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당투표는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정당투표는 통합진보당?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2.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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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여론 조사로 통합진보당 집중투표 결정
절차·방법·내용 문제 지적 거센 반발

총선방침 결정을 두고 민주노총이 내홍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정당으로 통합진보당을 결정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52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출신 4.11 총선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도 참석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대상은 통합진보당

민주노총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4.11 총선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위한 조합원 정책여론 조사’를 실시하여 통합진보당 79.8%, 진보신당 17.6%, 사회당 2.6%의 결과가 나왔다”며 “이 결과에 따른 세부적인 후속 추진방안은 향후 논의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함에 따라, 지난 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4.11 총선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총선방침은 ▲ 1선거구 1후보 출마(진보진영 후보단일화) ▲ 반MB 반FTA 1:1 구도형성(야권연대) ▲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참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중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는 결과적으로 특정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자는 것이라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으나, 반대하는 중앙집행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처리된 바 있다.

이번 여론 조사는 이 같은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실시됐다. 민주노총은 명단과 전화번호가 취합된 조합원 222,017명을 대상으로 ARS(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대상자 중 10.8%인 23,994명이 응답했다.

설문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보정당으로 규정한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3개 정당 중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에 집중할 정당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정책여론 조사결과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와는 관계없이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에만 국한해 적용”된다며 “지역선거에서는 야권단일화를 통해 집권여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야권승리에 기여하기로 결정한 바”에 따른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5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3자 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여론 조사는 조합원 의사 왜곡 … 임시대대 소집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공동본부장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외 15명, 이하 선언운동본부)가 “‘통합진보당 1당 지지’를 골자로 한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복무하는 총선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요청”키로 하는 등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선언운동본부는 민주노총의 이번 여론 조사를 포함한 총선방침에 대해 ▲ 대의원대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하급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표결을 강행해 결정했으며 ▲ 사실상 총선에서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내용으로 민주노총 내부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조합원들의 단결을 가로막고 있고 ▲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 세력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 조합원 ARS 등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선언운동본부는 이에 따라 오는 28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대의원 311명이 서명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구서를 민주노총에 전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재적 대의원 1/3의 요구’가 있으면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수 있다.

한편 진보신당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복수 진보정당 시대에 집중투표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반대한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당연히 조사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70만 민주노총 조합원 중 2만여 명의 응답을 두고 전체 조합원의 의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이 설문조사가 전체 조합원의 뜻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또 “벌써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운동이 일어나는 등 민주노총 내 반발도 거세다”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통합진보당 밀어주기가 오히려 조합원의 다양한 진보정치 지향을 짓밟고 민주노총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가운데 일고 있는 민주노총의 총선방침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