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돌파구를 찾아라
국내 제약업계, 돌파구를 찾아라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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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노사정 대화를 통한 국내제약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제약산업은 IMF 외환위기와 의약분업 이후 제약산업 차원의 별다른 준비 없이 취약한 산업구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개량신약 중심의 개발과 영세규모의 중소업체가 유사한 카피(copy) 제품을 생산하는 약한 체질이 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토종 제약산업의 붕괴와 고용불안 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또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약산업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글리벡 파동에서 보여지듯 다국적 제약회사의 공급독점권에 따른 가격결정권은 결국 환자의 막대한 의료비 증가를 의미한다.


그동안 제약업계 차원에서 내놓은 해결방안도 혁신적인 신약개발과 인프라 구성을 위한 세제상 혜택 등 정부의 지원, 대형화를 위한 M&A, 마케팅 구조의 개선이었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계의 참여를 위한 창구나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IMF와 의약분업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는 뛰어난 자금력과 R&D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복제와 중복생산 중심인 국내 제약산업의 형편상, 개발기간의 장기성, 약 10억 달러 정도의 투자규모의 거대화, 개발성과의 불확실성이 높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2003년 현재, 47개의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 중 29개 다국적 제약회사가 국내외 제약회사의 건강보험 청구액 5조2076억원 중 27.2%인 1조4168억원을 청구했다. 이러한 구조는 IMF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지난 1998년 10%이던 시장 점유율이 2003년에는 34%로 높아졌다.


반면, 2003년 말 현재 국내 제약회사는 약 300여개에 이르며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6조753억원으로 국내 전체산업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또한 국내 제약산업 종사자는 총 5만1천여명(1999. 12.31 기준)인데, 직종별로 보면 대부분이 생산직과 영업직에 몰려 있고 연구직은  1/10도 안되는 3200여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2003년 3월 현재 국내 제약업체는 실제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741개이다. 지난 2000년말 기준 547개에서 불과 2~3년 사이, 200여개의 제약사가 새로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중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생산액을 갖고 있는 업체는 17개이며 이들이 전체 의약품 생산액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종업원 규모에 있어서도 1000명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세 곳에 불과하며 300명 미만의 영세규모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규모를 살펴보면 그 격차는 엄청나다. 2003년 글로벌 TOP10 기업의 평균 매출은 205억 달러(약25조원)로 국내 TOP10 기업들의 2606억원의 94배에 달한다. 국내 1위와 글로벌 1위 기업의 매출을 비교하면 글로벌 1위인 Pfizer는 396억 달러인데 비해 국내 1위인 동아제약은 2543억원으로 38배의 차이가 난다. 그나마 동아제약의 경우 1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박카스를 제외하면 금액이 뚝 떨어진다. 매출규모의 차이는 연구개발 규모의 차이로 나타나는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의 경우 세계 10대 기업은 평균 17.5%에 달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3.7%에 불과하다.(1998년 기준)


또한 의약품의 수출입통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약분야 기술 수출입 추이를 살펴보면 해마다 기술도입이 수출을 추월하고 있으며 2002년의 경우 수출이 반으로 감소한데 반해 수입은 두 배로 증가했다.


따라서 국내 토종제약업종의 생존을 위한 처방 중 제약업계 차원의 목소리만 담겨 있을 뿐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고부가가치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노사차원의 참여 및 이를 위한 방안 마련은 소홀했다. 결국 노사 주도의 국민경제 차원의 대책마련 보다는 정부주도의 대책에 한정하고 있는 셈이다.
IMF 외환위기와 원료수입가의 상승은 자동화라는 생산과정의 변화와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정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에 있어서도 인원을 유지하거나 신규채용이 없어 고령화 문제와 고용에 대한 불안정성이 늘어났다. 이는 제약업계 차원의 근속년수의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지속적인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노동계 내부에서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높아졌다. 또한 토종기업의 노동조합 지도자들 역시 다국적 제약회사의 매출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의 증가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57개 의약화장품노조가 가입해 있는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박광진 회장(유한양행노조 위원장)은 “IMF 이후 생산성향상 참여에 대한 노동자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제약산업의 현안해결과 발전, 그리고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 대화채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준비단계이며 구체적인 교류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2003년 모제약회사의 사례 이후 GMP가 강화되고 있어 생산현장에서 참여는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라면서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노사차원의 대화와 정보공유는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머지않아 산업차원의 발전과 노동생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듯하다.

 

★ GMP(Good Manufaturing Practice)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품질면에서 보증하는 기본 조건으로 우수 의약품의 제조ㆍ관리기준이다. 1963년 미국이 처음 제정하여 64년 실시하였으며 1968년 세계보건기구가 그 제정을 결의하고 각국에 권고후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