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맹 재통합 이후 대산별 추진할 것”
“공공연맹 재통합 이후 대산별 추진할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1.03 10:1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빙의 승리…겸손한 자세로 일할 것
현장지원단 운영·사무처 인력 강화 등 계획
[인터뷰 1] 이인상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지난 12월 7일 한국노총 공공연맹의 제4대 임원선거는 박빙이었다. 세 후보조가 출마한 가운데 2차 결선투표를 거쳐 전체 170표 중 불과 여섯 표 차이로 이인상-이인섭 후보조가 최삼태-김세환 후보조를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본격적인 인수인계로 일정이 바빠지기 전, 이인상 위원장을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꾸려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마주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 위원장을 연임한 이 위원장에게는 친정처럼 푸근한 공간일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연대 단위’가 늘어야

치열한 접전을 벌인 후라서 자연스럽게 지난 선거 얘기부터 들어봤다.

당선 직후 기자들이 간단한 소감을 물었을 때, 이 위원장은 “투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만큼 다른 후보들도 훌륭한 동량이기 때문”이라며 “보다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일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인수위를 연맹 사무실이 아니라 외부에 꾸린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경험들도 이 위원장에게는 새롭게 교훈으로 다가왔다. 연맹 산하 소규모의 단위 조직에서 시급히 대처해야 할 현안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규모가 작다는 것 때문에 연맹 내부에서조차 의사 전달이 얼마나 더뎠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단조 위원장과 노동노조 위원장 기간을 합쳐 공공연맹에 8년을 드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 보는 대표자들이 스무 명은 되는 거예요. 회의체에서도 작은 조직에서는 거의 발언도 안 하고, 특별히 그동안 소개도 없었고 하니 알던 사람들끼리만 인사하고 지냈던 거지요.”

대표자회의 석상에서도 작은 조직들의 경우 현안에 대해서 발언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발언을 하게 되면 ‘단조 현안을 갖고 왜 연맹 회의에서 얘기하냐’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있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동조합의 회의 분위기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 이 위원장 연맹조직을 더욱 분열(?)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공공연맹에는 국토해양, 지식경제, 농림문화, 행정안전, 노동복지환경 등 다섯 개의 분과위원회가 설치돼 있는데, 사실상의 활동은 미미한 형편이다. 정부 부처의 구성대로 회원조합들을 뭉뚱그려 놓은 정도이기 때문에 분과위원회 내부에서도 각 조직의 현안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위원장은 “서로 현안을 공감하는 단위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방공기업 협의체, 상용직 협의체, 정부 산하기관 협의체처럼, 같은 현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단위조직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대처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야만 작은 조직들도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산별연맹 차원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분열은 분열이되, 지금보다 더 유기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연대 단위’로 쪼개겠다는 의미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先 통합, 後 산별전환

이인상 위원장이 산하 단위조직의 현안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지원단을 꾸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연맹 차원에서는 신입직원 초임삭감 문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둘러싼 이슈 등 큰 단위의 논의만 거론되고 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잘리느냐 마냐는 생존의 문제가 중요하게 와 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의 기업별노조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향후 연맹도 대산별 체제로 가는 것이 옳은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연맹 체제에선 대정부 교섭을 위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운법 등 큰 이슈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부유관기관노조라는 연맹 내 소산별 설립을 주도했던 이 위원장은 “소산별 체제가 모여서 대산별을 구성하든, 기존 조직들이 산별노조에 직가입하는 형태를 취하든, 대산별노조를 지향하며 연맹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리는 대산별노조 설립까지 바라볼 수 있지만, 우선 공공연맹에 시급한 것은 2010년 분리된 조직인 공기업연맹과의 재통합이라고 이 위원장은 덧붙였다.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잡은 대외 일정 역시 공기업연맹 지도부와의 회합이었다. 통합이라는 큰 목표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이 위원장이 말했던 것처럼 공기업과 여타 공공부문 현안들의 성격이 조금 차이가 있다는 부분은 장해물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 공공부문 재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을 꼭 이루겠다고 이 위원장은 결의를 밝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조합원 권익뿐 아니라 사회적 권익도 보호해야

이 위원장은 당선사례에서도 밝혔듯이 “일을 열심히 하는 연맹을 만들고 싶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연맹 사무처의 인원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파견간부를 늘리는 것은 물론, 전문 역량을 갖춘 활동가들도 채용을 늘릴 예정이고,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연맹의 재정 상황을 검토 중이다.

연맹 산하 조직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말 그대로 공공성을 띤 업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그런 연유에서 이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조직 발전을 북돋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 발전을 통해서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선 구성원들이 각자 비전을 갖고 목표를 향해 일해야 하는데, 비정규직 등 차별을 받는 인원들이 그런 비전이나 희망을 가질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서 향후 연맹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강조해 오던 것은 물론, 조합원들과 약속한 공약사항을 이행하는 것만 해도 이인상 위원장과 공공연맹의 올 한 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연맹의 앞으로 활동 모습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