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방법·내용 문제 지적 거센 반발
총선방침 결정을 두고 민주노총이 내홍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정당으로 통합진보당을 결정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대상은 통합진보당
민주노총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4.11 총선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위한 조합원 정책여론 조사’를 실시하여 통합진보당 79.8%, 진보신당 17.6%, 사회당 2.6%의 결과가 나왔다”며 “이 결과에 따른 세부적인 후속 추진방안은 향후 논의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함에 따라, 지난 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4.11 총선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총선방침은 ▲ 1선거구 1후보 출마(진보진영 후보단일화) ▲ 반MB 반FTA 1:1 구도형성(야권연대) ▲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참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중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는 결과적으로 특정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자는 것이라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으나, 반대하는 중앙집행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처리된 바 있다.
이번 여론 조사는 이 같은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실시됐다. 민주노총은 명단과 전화번호가 취합된 조합원 222,017명을 대상으로 ARS(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대상자 중 10.8%인 23,994명이 응답했다.
설문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보정당으로 규정한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3개 정당 중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에 집중할 정당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정책여론 조사결과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와는 관계없이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에만 국한해 적용”된다며 “지역선거에서는 야권단일화를 통해 집권여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야권승리에 기여하기로 결정한 바”에 따른다고 밝혔다.
여론 조사는 조합원 의사 왜곡 … 임시대대 소집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공동본부장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외 15명, 이하 선언운동본부)가 “‘통합진보당 1당 지지’를 골자로 한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복무하는 총선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요청”키로 하는 등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선언운동본부는 민주노총의 이번 여론 조사를 포함한 총선방침에 대해 ▲ 대의원대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하급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표결을 강행해 결정했으며 ▲ 사실상 총선에서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내용으로 민주노총 내부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조합원들의 단결을 가로막고 있고 ▲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 세력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 조합원 ARS 등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선언운동본부는 이에 따라 오는 28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대의원 311명이 서명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구서를 민주노총에 전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재적 대의원 1/3의 요구’가 있으면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수 있다.
한편 진보신당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복수 진보정당 시대에 집중투표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반대한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당연히 조사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70만 민주노총 조합원 중 2만여 명의 응답을 두고 전체 조합원의 의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이 설문조사가 전체 조합원의 뜻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또 “벌써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운동이 일어나는 등 민주노총 내 반발도 거세다”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통합진보당 밀어주기가 오히려 조합원의 다양한 진보정치 지향을 짓밟고 민주노총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가운데 일고 있는 민주노총의 총선방침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