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평가인증제, 정부 평가로 되돌려라
의료기관 평가인증제, 정부 평가로 되돌려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10.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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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이 부작용 양산 … 비용만 낭비
평가기준 비현실적이고 임시 대응 많아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함춘회관 대회의실에서 '현장에서 본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가 최소한의 효과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온갖 부작용만 양산해 의미 없는 비용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27일 오후 서울대병원 함춘회관에서 개최한 ‘새로 바뀐 인증평가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상윤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은 “현재의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는 실제 병원환경에 적용할 수 없는 갖가지 항목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늘릴 뿐 애초에 의도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효과는 미약하다”며 “반대로 평가인증제 준비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상적이지 않고 임시적인 업무로 인해 정작 환자에게 가야하는 직접 서비스가 오히려 감소하고, 노동자의 도동강도와 업무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하는 등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평가인증제가 이처럼 효과는 미약하고 부작용이 큰 원인으로 이 정책위원은 “병원이 인증을 받기 위해 평소에 이루어지는 업무와 다른 형태로 업무를 구성하고 이를 노동자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외래나 입원환자를 줄이거나 실제 상황과 다른 거짓말을 하도록 강제당하는 등 노동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다양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평가기준 및 항목이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다”며 “병원상황에 맞지 않거나 한국적 특성에 맞지 않는 평가기준으로 인해, 평가 당시에만 있다가 평가가 끝나면 없어지는 업무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위원은 이 같은 평가인증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평가 주체를 민간이 아닌 정부로 되돌리는 것이 우선”이며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퇴출시키거나 건강보험 수가 상의 불이익을 주는 디스인센티브 제도를 확실하게 정착시킨 위에서 평가인증제를 인센티브 제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 의료기관 평가제도를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2004년부터 정부에 의해서 이뤄지던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평가인력의 전문성과 객관성 부족, 의료기관의 일시적·수동적 평가준비, 평가 결과 공개의 불투명성 등 갖가지 단점을 드러내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개정 의료법에 따라 지난해 10월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의 인증전담기관인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이 설립되면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평가인증제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인증을 신청하면 평가인증원이 현지조사를 실시해 인증등급을 확정하고, 그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이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인증결과를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등 평가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관에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의료연대본부의 이날 토론회는 평가인증제 도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도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