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 국내은행 지배에 금융당국은 뒷짐만?
외국계 자본 국내은행 지배에 금융당국은 뒷짐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10.1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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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소유 적법성·SCB 경영행태 성토
금융당국의 시정 노력 요구돼

ⓒ 금융노조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이후, 금융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노동계와 학계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민주당 정동영 의원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실은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외국계 자본의 국내은행 지배 문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가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향후 처리 문제에 대해, SC제일은행지부 김재율 위원장이 SCB의 투기적 경영행태에 대해 발제했다.

또한 법무법인 이안의 이상훈 변호사와 금융경제연구소 조혜경 박사,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운영위원장, 외환은행지부 김기철 위원장이 패널로 토론에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전성인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론스타의 유죄판결을 이유로 10%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전성인, “론스타는 산업자본”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경우 총 발행주식의 4%를 초과해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금융자본)의 경우에도 지분 소유 한도를 10%로 규정하고 있다. 이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그 경우에도 지분 소유 한도는 각각 9%, 15%로 제한된다.

은행법은 또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 그 적격성을 매 6개월마다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서는 지난 2003년 이후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야 지난 3월에 적격성 심사가 이뤄졌으며, 지난 달 실시됐어야 할 적격성 심사 역시 아직 진행 중이다.

동일인(특수관계에 있는 자 포함)이 은행법에서 규정한 지분 소유 한도를 초과해서 소유할 경우,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즉시 의결권이 제한되며, 해당 동일인은 초과한 지분을 해소, 즉 매각해야 한다. 최초에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에 해당돼 10% 한도를 적용받았더라도 적격성 심사에서 그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4%를 초과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과 매각 의무가 뒤따른다.

따라서, 만약 적격성 심사에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내려질 경우, 즉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할 경우, 론스타는 10% 한도가 아닌 4% 한도를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론스타는 현재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수출입은행, 한국은행에 이어 3대 주주로 전락하게 된다.

전 교수는 현재 론스타의 지배 아래 있는 비금융회사인 자의 자산 합계가 2조 원을 넘기 때문에, 자산 기준에 따라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판결을 이유로 10% 초과 지분에 대해서만 매각 명령을 내릴 경우, 이는 은행법에 위반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재율, “SCB, 단기수익 위주 영업”

론스타와는 달리 적법한 절차로 제일은행을 인수한 SCB의 경영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졌다.

김재율 위원장은 “SCB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상장폐지에 이어, 가계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 등 단기수익 위주 영업에 치중했으며, 지점 및 연수원 등 3천억 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 파업을 이유로 42개 영업점의 영업을 중단시켰다”며 “이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편의성 제공보다는 돈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지점을 폐쇄한다는 영업정책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국자본에 의해 자국의 시중은행이 인수된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빚어진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잠식 문제는 10월이 중차대한 기로”라면서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이 과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