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
<92>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11.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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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호응 모아, 이젠 전국구로
고용안정·근로조건 개선, 노조의 우선 목표
전국 7천 톨게이트노동자 조직화 계획

전국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좁은 수납 박스 속에 앉아 꼬박 8시간씩 이용요금을 징수하는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자동차 매연에 항상 노출되다 보니 검은 가래가 끓는 것은 기본이고, 3교대로 이뤄지는 근무에 신체리듬이 깨져 피로도 심하다. 그러면서도 매년 쥐꼬리만큼씩 오르는 최저임금이 곧 시급이다. 더구나 이들은 ‘파리 목숨’ 같다는 비정규직이다.

ⓒ 전국톨게이트노조

우여곡절 끝에 조직 분리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하 전국톨게이트노조(위원장 송미옥, 이하 톨게이트노조)는 2010년 3월에 설립됐다. 톨게이트노조가 출범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들은 한국노총 연합노련 산하의 전국고속도로영업소노조(위원장 김옥순)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당시 대표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원활한 노조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간부들 사이에서도 의견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표자의 역할이 흔들리면서 사측과는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될 리 없었다. 현장의 조합원들도 고충처리 하나 제대로 못해 주는 노조에 불만이 쌓였다.

고민과 우려 끝에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고, 지금은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톨게이트노조 쪽으로 넘어온 상태이다. 톨게이트노조는 전체 조합원 규모가 450명이며 서울, 서서울, 김포, 남인천, 성남, 군자, 시흥, 구리, 남양주 등의 톨게이트 영업소에 9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원래 톨게이트노조의 조합원들을 포함해 영업소의 직원들은 모두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전체 직영 영업소를 외주화했다. 정직원에서 하루아침에 용역업체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어 버린 것은 물론, 임금도 5~10% 가량 줄었고, 공사로부터 받았던 각종 복지혜택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외주화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 전국톨게이트노조

고용안정·비인간적 평가, 노조가 막는다

톨게이트노조 송미옥 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고용안정이다. 특히 최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하이패스 구간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수시로 줄어들고 있다. 송 위원장은 “하이패스 구간이 하나 늘어나면 한 영업소에서 최소 5명을 줄여야 한다”며 “사측에서 임의로 감원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노조와 사전 협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원이 불가피한 영업소의 경우 잡셰어링을 통해 최대한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축 대상 인원의 임금은 조합원들이 매달 받는 현금취급 수당 3,000원씩을 모아서 충당하고, 임금을 제외한 4대 보험이나 여타 노무비용은 공사가 용역업체에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 고통을 분담한다.

톨게이트에 하이패스 구간이 늘면서 조합원들의 고충이 심해진 부분은 또 있다. 시스템의 장애라든지, 여타의 이유로 요금 처리가 안 됐거나 운전자들의 실수 또는 고의에 의해서 단말기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할 경우 출구 방향에서 이를 붙잡아 요금을 징수해야 한다. 해당 요금 미납 차량은 B/L(Black List) 차량이라고 하는데, 이 미납 요금의 징수율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각 영업소마다 용역업체 차원에서 성적을 매겨 불이익을 주는 등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한국도로공사는 리서치 회사에 위탁해 고속도로 이용객으로 가장하고 각 영업소의 친절도를 모니터링 해 그 순위에 따라 불이익을 주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영업소 전 직원의 친절도 점수가 순위별로 공개되고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은 개별적으로 질책을 당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결국 이와 같은 비인간적인 모니터링 제도는 노조에서 담판을 지어 철회하도록 만들었는데, 비슷한 종류의 성적매기기가 용역업체 단위로 다시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전국톨게이트노조

조합원 뜨거운 호응은 곧 노조에 대한 기대

수도권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9개 영업소에 분산돼 있는 450명 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낮이나 밤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상시 근무자가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3월 노조 창립 총회에는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올해 6월에는 고용노동부에서 후원하는 노동단체 지원사업에서 재정지원을 얻어 내, 대부도의 리조트에서 전 조합원 워크숍 행사를 가졌는데, 1박 2일의 일정이었음에도 12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송 위원장은 “기존의 노조에 대한 불만이 컸던 만큼, 새로 출범하는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대표자로서 노조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송 위원장은 “어디를 가서든지 노조 대표자로서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며 “용역업체 사람들을 만나든, 원청인 도로공사의 파견 직원을 대하든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현재 노조 전임자가 아니다. 본인의 근무가 바쁨에도 불구하고 각 영업소마다 사정을 가능한 한 ‘빠삭하게’ 접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매 달 전 지부장들과 함께 자리를 갖고, 각 영업소 별 현안과 그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톨게이트노조가 바라보는 미래는 지금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는다. 송 위원장은 “지금 당장이야 조직을 추스르고 각 지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전국의 톨게이트 영업소까지 조직을 확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톨게이트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7천여 명. 톨게이트노조의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불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