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비정규직 노동을 끌어안다
종교, 비정규직 노동을 끌어안다
  • 김정경 기자
  • 승인 2011.11.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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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선교회, 비정규노동선교센터 개원
“가장 소외되고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 위한 활동 나설 것”

▲ 24일 오후 3시, 영등포 산업선교회 대강당에서 비정규직노동선교센터 개원식이 열렸다. ⓒ 김정경 기자 jkkim@laborplus.co.kr

‘나중 온 이 사람에게도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마태복음 20장 14절

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앞장서 민주화사적지로도 지정된 바 있는 영등포 산업선교회(이하 산업선교회)가 ‘비정규직노동선교센터’를 개원했다. 이번 센터 개원은 그간 산업선교회가 추진해왔던 소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선교 및 활동지원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할 목적으로 1년 전부터 노력해 온 결과이다.

24일 오후 3시, 당산동에 위치한 산업선교회 대강당에서는 교단, 노동계 인사, 시민단체, 일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타이틀로 비정규노동선교센터 개원식이 열렸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마태복음 20장에서 따온 구절로 예수가 이른 아침 6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오후 5시부터 일한 사람에게나 모두 똑같이 한 데나리온(로마시대 사용하던 동전화페로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을 주었다는 이야기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뤄지지 않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이 만연한 이때, 노동시간의 강도와 능력에 상관없이 차별없이 주라는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여기서 말하는 ‘나중에 온 이 사람’은 오늘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크게 3부로 나눠져 1부는 개원예배, 2부는 개원 축하마당, 3부는 현판식과 밥상나눔 시간으로 마련됐다.

1부 개원예배에서 축도를 맡은 산업선교위원회 위원장 김만중 목사는 “비정규직노동선교센터의 개원으로 (비정규직 노동문제가) 당장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센터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센터 개원의 의의를 전했다.

2부에서 홍윤경 노동선교부장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와 비정규노동선교센터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홍 노동선교부장은 비정규노동선교센터가 ▲ 노동상담 ▲ 노동자 정서지원 ‘품’ ▲ 비정규노동자 성서모임 ▲ (청년학생교육) 현장심방 ▲ 기독청년조직 ▲ 노동현장 협력사업 ▲ 대안적 경제연구와 같은 7가지 주요 활동들을 진행 또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중 노동자 정서지원 및 회복 프로그램인 ‘품’은 비정규 노동자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정서와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일종의 회복 교육프로그램이다. ‘품’이라는 이름에는 ‘나’를 풀어내고, ‘서로’를 품으로, 품을 ‘넓게’ 한다는 다중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미 지난 5월~7월간 10회에 걸쳐 1기가 진행된 상태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투쟁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노동자들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옆에 있는 동지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개원식에 참석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분회장은 “투쟁이 끝나면 왠지 허전하고, 심지어 대인기피증도 생기는 등 문제가 심각한데, ‘품’을 통해 응어리를 푸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고 프로그램 참가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런 갈등해소 프로그램이 누구보다도 현재 투쟁 중인 쌍용차지부와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에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품’과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노동선교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함께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노동선교센터는 이번 개원식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본격적인 선교 및 지원, 교육프로그램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자 정서지원 프로그램인 ‘품’ 2기는 오는 12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