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쌍용양회노동조합
<90> 쌍용양회노동조합
  • 김정경 기자
  • 승인 2011.10.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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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노조, 배려하는 노사
외부 환경 거센 변화 속 변치 않은 정신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1962년 5월에 설립된 쌍용양회는 내년에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최대의 시멘트 제조회사다. 현재 동해, 영월, 문경, 광양 4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연간 1,500만 톤의 시멘트와 클링커(clinker, 시멘트의 원료가 덩어리로 소성된 것)를 생산하고 있다.

쌍용양회의 역사를 보면 대한민국 시멘트의 역사가 보인다. 70~80년대 한창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시멘트 시장은 호황을 누렸고, 규모와 기술력을 앞세운 쌍용양회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들어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쌍용양회노동조합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기 위한 도약대에 올랐다.

ⓒ 쌍용양회노조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자세

쌍용양회노동조합(위원장 한광호, 이하 쌍용양회노조)은 1964년 설립된,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산하의 조직이다.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지만, 시멘트는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모든 건설산업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필수제품이다 보니 그에 따른 수요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시멘트산업이 건설경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80년대는 공장증설로 생산물량을 늘려 공급을 맞췄고, 90년대 접어들어서도 공급과 수요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져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아파트 건설이 주춤하고, 과거 값만 저렴했던 중국산 시멘트가 품질개발로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멘트산업 전반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더욱이 동력을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이다 보니, 시멘트를 굽는 데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의 상승은 제조원가 상승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쌍용양회는 변화를 수용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노조는 이런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려고 노력했다.

임성규 사무국장은 “노사관계의 기본은 공감대 형성”이라며 “조합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이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기도 하다. 다만 어려워진 회사에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힘들다는 공감대가 있어, 임금은 조금 양보하더라도 고용을 지켜나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한 결과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쌍용양회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실시되지 않았다. 이런 노사간 배려와 신뢰는 오랜 기간 회사를 시멘트업계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고, 쌍용양회가 ‘2006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 쌍용양회노조

체계적인 소통구조, 상호 공조와 피드백으로 이어져

원료지향성 공업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시멘트를 제조하는 회사이기에 생산공장들은 모두 동해, 광양 등지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지부들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위치를 찾다보니 본부조합은 서울 공덕동에 자리 잡게 됐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기능직군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하는 일 또한 다양하다. 오퍼레이팅, 이를 돕는 보조, 설비관리, 설비점검, 기계정비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 공장과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의 필요나 요구사항을 일일이 파악해 나가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이에 쌍용양회노조는 개별 조합원→ 지부→ 본부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소통구조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조합원들의 고충과 요구사항들은 각 공장단위의 지부를 통해 우선 파악된다. 지부에 올라온 안건들 중 근무환경 개선이나 복지차원의 문제들은 공장지부에서 권한을 가지고, 대부분 해결하는 편이어서 피드백이 빠르다. 예산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안들이나, 지부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은 본부로 올려 해결한다. 지부와 본부조합의 공조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본부조합 역시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정기적인 체육대회, 산행행사도 해오고 있다. 또한 대면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화를 열어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산공장의 고충사항을 위원장이 직접 듣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만약 고충사항을 해결해 줄 수 없을 땐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 쌍용양회노조

현재 쌍용양회노조는 곧 있을 ‘임·단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쌍용양회노조의 올해 가장 큰 쟁점은 ‘전임자 문제’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장기근속자 처우,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임금과 복지문제도 조금씩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