유성기업사태는 장시간노동과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졌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산업에 만연한 주야맞교대와 장시간노동에 대해, 그동안 현대·기아차지부를 중심으로 논의해왔던 주간연속2교대제가 유성기업사태를 계기로 노동계 전체의 이슈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금속노조가 2차례에 걸쳐 진행한 직업성 암 집단 산재신청은 작업환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만하다. 아직까지 많은 노동자가 여기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금속노조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이다.

금속노조 6기 집행부가 핵심적인 과제로 꼽았던 기업지부 해소 문제는 또다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그 시점을 2년 유예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동안의 기업지부 해소 논의는 조직형식적 측면에서 기업지부를 해소해 지역지부로 편재하는 데에만 집중됐다. 반면 6기 집행부에서는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의 실질적인 공동사업을 통해 조직 간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공동사업기금을 배정하는 등 한 단계 진전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지부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덧붙여서, 과연 기업지부를 해소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완성인지, 기업지부를 해소했을 때 그 조직력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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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는 상급단체?

6기 집행부 임원이었던 김형우 부위원장은 지난 6기 2년에 대해 한마디로 ‘밋밋했다’고 평했다. “주변 정세는 역동적으로 흘러가는데, 금속노조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항상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이렇게 된 원인은 나를 포함한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들과 중앙 사무처 간부들의 관료화 때문”이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경험은 투쟁사업장에 갔을 때 조합원들로부터 금속노조는 투쟁현장에 보이지도 않고 뭐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부정하지 못할 현실이라 그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전부였다.”

김 부위원장은 이 같은 경험을 털어 놓으면서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반경 1㎞ 내에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현장이 지금도 있지만, 사무처 내에는 1년이 다 가도록 투쟁현장에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사람들도 있다”고 성토했다. 그게 바로 ‘관료화’됐다는 증거라는 것.

다른 한편,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자기 노조가 아닌 상급단체로 인식한다”는 지적은 박유순 기획실장이나 문상환 정책실장, 이창배 조직국장 등 금속노조 6기 집행부 간부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6기 박유기 위원장이 당선된 직후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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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에게 내 노조는 자신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노조”라면서 “지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각 기업지부나 사업장단위지회인데, 6기 때 기업지부 해소 문제가 물 건너가면서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중집회의 때 보면 각 지부장들이 자기조직보존 논리를 편다”면서 “그걸 깨지 않는 한 산별노조는 헛소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창배 국장은 “6기 임기 동안 수많은 투쟁사업장들이 생겼는데, 본조에서 그 사업장 하나하나를 챙기는 것보다는 각 지역지부가 중심이 돼서 해결하고, 본조는 공중전과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지부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며 “사무처 간부들이 각 지부로 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물론 본조가 공중전을 하고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면 곧 관료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사안이든 처음 투쟁이 발생하는 상징적인 사업장이 있을 터인데, 자기 지부 아니라고 발 빼지 말고 처음에 그런 사업장에 금속노조의 힘을 집중해서 우리(금속노조)가 원하는 대로 문제를 풀면 같은 문제를 겪게 될 다른 사업장에도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 박유순 실장은 “지금 금속노조의 구성을 보면 조합원의 70%가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이라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관리에 대한 대응 없이 금속노조가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성기업 사례에서 보이듯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사에까지 노무담당자를 파견해 그룹 차원의 노무관리 전략을 관철하고 있다는 것이다.

6기 동안에도 금속노조는 타임오프, 비정규직, 주간연속2교대제, 물량 밀어주기, 부품사 수익률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관리 전략이 배후에 놓여있다며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박 실장의 지적은 그렇게 산발적인 대응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관리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는 금속노조 6기 집행부의 공식적인 평가에서도 언급되는 문제이며, 7기 임원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과도 일치한다. 이렇게 볼 때 금속노조 7기 집행부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노무관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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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 응한 금속노조 간부들이 공감하는 것은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답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과 금속노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산별노조답게 움직인다는 의미는 김형우 부위원장과 이창배 조직국장의 입장에서 보이듯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궁극적인 목적이 산별노조로 뭉쳐진 힘을 활용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건강하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산별노조를 처음 건설하던 때의 초심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금속노조의 위상과 역할에도 맞물리는 이 문제 역시, 왜 금속노조를 건설하려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논의를 풀어 가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7기 집행부의 임기를 앞둔 지금,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6기를 포함한 과거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전망을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