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현장으로 돌아간다
성희롱 피해자, 현장으로 돌아간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12.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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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한 협력업체로 복직 합의
국내선 꿈쩍 않다가 미국서 시위 벌이자 해결

▲ 12월14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사진 오른쪽)이 글로비스 관계자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관련 노사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 금속노조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1년 5개월여 만에 복직하게 됐다.

금속노조는 14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글로비스 등 업체관계자들과 조인식을 갖고,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자의 원직복직에 합의했다. 이날 조인식에는 현대차그룹사인 글로비스와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인 형진기업 등 회사 쪽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노사가 서명한 합의안에는 ▲ 피해자의 원직복직 및 고용보장 ▲ 가해자 해고 ▲ 해고기간 임금지급 ▲ 재발방지 및 후속대책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9월 징계해고된 피해자는 2012년 2월 1일자로 복직하게 된다. 또 성희롱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2012년 1월 31일자로 해고조치를 취하게 됐다. 피해자를 해고했던 금양물류는 지난해 11월 폐업했으나, 형진기업이 금양물류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한 만큼, 피해자는 형진기업으로 복직하게 된다.

이날 조인식과 관련 금속노조는 논평을 통해 “이러한 눈물의 원직복직은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복직한 여성노동자가 당당하게 일하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더 이상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현대차는 국가인권위, 검찰, 근로복지공단이 일제히 성희롱이라고 인정해도 꿈쩍 않다가 전미자동차노조가 미국 전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서야 사태해결에 나섰다”면서 “우리나라 국가기관과 법이 뭐라고 판단하든 수수방관하면서 오직 미국시장 현대차 판매율에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한다고 원청인 현대차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는 1인 시위와 국가인권위 진정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달 25일에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바 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전 세계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현대차 영업소 앞 1인 시위가 진행됐으며, 미국에서만 87개소에서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비록 이번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는 오랜 노력 끝에 원직복직에 합의했지만, 제조업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정부부처들도 이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