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2교대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주간연속2교대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3.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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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조사, ‘기본급으론 부족하다’ 객관화
판매처에서 생산한다? 노조엔 해당되지 않는다!
[연쇄 인터뷰] ② 민기 한국지엠지부장

지난 1998년, 대우자동차 노사는 완성차 업계 최초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곧이어 불어 닥친 외환위기에 휴지조각이 됐다. 그로부터 14년, 당시 대우자동차는 한국GM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한국지엠지부는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측 계획, 평가할 게 없다

한국GM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요구에 따라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채용, 일부 공정 교대제 전환 등이 포함된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 계획안’을 제출했다. 민기 한국지엠지부장은 회사의 계획에 대해서 한마디로 “평가할 만한 방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번에 노동부장관이 방문했을 때, 장관과 지부, 회사 담당자가 장시간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인원 충원을 논의했는데도 채용계획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임원으로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인원 충원뿐만이 아니다.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몇 년간 임·단협 때마다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주요 의제로 올렸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올해도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위한 전문위원 선정 등 실무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하면 많이 느린 편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시행시기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을 보전할 방안 등 넘어야 할 쟁점도 많다. 민기 지부장은 “이 문제는 단위사업장에서 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인 만큼 완성차는 물론 부품업체까지 따라올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금 보전 문제와 관련, 민 지부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그동안 귀족노동자라고 비난 받던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결국 연장근로로 채워졌다”며 “대공장 노동자들도 기본급으로는 여유로운 삶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객관화된 만큼, 매달 안정적으로 실질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월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GM, 여전히 불안하다

얼마 전 로이터 통신에 한국GM의 생산물량을 유럽으로 이전한다는 기사가 실렸고, 국내 모 경제신문에는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마티즈’ 후속모델의 생산이 중단된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기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한국GM을 바라보는 불안감 속에서 나온 기사”라고 규정한 민 지부장은 “초국적 자본인 GM이 언제든지 ‘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임·단협에서 주간연속2교대제와 함께 한국GM의 위상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휘청거리던 GM 본사를 살려낸 데에는 한국GM(당시 GM대우)의 역할이 컸다. 한국GM은 지금도 전 세계 GM 생산물량의 20%를 담당하고 있을 만큼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GM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민 지부장은 그 원인을 “내수를 등한시하고 오로지 수출기지로만 활용하다 보니까 GM 자본이 더 나은 조건으로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공장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하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민 지부장은 로이터 통신에 기사가 난 직후 UAW(전미자동차노조) 대표, 독일 금속노조 오펠 사업장 대표와의 삼각 통화를 통해 “GM의 동유럽 공장 신설에 반대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GM이 각국에 있는 공장들의 경쟁을 통해서 양보교섭을 전제로 한 단협 축소와 임금 하락을 시도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물량 이전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뉴스 기사 하나 때문에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GM을 여전히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 지부장은 “판매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GM의 원칙이 노동조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도록 압박하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한국GM의 위상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한국지엠지부가 올해 임·단협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