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민만이 주인이다”
다시, “국민만이 주인이다”
  • 김정경 기자
  • 승인 2012.03.0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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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BS!’ 외치며, 새노조 파업 돌입
양대 공영방송 노조 공동파업으로 투쟁에 힘 실릴 듯

파업 6주차에 접어든 MBC노조에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새노조)가 6일 오전 5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양대 공영방송 노동조합의 공동파업으로 언론노조가 내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이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통 외치는 노조, 불통으로 대응한 사측

▲ 6일 시작된 KBS새노조 파업 첫 날, 사측은 파업출정식이 열릴 예정이던 본관 앞 계단과 모든 출입구를 통제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 언론노조 KBS 본부, 김정경 기자 jkkim@laborplus.co.kr

6일 오후 2시, KBS 신관 앞 광장에서는 ‘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는 타이틀을 내건 KBS새노조의 파업출정식이 열렸다.

이번 출정식은 장소 선정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애초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사측이 오전부터 계단 앞을 대형버스로 막은 것은 물론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통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장소를 본관 1층 로비로 변경하고 약식집회를 가진 뒤, 다시 신관 앞 광장으로 옮겨 본격적인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은 물론이고 노조가 초청한 인사들도 출입을 거부당한 채 한참을 기다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국민만이 주인이다

출정식에는 강원부터 제주지부까지 전국에서 모인 KBS새노조 조합원 약 500여 명이 참석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KBS새노조가 내건 ‘국민이 주인이다’는 말을 지난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간절히 외쳤다”며 “이것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일곱 글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MBC·YTN 언론 노동자들과 함께 이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며 “19대 국회가 출범하면 바로 MB정부의 언론장악 국정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새노조의 파업을 격려했다.

KBS새노조는  이번 파업에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KBS새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대통령 특보출신의 김인규 사장을 퇴진시키고, 향후 열릴 6월 국회에 ‘MB 언론장악 진상조사 청문회’를 구성해 김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한편, 이날 출정식에는 MBC노조 정영하 본부장 및 집행부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정 본부장은 “MBC와 KBS 언론사에 처음으로, 상황이 똑같아서 판단이 똑같고, 판단이 똑같으니 행동이 같아서 이렇게 연대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다”며 “KBS 1,000명 조합원들은 MBC노조 앞에 천군만마”라고 KBS새노조의 파업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KBS와 MBC가 지난 90년 정권의 언론통제 및 탄압에 맞서 공동 제작거부로 연대한 적은 있었지만, 공동파업 투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조합원들은 국민의 방송 KBS가 그동안 국민의 품이 아닌 정권의 품에서 정당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며, 모두 일어나 국민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했다.

사측은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노측은 “이번 파업은 이전의 파업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의 명령을 받아 하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지극히 정당한 파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국민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조합원들이 모두 일어나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을 지키지 못한 지난 날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 김정경 기자 jkkim@laborplus.co.kr

“입사 후 느낀 건 자괴감 뿐”

특히, 작년 8월 입사한 38기 조합원들은 처음으로 나서는 파업이 남다르다. 이들은 KBS 입사 후 자랑스러움 대신 자괴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보도국 소속 기자로 있다가 시민단체의 집회에서 몰매를 맞을 뻔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또 ‘KBS가 언론이냐’며 밤을 샌 사건기자의 얼굴에 찬물을 뿌려주시던 아주머니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38기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에 앞서 공동성명을 내고 “길게는 30년 동안 KBS를 책임질 저희가, 더 이상 KBS에 만연한 자괴감과 무기력과 냉소를 지켜만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소비자고발팀 이승문 조합원은 “사실 저희 37기, 38기가 뭘 해봤겠습니까? 배운 건 없고 해본 것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아는 건 함께 일하고 저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배들이 정말 믿을 만하다는 것이고, 그 선배들의 분노 또한 믿을 만하다는 것입니다”며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KBS새노조는 파업기간 중 국민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뚜벅뚜벅 국토대장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는 8일에는 파업에 가세하는 YTN을 포함한 언론 3사가 공동으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기업별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도 최근 공영방송독립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필요하다면 파업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BS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새노조 파업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공동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