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사용자는 강 건너 불구경?
약가개편, 사용자는 강 건너 불구경?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11.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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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노조, 결의대회 열고 ‘졸속정책’ 규탄
“경영악화-구조조정, 정해진 수순 아닌가?”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FTA반대 약가인하저지 제약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제도 개편을 사용자들이 구조조정의 빌미로 삼고 있다며 제약사 노동조합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화학노련(위원장 김동명) 의약화장품분과 산하 각 제약사 노조의 조합원들과 간부 1,000여 명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미FTA 반대 약가인하저지 제약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화학노련은 “제도 개편으로 인해 각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제약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이는 현실을 고려치 않은 졸속적인 정책 추진”이라고 그간 비판해 왔다.

제약부문 노조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사가 받는 타격이 고스란히 임금삭감‧고용불안 등의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현장 발언을 한 한국화이자제약노조 최종석 위원장은 “일부 제약사는 정부의 제도개편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벌써부터 정리해고에 대한 언급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학노련 김동명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제약업계라는 큰 집에 불이 났는데 노동계는 눈썹이 타는 줄 모르고 불을 끄러 뛰는 반면 사용자단체인 한국제약협회는 강 건너 불구경”이라며 “경영악화를 빌미로 한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으로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한양행노조 위원장이자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회장을 맡고 있는 박광진 위원장 역시 “제약협회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사용자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는 “공식적으로 협회 역시 제도 개편에 반대”라고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10월 31일 2차 성명서에서도 밝혔듯이 제약기업들의 수용 가능성과 고용안정을 위한 합리적 조치가 수반된 정책이어야 한다”며 “정부의 현 개편안에 대해 협회의 입장은 변화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반해 협회가 추진하기로 한 총궐기 대회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지난 2일 열린 이사장회의에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유제약노조의 이장훈 위원장은 “제약협회가 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의미로 하루 생산 중단 등의 대응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화학노련의 이육일 사무처장 역시 “아무래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운신할 수 있는 여지가 좁을 것”이라며 “협회나 각 제약사들의 대응 방안과는 무관하게 연맹은 연맹의 계획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화학노련 전 위원장 출신인 한광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원진들과 추미애, 정동영 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